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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와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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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5 12:15:21
얼마전에 Damon Bailey 님이 쓰신 '그리스 위기와 유로화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라는 글을 참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깔끔하게 잘 정리해주셔서, 이미 알고 있는 사건들이지만 다시 한 번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댓글들을 읽어보니 조금 이해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 미약한 능력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그리스 사태에 대해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끄적여 보고자 합니다. 
 

1. 
국가의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얘기가 많은 가계부채 총액, 한때 정부가 줄기차게 증가시키겠다 외치던 고용률,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특히 민감한 집값 상승률 등, 이 모든 지표들은 정부가 국가의 경제 상태를 판단하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가 됩니다. 활용할 수 있는 지표들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국가들의 경제 정책은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 역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은 국내 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했는지입니다. 국내총생산(Y)는 소비(C)+투자(I)+정부지출(G)+순수출(X-T)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 굉장히 정교하지 못하게 보이는 식이 이번 그리스 위기의 원인을 알 수 있는 열쇠입니다.


2.
 국가가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에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환율정책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를 예로 들면, 경기 불황에 따라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는 주로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늘리는 통화정책에 주력합니다.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해 국고의 돈을 시중으로 푼다던가, 은행의 지급준비율 등을 낮추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을 높여준다던가, 기준금리를 낮추어 멈추어 있는 돈의 흐름을 풀어준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말이지요. 통화정책이 아니라면 환율정책을 택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일본의 아베 정권이 통화량 증가 등을 통해 자국 화폐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림으로써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통화량의 조절이 주된 수단이라는 점에서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유로존은 이런 개별 국가의 경제정책을 애초부터 제한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이, 중앙은행은 있되 재무기관이 없다는 점, 자본의 이동은 활발한데 문화적 차이등으로 인해 노동의 이동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 국민 성향의 차이로 인해 제도적 마찰이 발생한다는 점 모두 이번 그리스 위기의 원인이지만, 유로화를 공통의 단일화폐로 사용하게 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주적인 통화 발행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점, 국가 간에 "환율"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지 못한 점, 그래서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은 재정정책 밖에 없었다는 점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재정 정책은 말 그대로 국가의 재정을 이용하여 경기를 조절하는 방법인데, 국가의 복지 예산 증액, 공공부문 지출 금액 증가 등이 이에 속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Y=C+I+G+(X-T)의 구조에서, 이 재정정책은 G의 증가를 통해 Y에 직접적인 증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C와 I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Y의 증가를 의도합니다. 적정 통화량과 환율을 계산하고 예측해야 하는 통화정책과 환율정책과는 다르게, 정부의 돈이란 쓰면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간단하고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부의 재정은 국민으로부터의 세금과 국가 채무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정책의 시행에는 세금 증액이나 국가 부채 증가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정부가 세금을 증액한다면, 소비(C)와 투자(I)에 악영향을 끼쳐 오히려 Y에는 의도한 것과는 다른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정부는 대개 재정정책 시행 시 국가 부채를 늘리는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하고는 합니다.


4.
 경기 변동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정책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줄이고 꾸준히 성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스스로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버린 셈이고, 재정정책이라는 한 자루 칼만을 가지고 경기 변동에 대처해야했습니다.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이 소비와 투자에 자극을 주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기초로 하는데, 애석하게도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의 PIGS 국가들은 관광산업이 자국 산업 구조의 대다수를 차지하여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한계가 있습니다. 투자가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액이 증가해야하는데, 관광산업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투자유발효과가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일시적으로는 높아진 구매력으로 달콤한 꿈을 꾸었지만, 정부에게는 세 자루 중 가장 무딘 칼만 남겨주었고, 경기 침체의 시기에 정부 지출이 끊임없이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면서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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