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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감상후기(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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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15 16:33:09

 어제 두시 영화를 예매했다가 도저히 용산까지 다녀올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취소하고 오늘 조조로 서현역 메가박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주말이지만 조조임에도 불구, 꽤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고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반은 되어 보였습니다. 주말에 가볍게 즐기러 나온 발걸음이 아님을 알기에 조조시간에 극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더군요.




 MBC에서 20여년간 탐사보도를 이끌어온 최승호 PD가 이 다큐를 제작하고 이끌어나가는데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사건 같은 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앞장섰던 분인데, 파업과 관련하여 해고당하고 지금은 뉴스타파라는 해직 언론인들의 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포스터를 잘 보면 얼마전 개봉했던 미국영화 '스포트라이트'와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듯 합니다.

 시사매거진 2580등의 탐사보도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접하면 일단 조금은 건조하거나 딱딱하게 마련인 전개에 지레 약간 부담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번작 '자백' 에서는 그런 부담을 전혀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상당히 경쾌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놀라기도 하고 격앙되기도 하며 피식 웃음이 터지는 곳도 많고 종국에는 살짝 눈물을 글썽이게도 만듭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옆자리 3분의 중년 여성분들이 계속 팝콘을 부스럭거리고 자기들끼리 속닥대는것이 조금 거슬리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누구 할것 없이 탄식과 분노를 자아내며, 심지어 팝콘을 먹다 사레 들러서 물먹다 재채기를 자꾸 해서 한마디 해야하나 고민하던 순간, 스크린을 보고 터져나온 그 분의 육두문자에 동참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인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저마다 어떤 동질감을 가지게 되는것 같다는 느낌이 굳어집니다.

 무엇보다도 그간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며 지금도 아마 어딘가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이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장면에서는 관객 모두가 웃음이 터져나오고 맙니다. 혹자는 분량에 비해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주는 이 인사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해야 하는것이 아니냐는 농반 진반의 목소리도 있었다는데, 제가 봐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다큐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설마 이정도일줄이야 하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터져나오는 허탈한 실소 말이죠.

 어머니를 모시고 가려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저만 보고 왔는데, 내일이라도 가능하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한번 더 봐야 할 듯 합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이 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우리는 잘 알기에 가급적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평론가 박평식씨가 '참혹한 코미디' 라는 한줄평을 남겼는데, 사실 이 다큐는 보는 이의 감정을 직격하는 진실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주 힘있는 필름이라서 느끼기에 따라서는 올해 최고로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주말에 짬이 나시는 분들은 일부러 극장을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다큐입니다.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마지막에 올라가는 이름들을 보고 있자면 뭉클해지기까지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예전에 개봉했던 천만영화 '변호인' 처럼, 당분간은 이 영화를 지상파에서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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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0-15 15:19:05

참혹한 코메디

참 와닿네요...

제 양친과 같이 보고 싶은 영화이다만...

힘들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WR
2016-10-16 10:51:47

안타깝지만 혼자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2016-10-16 17:32:39

저는 봤습니다

같이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만

정치쪽 일을 하고 살아오셔서 설득이 매우 힘이 듭니다...

CGV에서는 간간히 상영관을 잡아놓은것 같은니 잘들 찾아보세요

저는 여의도 CGV에서 관람했습니다

2016-10-15 16:59:03

이 글보고 예매했습니다.

아쉬운건 CGV, 롯데 같은 영화관에서는 상영을 안해 집에서 조금 멀리 있는 메가박스를 가야한다는 점이네요

WR
2016-10-16 10:52:34

jtbc의 연장선상에 있는 중앙일보 계열이라 그런지 메가박스에서는 스크린이 좀 있더군요, 저도 메가박스에서 오랜만에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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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19:02:48

점차 믿고 보는 iceman 님의 리뷰..
이번에도 덕분에 예매했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6-10-16 10:53:43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좋은 관람 되시기 바랍니다~
2016-10-16 13:30:49

리뷰덕분에 부랴부랴 조조보고 나왔습니다.
입안이 텁텁한게 고구마먹은 느낌이네요....
리뷰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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