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관람후기
3769
Updated at 2016-09-28 18:02:45
오늘 오전에 cgv 앱을 열어보셨던 분들은 아마 놀라셨을텐데요, 새벽부터 계속 먹통이어서 오늘 모바일 티켓을 예매했던 저로써는 좌석번호도 모르고 몇관인지도 모르고 대충 상영시간만 아는 상태여서 살짝 걱정도 되었었는데, 정오쯤 되니 다행히 복구가 되었더군요.
그런데 그 시간동안 전혀 예매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는지. 두시 영화를 보러 한시반쯤 극장을 찾았는데 매표소 앞이 인산인해가 되는 진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오늘 직원들 고생 많았는데, 또한 문화의 날을 맞아 극장 찾으신 분들 불편이 많았겠습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예매좌석이 꼬였는지 직원이 아예 극장안에서 상영시작전까지 자리 정리하느라 시끌벅적했는데요, 이 모든것이 오늘 영화의 복선이었다는것을 영화 끝나고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화 끝나고 수많은 여성관객들이 일제히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뒤이어서 나왔는데, 다들 묘한 표정이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를 리드하고 있는 주연급 남자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며 심지어 정우성이라는 세월을 빗겨간 반항의 페르소나와 정우성을 능가하는 모델 기럭지를 자랑하는 주지훈등 여성팬들을 끌어모을만한 캐스팅과 최근 미칠듯한 흥행 페이스를 보여주는 황정민, 그리고 올해 곡성으로 단독주연도 무리없이 가능함을 증명한 곽도원까지 관객에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는 충분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곽도원은 검사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게다가 90년대 수많은 청춘들에게 바이크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던, 그리고 만화에서 걸어나온 주인공 이민 그 자체였던 정우성으로 신드롬을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이 다시금 정우성과 손 잡고 하드보일드 느와르를 찍는다는 소문에 오늘 어중간한 시간인 두시쯤인데도 불구, 객석은 거의 꽉 들어찼습니다. 특히 여고 동창회라도 하신건지 중년의 여사님들 부대가 여럿 와 계시더군요.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은. 이 영화는 '과잉'의 영화라는 것입니다. 일단 관객듩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김성수 감독은 찍는동안 아주 그냥 즐거워서 입이 귀에 걸려있었을것이 눈에 선하더군요. 이만한 배우들을 원없이 굴려가며 자기가 그토록 좋아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를 심의 신경안쓰고 극도의 사실적인 묘사로 맘껏 찍었으니까요. 당연히 이 영화는 청불 등급이며 가족끼리 볼리도 없지만 혹 보시려는 분들은 다른 영화 알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데이트 무비요? 에이, 농담 마세요.
촬영은 아주 훌륭해서 특히 중반 카체이스 씬은 박수 받을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은, 오죽하면 평론가들이 '이렇게까지나 나갔어야 했나' 라는 평을 들을만큼 망가져 준 배우들의 노력은 충분히 화면에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일부러 과도한 폭력을 사용하여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고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타란티노식의 피칠갑과는 달리 보고 있기가 좀 괴로웠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 심각하게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끝내주는 배우들을 모아놓았고 촬영도 멋진 그림을 쫙 뽑아주었지만 그 숱한 폭력속에서도 별로 긴장감은 없고 죽을 고생하는 정우성이 안쓰러울 따름이었습니다. 황정민이야 여러분이 떠올리시는 그 목소리와 톤으로 능글능글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기는 하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자체가 죄다 과잉이라서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대사빨 하나만은 기가 막혔던 신세계와 달리 대사 처리도 믹싱의 문제인지 시나리오의 문제인지 여기저기 묻히는 곳이 있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영화보기 전에 크고작은 소동들이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나서야 이 영화 제목을 다시한번 되뇌어 보게 되었습니다. 진짜 아수라 판이라구요. 볼만은 한데 다시보고 싶다거나,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하드보일드 느와르 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것도 같습니다. 스타일리쉬한 점과 배우들의 고생을 생각해서 10점 만점에 7점.. 주겠습니다. 편안한 오락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24
Comments
글쓰기 |
영화끝나고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아수라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