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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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8 17:06:00
하루 하루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재밌습니다.
하지만 사는 인생이 즐겁냐고 묻는다면
모르겠습니다.
취미생활도 독서, 만화책, 게임, 매냐, 기타 등등 가득하고 관심사도 넘쳐서 심심할 일이 없습니다.
한 참 귀여운 두돌 배기 딸래미도 있어서 힘들어도 갸만 보면 그저 신납니다.
그럭저럭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모은돈은 없어도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습니다.
근데 왜 즐겁지 않냐...
1. 직장 생활에 흥이 안납니다. 일보다 보고... 기본보다 성과지향
닥치고 알아서 죽어라 네네하며 비비며 지내야 오래다닐 걸 알지만 못하겠어요...
어느덧 과장인데 매일 담당일을 열심히 해라가 아니라 위에 어필할 새로운
보고서 좀 만들어내라! 매주! 퀄리티 좋게.. 매일 하는 일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2. 어느새 마흔이 코앞인 상황에서 이젠 이상황이 끝없이 이어지다 어느순간 눈감을 것 같아요.
아이는 좋지만, 어쩌다 보니 와이프 부모님 심지어 형제까지 모두가 제게 기대기만 하는 것
같은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힘든 것도 알고 돕고도 싶지만, 정녕 제가 힘든건 아무도
몰라주니... 그냥 답답합니다.
3. 사실 10년간 두번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두번다 죽을 위기를 간신히 넘겨서
인생 별거 아니다 즐기며 마음 비우고 살자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특히나 가족이 있으니 제맘대로 뭘 할 수가 없어요.
얼마전에 제속타는 지도 모르고 지방에서 아버지이 와서
왜 아파트 안사냐.. 차 안사냐.. 니가 재테크를 못한거다. 라고 말한다음에
몇천만 달라고 하는 걸 보고 울컥해서 이래서 빚내서 뭘 시도할래야할 수가 없다.
뭔일 생길지 알고 제테크나 빚내서 아파트라는 모험을 하느냐
세상에 본인 힘들다고 나에게 하소연하는 사람은 많은데 두번 저승 문턱까지
갔다와서 그래도 일하고 사는 내게 누구 한번 가족이라고 괜찮냐고 힘드냐고
물어보는 사람 한명 없다며 3~4년간 아버지처럼 이렇게 하소연하며
가져간 돈이 1억이다. 라며.. 터졌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도 모르고 가족중 누군가는 또 제게 돈 좀 융통해달라며
다음날 아쉬운 소리를 해댔죠.
직장도 미칠듯이 다니기 싫고 힘들어 고민하는데
사방에서 힘들단 사람과 돈 이야기 하는 사람만 있으니
이게 진짜 일시적일까 끝나지 않는 쳇바퀴일까 하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나 마흔줄에 들어서게
되면 진짜 늙어서 즐거운 일 없이 그냥 돈버는 기계로
꿈 없는 아저씨로만 남게 될 것 같아서 하루 하루가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냥 벗어나는 것만큼 무책임한일도 없을 거고요...
그냥 일요일 낮에 맥주 한잔 하고 하소연할 곳 없는 아저씨가 떠들어보는 거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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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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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생산직 5년차입니다
제임스님 인생은 거의 제상상속에서나 일어날듯한 꿈처럼 좋은 일들 뿐이네요. 5년동안 일만한 기억밖에 없지만 모인돈은 얼마 안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머 변변 찮은거ㅠ해줄 여력도 없어요
참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게 수없이 많고 잘 일하다가도 그런생각이 또 나면 기분 잡쳐지고 심지어 몸도 다 망가졌어요
한 몇달동안은 술로 지냈는데 몸이 망가져서 이제는 덜먹고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아마 저도 지금보다 더 망가질테죠.
오늘은 일요일이라 5시에 끝나서 기분은 좋네요. 머 죽지 않고 살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의미 있는 일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