나를 울게 만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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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30 01:04:14
전 평소에도 눈물이 좀 많은 편입니다.
당연히 울어야 할 슬픈 상황에서 울고, 감동스러운 상황에서 울고,
또 아무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엉뚱한 상황에 혼자서 머릿속에서 뭔가 부가적으로 상상하고 떠올리면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눈물을 흘리기 바빠서 참 민망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자주 흘리지만,
이때 흘리는 눈물에 대해서 민망하게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이야말로 제가 일생동안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이고,
나 자신만의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는 기회이며,
그리고 제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자리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눈물이야말로 제게 그 작품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저만의 척도 중 하나가 된 셈입니다.
라이온 킹
너무 감동 받아서 울고 너무 슬퍼서 울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물소떼 씬만큼 압도적으로 장엄하면서 비장한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질 못했습니다.
아마 그 어떤 애니메이션도 이 작품만큼 절 울리진 못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나쁜 피
사랑, 청춘, 열정, 슬픔, 현실에 대한 반항. 젊은 시절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감정들이
데이빗 보위 음악과 함께 거리를 달리는 드니 라방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세가지 색 레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의 제일 좋아하는 트릴로지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제일 감성적이기도 하면서 울컥한다기 보다는 어느 순간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그런 영화입니다.
리틀 미스 선샤인
이거 보고 울었다고 하면 아무도 이해 못합니다.
마지막 가족들이 다같이 동참하는 장면에서 거의 통곡하듯 울었는데,
단순히 가족애에 감동 받았다기 보다는 사회의 norm에 아무렇지도 않은 채 너무나 순수한 마음으로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A.I.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들이 잃어버린 사람다움을 보여준 영화.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 하는데서 오는 좌절감.
스필버그 영화 보면서 참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만큼 깊고 진실된 눈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다
그저 너무 아름다워서 울어버렸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난 영화지만,
눈속에서 바흐 음악이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엔딩은 제가 본 영화 중 제일 인상 깊은 엔딩 중 하나입니다.
이웃집 토토로
이건 어떤 종류의 눈물일까요. 동심의 순수성. 그리고 다가오는 현실에 대한 먹먹함이려나요.
사실 지브리 작품치고 눈물 안 흘려본 작품이 없지만 이것만큼은 상당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포스터만 봐도 반갑다가도 살짝 침울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더 레슬러
절대로 환호 같이 들리지 않는 마지막 함성소리. 행복의 틈 사이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비참함.
인사이드 르윈
음악인의 삶이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서 헤매는 주인공.
그가 원하는 건 출구로 가는 길이 아니라 그저 이 미로 속을 계속해서 헤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티
이런 못생긴 외계인한테 왜이리 감정이 휘둘리게 될까요.
보름달 앞을 날아가는 장면만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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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이야기 보면서 눈물 콧물 다 쏟았던 1인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