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는 무엇이고 반대하는 논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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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10 08:18:52
밑에 오바마케어에 대한 질문이 있어 댓글을 달다가 아직 게시판에 오바마케어에 대해 자세히 다룬 글이 없는 것 같아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풀어보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오바마케어란?
먼저 저는 오바마케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국민 보험에 빗대어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받는 보험제도라는 설명은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케어는 정확히 말하면 "전 국민의 건강보험 의무 가입"으로 건강보험을 들지 않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널티 금액은 1) 수입의 약 2.5% 또는 2) 성인 한 명당 연간 최대 약 700불, 미성년은 그 절반, 그리고 가족 전체로는 약 2,100불 중 큰 액수입니다. 즉, 벌금을 낼 바엔 그 금액으로 건강보험을 들으라고 반강제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보험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정부의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나 사기업 보험 중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점입니다.
사실 오바마케어와 가장 비슷한 정책을 먼저 편 곳은 매사추세츠 주로 오바마의 경쟁 상대였던 롬니가 주지사 시절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사추세츠 거주민들은 오바마케어 실행 전에도 세금 보고 시에 각 가족 구성원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 정도를 넣어야 하고 이를 못하면 페널티를 세금으로 냈어야 했습니다.
2. 미국 의료비는 보험 없으면 파산 날 정도인가?
미국의 의료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한 예로 저희 애기가 태어날때 유도분만을 위해 이틀 정도 입원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틀 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나왔는데 이때 나온 청구서 비용이 약 7만불 전후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초음파를 찍을 때마다 비용도 몇백 불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를 한 번 낳아보니 원정 출산이 최소 1억 정도 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 실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낸 돈의 총합은 2천불 정도로 나머지는 보험에서 커버되었습니다. 초음파나 각종 검사는 무료였고요. 저 2천불은 out-of-pocket이라고 가입된 보험에 따라 가입자가 내야하는 되는 최대 금액을 말합니다. 사실 애기를 낳는 것은 암 치료나 수술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긴 합니다. 특히나 암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말 무지막지하기에 건강보험이 없으면 치료를 포기하는 때도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보험이 있다면 대부분 커버되기 때문에 크게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로 실손 보험이나 암 보장 보험을 들을 필요가 없겠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 건강 보험 체계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지만 여기서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3. 오바마케어 이전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대체적으로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성인 인구의 15% 정도 해당됩니다. 주로 이민자들이 많은 캘리포니아와 남부 주들에서 20% 넘게 더 많은 편 입니다. 기본적으로 정규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보조를 해주는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직장에서 보험료의 많은 부분을 대신 내줍니다. 보통 건강보험 가격은 한달에 천불에서 많게는 3천불이 넘는 것도 있긴 한데 가격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차이는 앞서 언급한 out-of-pocket 금액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수입과 상관 없이 한 달에 내야 하는 보험료는 가족 전체 다 해서 100불 미만입니다. 보통 적게는 100불 미만에서 많게는 600불까지도 되는 경우를 본 것 같은데 미국 전역 평균은 약 월 100불 정도 입니다. 그리고 극빈곤층과 65세 이상은 메디케이드라는 정부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보조를 받고 이 경우엔 거의 무상에 가까운 의료 해택을 받습니다.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CRP라는 다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부모 중에 한 명이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메디케이드에 해당되면 건강보험은 큰 부담은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무직자, 보험 지원을 안해주거나 아주 적게 해주는 직장에 다니는 종사자일 것입니다. 이 중에는 보험을 들길 포기한 사람들이 있을테고 그 비율이 앞서 언급한 전체 인구의 15% 정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오바마케어의 시작으로 이제 선택권이 사라지고 어떤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4. 오바마케어의 형태는?
오바마케어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결정적인 두가지 합헌 결정이 있었는데 첫번째가 보험 가입 의무를 명시하는 오바마케어 그 자체이고 두번째는 정부가 보험금 보조를 해주는 부분입니다. 즉, 오바마케어 시행 이후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 극빈곤층의 수입 기준선이 조금 올라갔고 그 이상의 수입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수입에 따라 정부에서 보험금을 보조해주는 형태입니다.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연간 수입 6만에서 8만 이하인 가정의 경우 정부의 보험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수입이 이 이상되는 자영업자들은 사기업 보험이나 오바마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하는 보험(사실 이것도 사기업들이 운영합니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5. 그러면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이유는?
극빈층과 65세 노년층은 기존처럼 메디케이드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저 같이 직장 가입자는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보험을 계속 유지할 경우 크게 바뀌는 점은 없습니다.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부분은 기존 15%에 해당되는 보험 비가입자들입니다. 이제는 강제적으로 가입을 해야하고 한달에 몇백불의 추가 지출이 발생을 하게 됩니다. 또한 연 소득 이십만불 이상되는 사람들도 세금이 0.9% 또는 1.8% 증가합니다. 그리고 기업인들의 반대도 심합니다. 오바마케어에선 50인 이상 기업의 고용주는 고용원들에게 일정 금액 이상 보험금 보조를 의무적으로 해줘야 하고 이를 어길시엔 페널티를 물게 됩니다. 보조를 해주자니 보통 한 명당 천불이 넘는 지출이기에 기업에선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오바마케어 시행에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더라도 시민의 선택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부분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는 사실 의료보험에 대한 논의가 크게 활발하진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이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기인 상황에선 레이오프도 상당히 자주 있고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 중 많은 부분은 예전과 같은 좋은 샐러리와 혜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이런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에서 시행된 오바마케어가 당장 부담으로 느껴지는 그룹은 앞서 언급한 15%보다는 더 많을 것입니다.
6.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논쟁 부분은?
오바마케어를 찬성하는 쪽에선 오바마케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병원에서도 가장 큰 비용은 암, 성인병, 심장 질환 등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질병입니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50%에 가까운 의료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오바마케어를 통해서 모든 국민들이 의료보험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으면 조기 진단을 하거나 미리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를 통해 결국엔 의료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전체적인 의료비는 올라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료보험 비용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보험사에서 특정 환자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서 보험사의 위험 부담도 커졌기에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줘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에선 오바마케어를 통해서 제공되는 정부 프로그램의 보험료가 내년에 크게 올랐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공격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일단 내년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많이 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에는 올 해 보험료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계속 높은 비율로 매년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은 의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케어가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을 부추겼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 의료 비용과 그에 따르는 보험료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2천년대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난 15년 동안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특히나 증가율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오기 전과 후에 큰 차이를 보이진 않고 일정한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케어의 시작으로 모든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도 반드시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7. 오바마케어의 미래는?
일단 트럼프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없애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상하원을 모두 다수를 차지한 현 시점에서 국회에 상정되면 민주당에서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필리버스터 또는 다수의 공화당 이탈표를 기대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권에서도 그렇지만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정치적인 논쟁은 표결까지 가기에 아직 큰 산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입장에서도 오바마케어를 저지하는 것보다 그가 더 관심을 갖고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이 남아 있기에 정권 초기부터 오바마케어를 없애는 데 큰 공을 들일 시간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런면에서 저 개인적으론 오바마케어의 운명은 공화당이 4년 후 재선에 성공하는냐에 운명이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예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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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