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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의 리그전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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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22:20:28

다름 아니라 제가 속한 지역아마추어 리그가 오늘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했습니다.
아쉽게 패하는 바람에 승률 5할에 +1승입니다. 작년보다 조금 안 좋은 성적입니다.
그래도 올 한해 큰 부상 없이 전 라운드를 뛰었다는 데 만족합니다.
저는 올해가 리그 2년차였답니다. 길거리 농구만 즐기다가 우연히 팀을 소개받고 들어왔는데
5대5 농구는 차원이 다른 세계더군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어렵습니다. 농구가 팀플임을 깨닫습니다.
특히 뱃살 지긋한 40대 형님들 구력에는 찬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찌든 삶의 무게가 하복부로 집중된 그 분들의 출렁이는 삼점슛은 왜 그리 잘 들어가는 거죠?
커리도 유니폼 벗겨보면 뱃살 출렁거리나요?
방금 전까지 벤치에서 우는 딸내미 달래느라 몸도 안 푼 양반이 어떻게 패스가 나가는 길목마다 떡하니 서서
스틸해가는지...
반쯤 벗겨진 머리카락과 피로에 쩔어붙은 몰골을 보고 오늘은 좀 쉽게 가겠군... 속으로 우습게 봤다가 당한 게임이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주로 4번을 보는데 운동이라곤 전혀 안 하신 듯보이는 과체중 형님들... 밀어도 밀어도 밀리지가 않아요. 나는 주5일 웨이트를 한단 말입니다. 박스아웃은 어찌나 교묘한지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게다가 속공 때 보여주는 점프 없는 레이업이란... 2, 30점씩 득점하고는 오늘은 저조했네 농구도 힘들어서 이젠 요양병원이나 알아봐야겠네, 하시면 저는 다시 길바닥 우레탄으로 돌아가서 공 튀기고 놀아야 하나요?
결론은 그런 분들과 게임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곳에는 진짜 농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nba를 잘 보시지 않아서 저랑은 말이 잘 안 통하지만 그 분들 인생에서 농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는 금방 알 수 있어요. 그깟 농구공이라지만 그들이 지고 나아가는 힘든 삶 가운데서 그 작은 공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눈빛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것은 제 인생에서도, 여러분의 인생에서도 그러하겠죠.
내년 리그전을 기약하며 이제 곧 시작하는 nba와 kbl의 열혈시청자가 되어야겠습니다.
멋진 플레이에 감탄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평생토록 농구를 사랑해온 남자들 앞에서
티브이에서 본 스타들의 플레이를 몰래 흉내라도 내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르브론이 되는 자의식 과잉에 빠져보렵니다. 그렇게 충만해진 자의식이 자꾸만 비겁해지려는 나의 삶을 좀 더 과감하게, 용기 있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요.
녹초가 될 때까지 게임을 즐겼는데 다시 또 게임이 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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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6-10-16 01:27:03

오래오래 농구하는게 바람입니다

다같이 즐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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