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껌값? -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립니다.
런던에서 부동산 헤지펀드가 거래중지 되는 등 브렉시트로 인해 부동산 하락의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는 기사를 읽고 런던에서 펀드매니저 등 상류층 금융업 종사자들의 주거지역 집값을 찾아봤습니다. 비쌀 줄은 알았지만 매물 가격을 보니 눈만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대도시 집값에 대한 국내 뉴스를 살펴봤는데, 지난달에 YTN 뉴스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뉴스에 따르면 세계적인 대도시에 비해 서울의 집값은 껌값입니다.
그 소스를 찾아보니 중앙일보인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세계 주요도시의 아파트 값을 비교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제 생각에 서울의 아파트 값이 런던, 뉴욕이나 홍콩과 이정도로 많이 차이나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평균 1.5~2.5배 정도일 겁니다. 어제(7월 12일)자 조선일보에서는 비교적 저의 생각과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이어지다 결론은 다시 황당해졌습니다. 결론이 앞의 본문과 맞지 않습니다.
“실제 외국의 집값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영국 런던에서 공급면적 120㎡(전용 100㎡ 수준) 집을 살 경우 집값은 47억6527만원이 들고, 서울에서는 6억5136만원이 든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2/2016071200003.html
그러니까 35평 아파트 기준으로 런던의 집값이 서울보다 8배가량 비싸다는 이야기입니다.
런던의 상류층 금융업 종사자들이 모여 사는 곳은 메이페어, 켄싱턴, 나이츠브리지, 홀랜드 파크, 리젠트 파크 등인데, 제가 확인한 이곳의 집값은 서울 강남의 열배가량입니다. 켄싱턴의 2베드룸 아파트가 100억원, 3베드룸 아파트가 200억원 정도입니다. 역대급으로 비싼 아파트는 2010년에 약 2200억원에 팔린 300여평 전용면적의 단층(꼭대기층) 아파트였습니다. 2200억원이면 서울 강남의 대형빌딩을 사고도 남는 돈입니다.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런던의 모든 지역이 이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주거지역은 서울의 아파트 값과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평균을 내면 서울보다 2~2.5배쯤 비쌀 것 같습니다. 기사처럼 8배까지는 결코 아닐 겁니다.
분명한 것은 런던과 홍콩의 아파트 값은 서울보다 훨씬 비쌉니다. 홍콩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700억원 가량입니다. 그리고 뉴욕, 파리, 도쿄의 아파트 값도 서울보다 비싼 것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대도시의 집값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20세기 말에 인터넷과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21세기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시 집중도가 낮아질 거라고 예측한 바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보통신이 발달하면 수시로 사람들 사이에 원거리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모여 있을 필요가 줄어들고 일대일 대면접촉의 필요성도 줄어들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통신과 인터넷 및 SNS 등의 발달로 상대와 곁에서 마주보면서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얼마든지 깊은 수준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도시에서만 가능했던 업무가 시골에서도 가능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 반대로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아 대도시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런던, 홍콩, 뉴욕의 금융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 이탈리아의 패션가 등에는 사람들로 더욱 밀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은 통신과 인터넷 및 SNS 등이 사람끼리의 만남을 대체하는 대신에 그들의 만남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고 부추겼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사람을 만나기에 너무 크고 복잡한 곳이었던 대도시가 이제는 서로의 만남이 용이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통신과 인터넷 및 SNS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가까운 곳으로 몰리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터넷과 SNS등 원거리 통신을 하더라도 외딴 곳에서 하는 사람보다 도시에서 하는 사람들이 사교 생활에 더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도시에 모여 있는 사람들끼리 훨씬 더 많은 경쟁, 피드백,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고, 서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점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누리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예로 서울의 상류층이 모여 사는 초고가 주택 타워팰리스는 세대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그곳 입주민들 간의 교류가 훨씬 빈번해졌고 그 안에서 고소득 전문직과 사업가들은 서로 인맥, 친맥, 심지어는 혼맥까지 맺고 있습니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최상급의 인맥이 만들어진다고 저에게 말하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정보화는 이런 식으로 대도시에게 유리함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인구밀집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공급자들이 앞을 다투어 대도시에 제품을 공급하려고 경쟁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 비싼 집값, 교통의 불편함과 각종 혼잡함을 감수하고 세계적인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7월 25일부터 20일 동안 미국 출장이 있는데, 그 전에 준비할 일들이 많고 바쁠 것 같습니다. 바쁘더라도 출장 전까지는 가능하면 자주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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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TX가 생긴 이후로 오히려 지방에서 살 마음을 더욱 굳힌 계기가 되었는데 그와 대조적인 내용이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