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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가가 건드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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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4:31:14

한 10년 전부터 예능이 유행해 온 패턴을 보면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한도전》 류의 리얼 버라이어티, 다음으로 《1박2일》 같이 어디론가 여행 가서 즐기는 예능 류, 이후 좀 산만하게 이것저것 유행하다가 《아빠 어디 가》가 나오면서 애들이 나오는 예능이 유행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요리 예능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저는 이 흐름을 '진짜에 대한 갈구'라고 정의합니다. 예능 르네상스를 불러 온 무한도전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지금은 많이 내려갔지만 한 때는 대한민국을 양분했던 강호동 씨가 매번 외쳐대던 구호도 '초특급 리얼 버라~~~~~~~~이어티'였죠. 자신들은 진짜다...... 진짜 그냥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웃겨드린다,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박2일 대본이 유출됐을 때 한동안 네티즌들이 대본이 있었냐고 술렁대기도 했죠. 진짜 말도 안 되는 복궐복을 통해 울상짓는 연기자를 보여주며 웃음을 뽑아내는 게 1박2일이었으니까요.


무한도전이 자꾸 장기 프로젝트로 어딘가에 도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대회에 출전한다든지, 방송 상황이 아닌 무언가에 내던져진다는 것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작가들이 대본을 써서 스포츠댄스 대회에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63빌딩을 닦는데 cg를 쓸 수도 없죠.



그럼에도 더 진짜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게 아빠 어디 가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애들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요. 거짓말 못 하는 애들의 천진한 반응을 보고 귀여워하며 웃는 게 아빠 어디 가 같은 애들이 나오는 예능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봅니다. 그마저도 이제 《슈퍼맨이 떴다》인가요? 글자도 못 읽는 천진들 쪽으로 패턴이 넘어갔지요.


최근 유행하는 요리 예능들도 그런 맥락이라 봅니다. 거기서 직접 요리하는 걸 보여주면, 요리 기술과 맛은 거짓말을 못 하는 것이니까요. 이 와중에 맹가가 등장해서 맛없는 요리를 하고, 그걸 대충 덮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환상, 즉 저건 거짓말을 못 할 거라는 환상이 모조리 깨진 겁니다.


결국 시청자들은 계속 진짜! 진짜!를 갈구해왔고, 그에 부합하는 식으로 예능을 진화를 했다고 봅니다. 거기서 진짜 프로들이 나와 시청자들의 감탄사를 받으며 거짓을 넣을 수 없는 기술들을 펼치는데 맹가는 거기서 거짓을 말했고, 그 때문에 맹가에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원래 하고팠던 얘기는 '진짜는 원래 귀하고 드물다.'는 얘기였는데 여자친구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막 쓰다 보니 두서가 없네요. 앞으로도 어떻게든 진짜를 보여 줄 수 있는 식으로 예능은 진화할 거라고 봅니다. 다음은 어떤 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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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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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4:34:14

K2님 글은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도 드립니다

여자친구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써주셔서 책상도 드립니다

2015-07-04 14:52:55

글 설득력있게 재밌게 잘 쓰셨네요
기승전여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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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14:57:55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만..
전 페어플레이의 대한 갈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의 갑질논란과 학연 혈연 지연, 자본주의 백그라운드(?)같은 사회적 논란속 숨 막혀있던 와중에 어리고 돈 많지만 요리실력이 부족한 남자의 등장으로 게임에 대한 페어플레이가 깨진다는게 우리가속한 사회생활에 대입해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2
2015-07-04 15:52:40

글을 보니 저부터도 진짜를 원했나봐요.

요즘은 아빠를 부탁해를 재밌게보고있어요.

리얼이란 생각이 들어서그런지 확실히 몰입도가 있어요.

얼마전에 제가있는곳에서 런닝맨촬영을 했는데 제작진이 원하는대로 없던 벽도 생기고 오전 10시는 되야 여는 카페가 아침6시에오픈을하고 연예인들이 앉아서 지나가는 런닝맨들과 인사를 하는데 참..알고보니

맥이 풀린달까..

요리프로는 당연히 진짜요리사가 나와 펼치는 요리경연이라 생각했는데..집에있는 마누라보다 못할거같은 그것도 쉐프라고 불리는 ..요리사 . 요리쪽은 전혀모르지만 쉐프라하면 굉장한 전문가라생각했는데..

맹가에 대한 논란이 너무 심한거아니냐고하는사람도있지만  그배신감은 상당하다는거죠.

요리프로는 이제 편안하게 집중해서 보는게아니라 진짜,가짜를 구별해서 보는 일반예능이 되어버린거같아요.

2015-07-04 15:55:31

k2님 글을 보니 요즘 삼시세끼와 꽃할배시리즈가 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지 이해가 되네요~ 특히 이서진이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게 굉장히 솔직한 모습으로 나온다는 거죠.
꽃할배에서는 할배들 짐꾼역할하면서 힘든티 막내고 스탭들한테 불평하면서도 할배들에게 신경쓰는 마음됨됨이가 절묘한것 같아요. 삼시세끼에서도 요리라든가 농사일이 어색한 것에 못마땅한 모습에서 조금씩 그 안에 재미를 찾는 모습이 공감가거든요.

2015-07-04 16:59:58

처음에 제목만 보고 맹자의 학설에 대해서 새로운 의견이 나온줄.....

2015-07-04 22:39:55

매우 일리 있네요 지금까지 예능의 일련의 발전이 진짜 리얼을 갈구하는 과정이다라..

굉장히 설득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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