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가가 건드린 것
한 10년 전부터 예능이 유행해 온 패턴을 보면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한도전》 류의 리얼 버라이어티, 다음으로 《1박2일》 같이 어디론가 여행 가서 즐기는 예능 류, 이후 좀 산만하게 이것저것 유행하다가 《아빠 어디 가》가 나오면서 애들이 나오는 예능이 유행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요리 예능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저는 이 흐름을 '진짜에 대한 갈구'라고 정의합니다. 예능 르네상스를 불러 온 무한도전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지금은 많이 내려갔지만 한 때는 대한민국을 양분했던 강호동 씨가 매번 외쳐대던 구호도 '초특급 리얼 버라~~~~~~~~이어티'였죠. 자신들은 진짜다...... 진짜 그냥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웃겨드린다,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박2일 대본이 유출됐을 때 한동안 네티즌들이 대본이 있었냐고 술렁대기도 했죠. 진짜 말도 안 되는 복궐복을 통해 울상짓는 연기자를 보여주며 웃음을 뽑아내는 게 1박2일이었으니까요.
무한도전이 자꾸 장기 프로젝트로 어딘가에 도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대회에 출전한다든지, 방송 상황이 아닌 무언가에 내던져진다는 것은 절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작가들이 대본을 써서 스포츠댄스 대회에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63빌딩을 닦는데 cg를 쓸 수도 없죠.
그럼에도 더 진짜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게 아빠 어디 가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애들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요. 거짓말 못 하는 애들의 천진한 반응을 보고 귀여워하며 웃는 게 아빠 어디 가 같은 애들이 나오는 예능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봅니다. 그마저도 이제 《슈퍼맨이 떴다》인가요? 글자도 못 읽는 천진들 쪽으로 패턴이 넘어갔지요.
최근 유행하는 요리 예능들도 그런 맥락이라 봅니다. 거기서 직접 요리하는 걸 보여주면, 요리 기술과 맛은 거짓말을 못 하는 것이니까요. 이 와중에 맹가가 등장해서 맛없는 요리를 하고, 그걸 대충 덮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환상, 즉 저건 거짓말을 못 할 거라는 환상이 모조리 깨진 겁니다.
결국 시청자들은 계속 진짜! 진짜!를 갈구해왔고, 그에 부합하는 식으로 예능을 진화를 했다고 봅니다. 거기서 진짜 프로들이 나와 시청자들의 감탄사를 받으며 거짓을 넣을 수 없는 기술들을 펼치는데 맹가는 거기서 거짓을 말했고, 그 때문에 맹가에 시청자들이 분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원래 하고팠던 얘기는 '진짜는 원래 귀하고 드물다.'는 얘기였는데 여자친구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막 쓰다 보니 두서가 없네요. 앞으로도 어떻게든 진짜를 보여 줄 수 있는 식으로 예능은 진화할 거라고 봅니다. 다음은 어떤 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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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님 글은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도 드립니다
여자친구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써주셔서 책상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