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님들께 사과드립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과 저는 미국 선거인단 구조가 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줄곧 생각했습니다. 선거인단 숫자가 많이 배정된 주들 중에 민주당 성향의 주가 많았기 때문에 경합주들 중에 한 두 곳만 이겨도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지지율이 비슷하게 흘렀어도 힐러리 클린턴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예측이 빗나갔지만 가장 빗나간 것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일반투표에서 뒤져도 선거인단에서 앞설 수 있다고 말한 전문가는 네이트 실버가 유일했고, 다른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았기에 실버는 오히려 그 발언 때문에 신뢰도가 깎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뚜껑을 열어보니 확실한 블루,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투표의 양극화가 더 심했고, 약간이라도 경합주의 성격이 있는 곳에서는 거의 트럼프가 근소한 차로 승리했습니다. 여태까지 선거에서 경합주들은 대체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모두 한쪽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이아는 경합주에 속했다가 민주당 쪽으로 쏠리는 듯 했지만 공화당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뉴햄프셔는 아직 공화당이 앞서는 걸로 나오지만 민주당이 이길 거 같습니다.)
결국 힐러리 클린턴은 지지율에서 앞서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율로 이룰 수 있는 최대의 성과를 달성한 셈입니다.
매니아님들께 틀린 정보를 제공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도 미국 언론에서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서 드린 정보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말 이번 선거는 끝까지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트럼프에게 크게 거부감을 느꼈던 것은 그분이 대통령 당선이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면서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을 남발해서였습니다. 그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겠지만, 현실주의자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약처럼 황당한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처럼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국의 경쟁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외교와 내치를 할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실망스럽지만 좌절감이 들 정도는 아닙니다. 부정확한 정보로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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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비슷하게 오판했는데요.
트럼프의 당선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이번 선거는 여론 조사 시스템이 아직도 완전히 못하다. 구멍이 많다는 것을 잘 보여준 케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도 그랬지만 미국은 그래도 이쪽에서 엄청나게 첨단을 달리고 있는지라 이정도로 예측이 빗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