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두 도시 이야기 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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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01 20:42:07
"최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으며,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첫 구절입니다. 영화 시작할때 나오는데, 수백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한국을 배경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덤덤하게, 때로는 살짝 살짝 억눌러왔던 속내를 드러내며 고인을 추억하는 이야기입니다.
상영회차가 거의 없어서 오후 두시 반 영화를 봤습니다. cgv 압구정에서 봤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관객층이 연령대가 높았습니다. 제 앞에 입장하신 계단 오르기를 조금은 힘겨워하시던 어르신 내외가 계셨고, 반 이상은 저처럼 수트를 입은 중년층이었습니다. 평일 이 시간에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면 보러 오기 힘든 영화임을 관객들도 다들 알기에 그랬는지, 제법 많은 관객이 들어찼음에도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cgv 예술영화관이고 이름이 안성기관이라는데, 예전 학창시절 가까워서 자주 찾았던 하이퍼텍 나다 생각이 나더군요, 거기는 좌석에도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여튼 다른 스크린과는 달리 본영화 시작전에 광고를 틀지 않고 영화 예고편만 틀어주는데, 놓치기 쉬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위주여서 신선했습니다. 아무래도 광고와는 달리 조금 더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분위기가 더 조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되었고, 상영시간 내내 고인의 목소리가 극장에 울려퍼질때마다 이곳 저곳 좌석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고, 남성분들은 감정을 감추려 헛기침을 해야 했으며, 여성분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시종일관 눈물짓게만 만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고인께서는 굉장히 유머러스한 분이셨고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므로 너무 무겁지 않게 웃으면서 볼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웃음뒤에 찾아오는 진한 그리움에 또다시 눈물짓게 되는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데 이제는 신기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대체 우리는 2016년 현재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건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연일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 뉴스룸을 보듯이 현재 한국 사회는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바보라고 불렸던 고인의 성공 이상으로 실패도 많았던 삶이 바탕이된 목소리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가 외쳤던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그토록 크게 다가오는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비상식으로 가득하기 때문이겠지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ㅡ2007.6.16 노사모총회 축하 메시지
ㅡ2007.6.16 노사모총회 축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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