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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2 :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던 금융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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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4-27 00:36:51

독일의 마르크는 라이히스마르크를 대체하여 1948년 서독의 통화로 출범해서 통일 독일의 통화의 역할을 맡다가 2002년 유로화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래 그림의 화폐는 유로화로 대체되기 직전의 독일 10마르크 지폐로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6천원 정도의 가치를 갖습니다.



10마르크 지폐 속의 인물은 수학자 가우스입니다. 과학자에 대한 특별한 경외심을 갖는 독일의 문화에 비추면 10마르크의 인물이 가우스인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지폐의 한 가운데를 확대해서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잡한 모양의 함수식과 그래프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대졸자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독일인이지만 복잡한 수학적 기호와 그것의 이해에는 우리보다 훨씬 능숙합니다.



이 지폐는 가우스가 현대 과학 문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정규분포곡선의 유래를 찾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가우스의 발견은 '중심극한정리'라고 불리며 현대 통계학, 수학 물리학은 물론 전체 자연과학과 공학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중심극한정리를 엄밀하지 않게 표현하면 "작고 관련이 없는 많은 확률효과들이 합쳐서 만들어진 자료는 근사적으로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정규분포는 이런 경우에 나타나고 또 이런 경우 말고는 절대 나타날 수 없습니다. 혹시나 매니아님들 중에서 어떤 집단이나 자료를 묘사하는 데 정규분포를 사용하고 싶다면, 그 이전에 꼭 하나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자료는 서로 관계없는 많은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인가? 맞다고 생각하면 정규분포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게 아니면 절대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자연과학적 현상과 적지 않은 사회과학적 현상들이 정규분포를 따릅니다. 예를 들면 작년 수험생들의 수능점수, 학생들의 키와 체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 가구의 전력수요 등등 이들 모두는 작고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다른 효과들의 결과이므로 이들이 합쳐서 만들어진 모집단은 근사적으로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실제로 통계 응용에서는 다수의 모집단들이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을 가정하는데, 그 가정이 현실적이라는 것을 중심극한정리는 말해줍니다.


t-분포를 이용하여 작은 표본으로 모집단 평균을 추정하는 것, 카이제곱분포와 f-분포를 이용한 모집단 분산 추정 등은 기본적으로 모집단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중심극한정리에 의하면 작고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효과들의 모인 모집단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해도 괜찮으므로 t-분포, f-분포 및 카이제곱분포의 사용은 정당성이 확보됩니다.



통계물리에서는 정규분포를 엔트로피가 무한대인 상태로 정의합니다. 서로 독립적인 것들이 무한히 모여서 어떠한 질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정규분포 상태입니다. 열역학의 법칙에서 자연은 차이를 싫어합니다. 열은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룬 사회현상에도 그런 법칙이 존재할까요? 사람이 관계된 돈의 흐름도 열의 흐름과 같을까요? 실제로는 정 반대입니다. 무방비의 방치 상태에서는 돈이 없는 자로부터 있는 자로 흐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각종 규제 등 정부의 역할일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의 키와 몸무게는 거의 정규분포를 따릅니다. 키가 3미터인 사람이 없고, 몸무게가 300킬로그램이 넘는 사람이 극소수인 이유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한 정규분포로 잘 설명됩니다. 반대로 사람의 소득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이 몇 천배, 몇 만배 차이 나는 경우들까지 적지 않게 관찰됩니다.


현대 정통금융이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돈의 흐름에서 곳곳마다 정규분포이론이 깊게 사용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 10마르크에 정규분포 함수와 곡선이 등장하지만, 역설적으로 독일 통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규분포로 환율 변화를 설명하면 안 되는 이유가 금새 드러납니다. 라이히스마르크의 환율을 살펴보면 1926년에 1 달러당 4마르크 수준이던 환율이 불과 몇 년 사이에 1 달러당 4조 마르크가 넘게 폭등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환율에 일반적으로 정규분포가 적용되지 않는 게 보이는데, 현대금융의 환율이론에는 정규분포가 깊게 개입됩니다.


현대 금융이론에서 정규분포가 사용된 역사의 시초는 프랑스의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일 것입니다. 바슐리에는 1900년에 작성된 그의 역사적인 박사학위논문 ‘투기이론’에서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을 브라운 운동으로 모형화 했습니다.


브라운 운동은 1827년에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에 띄운 꽃가루 입자가 물 위를 끊임없이 그리고 불규칙적인 지그재그 형태로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이러한 현상이 물의 분자들이 입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함으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브라운 운동은 입자가 움직인 평균 거리가 시간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정규분포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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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논문에서 바슐리에는 주식의 가격이 시장의 모든 합리적 정보와 예측을 반영한다면, 미래의 가격 변화는 브라운 운동 따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로선 혁신적이던 바슐리에의 학위논문은 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그는 소르본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 1차 대전이 일어나자 사병으로 지원해서 참전했고, 종전 후 그의 이전 조교수 자리가 없어짐으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가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학자로 1946년에 일생을 마칩니다.


그렇지만 바슐리에의 학위논문 ‘투기이론’은 1950년대 중반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에 의해서 재발견되고, 재평가됩니다. 새뮤얼슨은 바슐리에의 아이디어를 대부분 받아들였으나, 주식 가격의 변화가 통상적인 브라운 운동으로 표현된다면 주가는 0 밑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뮤얼슨은 바슐리에의 주가 모형을 수정합니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 사실은 우리의 키나 몸무게도 음수가 될 수 없지만 정규분포로 잘 설명됩니다. 주가가 음수로 되는 것이 두려웠으면 정규분포를 사용하는 것도 두려웠어야 맞지 않을까요?


여하튼 새뮤얼슨은 주식 가격이 무작위적인 양만큼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비율만큼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으로 바슐리에의 모형을 약간 수정해서 주가모형을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새뮤얼슨의 주가모형 역시 여러 사람이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은 서로 관계가 없다는 가정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새뮤얼슨의 모형은 주가의 기대 수익을 제외하면 주가에 로그함수를 취한 값이 브라운운동으로 표시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는 '기하 브라운 운동 (Geometric Brownian motion)'으로 불리며 그 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업계에서 아직도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새뮤얼슨의 기하 브라운 운동 모형은 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권위에 힘입어 현대 주가모형으로 수십년 동안 소위 랜덤워크 마피아로 불리면서 주류 경제학계와 수리금융계, 더 나아가서는 실무 금융계의 큰 부분을 지배합니다.


새뮤얼슨이 바슐리에의 논문을 재발견 할 즈음 브라운 운동에 대한 연구는 일본의 수학자 ‘이토 키요시’에 의해서 수학의 새로운 장르로 탄생합니다. 이 장르는 확률 미적분학으로 불립니다. 이토는 브라운 운동의 미세한 증분의 제곱은 확률성이 사라져서 시간의 미세한 증분과 같음을 발견합니다. 즉 브라운 운동의 미세한 증분은 제곱하면 확률적이지 않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 유명한 ‘이토의 보조정리(Ito's Lemma)’를 사용하여 확률미분방정식(SDE)의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발전시킵니다. 이토의 보조정리는 1970년대 초반 피셔 블랙, 마이런 숄즈 그리고 로버트 머튼이 주식에 대한 옵션의 가격을 구하는 데 결정적으로 사용되며, 결국 숄즈와 머튼은 후에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한 헤지펀드 LTCM을 이끌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나 정규분포에 지나치게 의존한 그들의 가격이론모형이 약점 때문에 1998년에 헤지펀드 LTCM은 파산합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금융이론가로 칭송받던 로버트 머튼이 정규분포에 기초한 주가와 환율모형의 약점을 몰랐을 리가 없지만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는 순간까지도 정규분포에 기초한 정교한 모형에 빠져있었습니다.


주가모형에 정규분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블랙 먼데이의 상징인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에 미국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종합지수가 그날 하루 동안 2247에서 1739로 무려 22.6%가 폭락했습니다. 미국 기업 가치의 약 1/4을 흔적 없이 날려버린 87년 블랙 먼데이의 악몽 같은 대폭락은 그 이후로 시장 참여자의 뇌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았고, 그때까지의 금융이론에도 커다란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87년까지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이 비교적 새뮤얼슨의 모형과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새뮤얼슨의 생각대로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채 주식을 거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가지수가 새뮤얼슨 모형을 따른다고 가정했을 때 다우존스 종합지수가 하루에 22.6% 하락하는 도저히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주가나 주가지수가 기하 브라운 운동을 따른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이거나 매 순간 감정이 없는 기계들에 의해서 움직일 때는 타당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약간이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에 들어서면 사람들의 행동은 급격한 동조화 현상을 보입니다. 실제로 87년 블랙 먼데이의 폭락은 시장의 악재 때문이 아니라 급격한 공포감에 빠져든 대다수 투자자들의 동조 투매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기하 브라운 운동에 따라 주가지수의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이룬다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처럼 하루에 다우존스 종합지수가 7% 하락하는 경우는 수 천만 년에 한번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120년 남짓 된 다우존스 종합지수 역사에 7% 하락은 16번이나 더 있었습니다. 어림잡아 9~10년에 한번 씩은 이론적으로 수 천만 년에 한번 발생하기도 힘든 증권시장의 대 폭락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다우존스 지수가 6% 하락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백만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데, 실제는 약 5~6년마다 한번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87년 블랙 먼데이 대폭락을 계기로 증권 용어 사전에는 두꺼운 꼬리 (그리고 변동성 미소)라는 말이 추가되었습니다. 증권의 가격, 주가지수, 이자율 등의 수익률 분포를 보면 이론적으로 정규분포 모양의 곡선을 얻습니다. 그런데 정규분포 곡선의 그래프는 꼬리가 x 축에 아주 바싹 붙어있지만, 증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같은 두꺼운 꼬리(팻-테일) 분포에서는 그렇게 바싹 붙어있지 않습니다. 물론 팻-테일 은 기계적이고 확률적인 우연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동조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증권투자에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다변량 정규분포 이론대로) 포트폴리오를 이루는 증권들의 수익률의 상관계수에 따라 분산투자 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과거의 자료로부터 유추되는데 87년 블랙 먼데이와 같은 대폭락 시장에서는 과거의 상관계수와 무관하게 모두 같은 패턴으로 수직강하 합니다. 포트폴리오 분산과 같은 투자 방식으로는 블랙먼데이의 폭락을 견뎌낼 수 없습니다. 90년대 중반에 LTCM은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LTCM 포트폴리오 역시 과거의 상관계수로부터 수량화된 위험을 토대로 짜였습니다. 즉 다시 말해서 ‘시장이 과거와 같이 움직인다면’ 이라는 단서가 LTCM의 위험을 수량화할 때 붙었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의 시장은 과거와 같은 움직임이 아니었습니다.


LTCM의 차익거래는 고평가되고 안전하거나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했습니다. LTCM은 보험료를 받고 보험을 판매한 경우와 많이 흡사합니다. 암보험의 판매자는 고객들이 모두 암에 걸려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케이스는 거의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블랙 먼데이나, 금융위기의 상황에서는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상품으로 몰리는 동일패턴을 형성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LTCM처럼 상대가치 투자를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미국 국채는 항상 매도 대상입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미국 국채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상대가치 투자자들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LTCM은 당시 1:28의 차입비율로 채권 및 스왑 거래를 했기 때문에 투자금액의 4%의 손실을 입는 경우 파산상태가 됩니다. 87년 블랙 먼데이를 LTCM의 트레이더들이 기억 못할 리 없고, 팻-테일 분포에 대해서 모를 리 없었지만 지나친 자신감과 탐욕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 천재들의 이성은 발휘되지 못했고 LTCM의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전체 포트폴리오가 갖고 있는 위험을 잘못 추정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LTCM이 포트폴리오를 이루는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손실을 입을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극단적으로 낮았으나,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어 러시아의 국채가 채무불이행됨으로써 전 세계 모든 금융 증권들의 안전 상품으로 탈출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졌고, LTCM의 포트폴리오는 이론가격과 실제가격의 격차가 더 벌어짐으로 인해서 모든 포지션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그 손실의 규모는 47억 달러의 자본금을 전액 잠식했습니다.


이러한 교훈에도 정규분포에 기초한 금융상품가격이론은 10년 후인 2008년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나가겠습니다. 정신 없이 글을 쓰다 보니까 너무 길어지고, 뒷마무리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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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04-27 00:26:25

와.. 바이사이드에 안계시면 교수님이신가요..

WR
2015-04-27 00:29:27

글을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2015-04-27 00:30:07

데미안 베일리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데미안 베일리님이 쓰신 글이 약간의 지식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에, 전문용어에 대한 주석이나 주제에 대해 참고할만한 관련링크를 걸어주시면 보다 쉽게 글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WR
2015-04-27 00:35:15

네. 알겠습니다. 바로 다음글에는 기본용어와 현대 금융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겠습니다.

사실 그런 식으로 시작했어야 옳은데, 중간에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2015-04-27 01:50:24

흥미로운 양질의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WR
2015-04-27 09:09:32

고맙습니다^^

2015-04-27 02:22:44

정말 흥미롭네요 
제가 듣기로도 리먼 사태 등 폭락 사태가 정규 분포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상당히 자주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주가 시장이란게 상폐나 이런 블랙스완만 없다면 할만한데...
이런 일들이 있기 때문에 2~3년 투자해서 2~3배 이득보는 투자자들을 크게 보지 않고
20~30년 동안 매년 10~20%정도의 이득을 얻는 버핏 같은 투자자들을 존경해왔었죠

WR
2015-04-27 09:16:29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은 평소에는 서로 상관하지 않고 거래에 임하기 때문에

중심극한정리에 의한 정규분포나 로그정규분포 주가모형이 잘 맞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투자자들의 행태는 상호 종속적으로 변하여, 정규분포 곡선은 재앙이 됩니다.

버핏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고, 수리모형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우량기업을 볼 줄 아는 혜안이 있었지요. 피터 린치도 같은 종류의 펀드매니저였습니다

2015-04-27 06:04:53

글잘쓰시네요
이걸이해할만큼은 공부한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WR
2015-04-27 09:16:49

고맙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2015-04-27 06:57:03

통계학부 전공 했는데

데이먼님 글 대부분 제게 너무 흥미로워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WR
2015-04-27 09:17:16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5-04-27 09:17:08

다읽는데10분걸렸고 반은이해못했네요.
양질의 지식 고맙습니다

WR
2015-04-27 09:17:43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맞으세요^^

2015-04-27 09:46:12

우선 잘보고 있다는 말씀드립니다. 금융, 경제, 수학, 통계에 모두 능하시네요!
비너 프로세스(브라운 운동)는 정규분포를 기반으로 연속형으로 만들어서 여러군데에 쓰이고 있는데, 최근에 팻테일을 반영하기위해 혹시 특정한 다른 분포가 쓰이나요?
교수님께서 마팅게일이나 세미마팅게일 등을 이용해서 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정규분포가 아닌 어떤 다른 분포를 이용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아시면 답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WR
1
2015-04-27 12:42:28

팻테일을 반영하기 위한 다른 분포는 여태껏 많이 쓰였습니다. 로버트 머튼도 70년대에 이미 기하 브라운 운동에 점브 프로세스를 더해서 팻 테일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순수하게 연속형 분포로 팻 테일을 만드는 것은 그것을 총괄하는 이론의 부재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기초자산의 확률분포를 구성하는 부분은 어떤 용도로 쓰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옵션형 파생상품의 경우는 기초자산의 확률분포 전체가 필요하지 않고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뜻하는 변동성의 분포가 중요합니다. 간단하게 local volatility 나  regime shift 를 가정해서 이론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변동성 자체에 구체적인 활률과정을 부여한 후에 정교한 캘리브레이션으로 시중에서 거래된 내재변동성과 이론으로 얻은 변동성을 매치시키려는 시도를 많이 합니다. 아주 많이 쓰이는 ARCH, GARCH의 변형모형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케이스를 총괄하는 활률변동성 이론은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초차산의 확률분포가 필요한 경우 디스카운티드 마팅게일적인 팻 테일을 이론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순수 연속확률과정을 사용하기 보다는 점프과정이 섞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순수 점프과정으로 시장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금융이론에서 쓰이는 비정규 Levy process 들은 전부 거기에 해당되고, tempered stable distribution,

smoothly truncated stable distribution, 변형된 tempered stable distribution 등 수 많은 종류의 팻 테일 분포가 연구되고 사용되는데 다루기도 어렵고 적용되는 예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2015-04-27 22:12:55

학부 강의를 들으며 연속형 분포인 비너 프로세스이외에 어떻게 팻테일을 반영할까 궁금했었는데, 답변 감사드립니다! 학부로 끝낼 예정이라 궁금증을 해결하기 어려웠었는데 좋은 정리를 봐서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역시 정규분포 이외의 분포로 연속형 확률분포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군요..

2015-04-27 09:50:16

매번 데이먼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동안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던 주제의 글이 올라오니 엄청 반갑네요^^(다양한 방면에서 깊이있는 글을 올려주시는 데이먼님의 글을 읽어오며 제 개인적으로 바랬던 내용이 올라올 줄이야...)

저는 본문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과거의 자료를 통해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이다보니, 글에서 언급하신 정규분포에 대해 항상 고민해왔습니다만, 통계적 지식이 부족하여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한 답이나, 혹은 최소한의 방향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고, 쪽지 등을 통해서 나아가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WR
1
2015-04-27 12:49:12

네. 감사합니다.


정규분포가 플라톤적으로 모든 케이스를 총괄하는 데 반해서 이론적으로 여러 현실의 케이스를 총괄하는 다른 분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규분포의 마력에 유혹되지 말고, 꼭 쓰여야 할 경우에만 사용하신다면 크게 실수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과거의 자료를 통해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은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방향을 참조해서 큰 틀에서 이자율이나 변동성 등의 기간구조의 뼈대를 세우는 것 정도는 가능하긴 합니다. 정교하거나 정확하게 먼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모수 캘리브레이션의 정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모형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Updated at 2015-04-27 20:19:34

기본적으로 금융, 특히나 파생관련 금융이 가지고 있는 근본의 딜레마는

'인간의 멘탈리티는 정규분포를 따른다'의 역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각이 행동으로 바뀌는데 그것이 그래프로 움직였고 그것이 언제나 통용될거라고 하면, 수많은 문학과 예술작품은 존재할 수 없는거죠. 그 치명적인 딜레마를 금융모형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제일 잘 알지만, 평상시에는 통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세계의 벌이를 위해서 숨기는 것이고 그렇게 돈을 챙겨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같이 성장하는 금융이란 애시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제로섬 게임이고 누군가가 버블로 만들어놓고 버블이 커지면 다 같이 버블에 취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꺼지게 되어있습니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다른 버블로 갈아타느냐가 해지펀드의 핵심이라면 핵심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블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신사업은 버블로 성장하고 버블이 꺼진뒤에는 인간세상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거든요. 금융에서 책만 파면서 심리를 간과하는 금융사고들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벌어질 것 입니다. 결국 사회생활에서 돈을 벌고자 하는 심리적 부분의 '욕망'은 영원히 샘솟기 때문입니다. 

 해주신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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