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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아베의 꿈이 이뤄지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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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9 16:38:36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만들어졌고, 태평양전쟁 이후의 동아시아 질서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그리고 한반도 남부를 점령통치한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점령통치 철학은 이들 세 지역에서 각각 달랐습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일본 본국은 천황제를 유지하면서 비군사화, 민주화에 중점을 두는 평화국가로 한다. 단,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군비도 가능할 수 있다.

두 번째, 오키나와는 미국의 군사기지로 한다.

세 번째 한반도 남부는 북부의 공산주의와 대치하는 최전선으로 친미정권을 수립하고 지원한다.


일본제국의 군국주의와 대외침략의 중심에는 천황이 있다는 것이 당시 미국 루즈벨트 행정부의 견해였으나 연합국 최고사령관의 자격으로 실질적인 일본의 총독 역할을 맡고 있던 더글러스 맥아더는 천황의 처벌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천황의 협력을 얻어낸다면 일본은 미국의 충실한 가신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맥아더는 미국 여론과 국제적인 압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천황을 지켰고, 그의 생각대로 쇼와 천황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일본은 미국의 충실한 가신 국가로 변모했습니다.


20세기에 더글러스 맥아더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역할을 맡았고 역사적인 평가도 엇갈리는 인물은 흔치 않습니다. 맥아더는 아시아를 점령하고 미국화 시킨 정복자인 동시에 압박과 설움을 받던 아시아인의 해방자이기도 했습니다. 맥아더는 2차 대전 중 일본군을 필리핀에서 추방한 해방자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을 개혁함으로써 군국주의를 추방하고 일본인들이 패전의 망령을 벗어나게 한 해방자였고, 한국전쟁에서도 남한을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한 해방자였습니다. 이런 역할의 이중성으로 인해 맥아더를 평가하는 일은 앞으로도 입장에 따라 시각적 편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본국헌법’이라는 이름을 갖는 현재 일본의 헌법은 1946년 2월에 연합국 최고사령부에서 제시한 이른바 ‘맥아더(MacArthur) 안’을 기초로 하여 일본정부에 의해 작성되어 1946년 11월에 공포되었고 이듬해 5월에 시행되었습니다. 일본의 헌법은 1947년 시행된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으며, 국민주권, 기본적 인권의 존중, 평화주의라는 3가지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국헌법은 국가조직과 기본적 질서를 규정한 전문(前文)과 11장 103개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쟁 포기, 군사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제9조에 명시하고 있어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국헌법의 제1조에서 8조까지는 천황의 지위를 규정한 조항임입니다. 따라서 제9조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 헌법의 제1조에 해당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국 헌법9조】

①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이것을 포기한다.

②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국헌법 제9조에 의해 천황과 일본 국민은 일거에 평화주의자로 둔갑했고, 태평양전쟁과 군국주의의 책임을 1급 전범으로 여겨진 군인 및 정치가에게 떠맡긴 채 천황과 일본국민의 전쟁책임 문제는 뒤로 물러났으며 이어지는 냉전으로 인해 소멸되었습니다. 냉전기를 거치며 미국의 개정요구에도 헌법9조가 개정되는 대신 자위대를 통한 가벼운 무장만이 있었고 일본 본토의 군사화는 정도가 낮았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큰 이유는 헌법9조를 지지하는 다수 일본 국민의 힘과 평화운동의 힘이었습니다.


1989년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대를 전후하여 여러 공산주의 나라가 차례로 붕괴함에 따라 냉전 구조는 해체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걸프전쟁과 유고의 민족대립 및 유혈사태 캄보디아의 내전 등의 일련의 사건들은 이들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적인 군사협력이 필요하다고 하는 일본 내 군사적 국제공헌 담론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특히 걸프전에서 130억 달러란 거액의 전비를 내고도 미국과 동맹국으로부터 인적 공헌이 없는 수표외교라는 비난을 받게 되자 일본 내에서 자위대를 통한 군사 공헌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이러한 국제 공헌론의 영향 아래 미일안보를 통해 미국의 국제 전략의 일익을 담당함으로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여론이 과반수에 이르게 됩니다.


이와 같은 폭넓은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광범위한 개헌론이 대두 되는데 그 특징은 자위대 해외 파병제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9조 개정을 주안점으로 하면서 동시에 전면적 개헌론의 형태를 취한 것이었습니다. 2005년 자민당은「신헌법 초안」을 발표하여 헌법의 전면적 개정안을 주장하였고, 민주당도 2004년 중간보고를 거쳐 2005년 10월「헌법 제언」을 발표하여 창헌의 입장을 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2007년에 일본 내 평화주의자들은 '9조의 회'를 구성하여 평화헌법 9조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9조의 회의'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되었습니다. 이러한 호헌 논의는 이전과는 다른 담론을 형성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인권의 기치를 높인 평화적 생존권의 강화입니다. 과거처럼 미일안보폐기를 전제로 한 자주방위론과 비무장중립론을 외치며 자위대 위헌 운동 등을 전개한 직접적인 호헌 운동으로서의 모습은 퇴조하였습니다. 그 대신 새로운 호헌운동은 9조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로서 범국가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인권을 기저로 평화적 생존권을 중심으로 한 인권담론을 만들어 나가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개헌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전부터 현행 헌법은 일본이 점령당한 시대에 점령군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개헌을 위해 국민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재집권 후에도 아베는 임기 중에 개헌 임무를 완수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구체적인 시도가 없었던 이유는 개헌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헌을 하려면 먼저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우선 중의원 100명과 참의원 50명 이상이 동의해야 개헌안을 국회에 올릴 수 있습니다. 이어 양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장애물은 여태껏 어떤 정권도 도달한 적이 없는 장벽이었습니다. 이 두 장애물을 통과한 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져야 개헌이 완료됩니다. 투표자의 과반수가 아닌 유권자의 과반수입니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국민여론은 단 한 번도 개헌 찬성이 다수였던 적이 업었습니다. 그나마 올해가 가장 근접한데 아직도 반대여론이 55%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양원의 재적 3분의 2가 찬성한다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아베는 두 번째 장애물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일(7월 10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에 찬성하는 개헌 4당의 의석이 3분의 2(242석 중 162석)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론조사들은 공통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영국과 달리 상원인 참의원도 선거를 통해서 뽑으며, 참의원의 권한도 중의원 못지않게 강력합니다. 참의원은 임기가 6년으로 중의원보다 2년이 깁니다. 미국의 상원처럼 한꺼번에 다 바꾸지 않고 3년에 한 번 절반씩 선출하기 때문에 기존 의석과 신규 의석을 합쳐서 전체 판세를 보는데 이번 선거에서 개헌 4당이 기존 의석을 합쳐서 16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헌 의석인 162석을 넘기는 것은 물론 최대 172석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옵니다. 개헌 4당의 중의원 의석은 이미 3분의 2를 훨씬 넘긴 상태여서 참의원에서 162석만 넘기면 이론적으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습니다.


근래에 아베노믹스는 흔들리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에게 아베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40%~50%대를 기록하고 있고, 집권 자민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 또한 제1야당인 민진당의 3~4배 수준에 이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베의 바람대로 일본이 개헌에 이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일본은 개헌에 가까인 다가선 것이 분명합니다. 내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신경 쓸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어서인지 일본의 개헌 움직임에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합니다.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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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7-09 17:25:27

민주당이 손 쓰기 힘들정도로 망가진게 크죠. 그나마 어떻게든 남은 세력 끌어모으기도 하고(유신당과 합당), 호헌파 야당(민진, 공산, 사민, 생활)이 역사상 처음으로 1명 뽑는 선거구 32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기도 했는데 여전히 밀리네요.. 설사 이번 선거에서 개헌세력이 참의원에서 3분의 2를 얻는데 실패하더라도 민진당 내 개헌 찬성 세력을 끌어들이든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아베 내각은 어떻게든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하나 의문인 건 여론 조사를 살펴보면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이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들에 비해 상당히 많던데 아베가 개헌의 정당성을 어떻게 설득할지 모르겠네요.

WR
2016-07-09 19:08:48

개헌이 이슈가 되면 민진당의 득표가 오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게 더욱 암울합니다. 우선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4당이 몇석을 얻는가를 지켜봐야 하는데, 162석을 넘긴 다음에 본격적으로 개헌을 이슈화하면 여론의 향배가 어느 정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정부도 주변 나라와 연합해서 외교압력을 넣을 겁니다.

Updated at 2016-07-09 19:30:40

아베의 전략이 그거인듯하네요. 개헌을 목표로 하는 걸 최대한 숨기고 다른 이슈들로 선거를 치르는거요.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면 지난 안보법제 파동 때처럼 해치울 듯하네요.

근데 오늘 공명당 대표가 당장 개헌은 없을 것이다라고 인터뷰해서 기사 떴던데 믿으면 안 되겠죠..? 진짜 공명당은 오락가락 어디로 가는지 아베가 일처리 방식(안보법제, 이번 개헌)보다 더 마음에 안 드네요.

WR
2016-07-09 23:40:12

공명당 대표는 2014년 여름에 처음으로 개헌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올해 3월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당장 개헌하는 거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고 있지만 자민당이 강하게 추진하는 경우 거기서 이탈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아베는 이미 올 초부터 7월 선거의 핵심 이슈는 개헌석 확보라는 말을 해왔는데, 정작 선거가 다가오자 개헌 이야기는 완전히 빼고 경제 이야기만 하네요.

2016-07-09 20:44:21

개헌하고싶어서 북한에 돈주고 일시키는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WR
2016-07-09 23:41:08

연립정부 참의원 의석이 3분의 2를 넘는다면 일본은 뜨거운 개헌정국으로 치닫게 될 거 같습니다.

2016-07-10 12:47:25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클레임을 걸 힘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론 절대 약하지 않은데 주변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라 끗발이 안먹히는것 같아요.

WR
2016-07-10 14:22:51

일본의 재무장과 전쟁준비에 대해서만큼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가장 높은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침략 덕분에 나라가 두동강이 나고 매년 전쟁 공포속에 살아야 하는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2016-07-10 20:54:16

저도 필요성과 목소리 높여 알려야 한다 생각한데, 그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내외상황이 답답하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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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0 23:37:55

걱정했던 것처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넘었네요. 말씀처럼 국내외 상황이 답답합니다.

Updated at 2016-07-11 07:26:23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저런 아베의 움직임에 태클을 걸지 의문스럽습니다.

WR
2016-07-11 21:03:53

아베가 개헌을 밀어부치면 우리 국민들이라도 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태클을 걸게 만들어야 하겠지요. 개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 동아시아가 시끄러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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