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결혼에 대한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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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11-06 11:45:44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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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에는 유부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미혼인 분들이 더 많겠죠.
가끔 보면 결혼에대해 약간 실상과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글을 한 번 써볼까 생각해봤습니다만, 사실 제가 뭐에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결국 그냥 제 개인적인 얘기에 제 주위분들 얘기를 좀 곁들여서 얘기하는게 부담없을 것 같네요.
일단 얼마전 글을 하나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290975&sca=&sfl=wr_subject&stx=%EA%B2%B0%ED%98%BC&sop=and
사실 이 글의 핵심은, 물론 농구폐인님의 결혼을 축하드리지만, 올리브영님의 댓글에 있습니다.
겨우 한 달만에 결혼이란게 지옥불에 뛰어드는 거라는 생각을 하시게 되다니... 애도를 표합니다.
보통 한 달 정도는 환상속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저도, 결혼하기 전에는, 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해서 함께 살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 많이 해봤죠.
전 부모님 친구분 소개로 아내를 만나서 7개월만에 결혼했습니다.
29~30살을 보내는 2년동안 소개팅/선을 20회 정도 했구요, 애프터는 세 번 해봤습니다만 인연이 없었습니다. 이제 지겹다. 시간 아깝다. 소개팅 안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부모님 친구분(저도 잘 아는) 소개로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하고 만난사람과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게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저와 제 아내가 더 어렸을 때 만났었다면 우리는 사귀지 못했을 겁니다. 너무 취향이 달랐거든요. 인연이란게, 때를 얘기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서른하나 정도 되니까 마음에 여유도 있고, 사람이 성숙하게 되었고, 아내도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지고 외모를 덜 보게 되고 하다보니 서로 만나게 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난지 한 달만에 여자친구(지금의 아내) 집에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부모님이 만나게된 과정을 아시니까 궁금해하시더라구요. 여자친구는 자기 부모님께 남자친구 인사시키는게 재밌어서 절 데리고 갔다가 제가 인사드리면 자기도 인사드려야한다고 자기 아버지께서 말씀하시자 깜짝 놀랐었습니다.
하여간 그래서 저희 집에도 인사드리게됐고, 저희 아버지께서 며느리감이 너무 맘에 드셔서 저희가 처음 만난 날로부터 두 달 반 후에 상견례 약속을 잡으셨습니다. 전 부랴부랴 프로포즈를 했고, 상견례에서 아버지 환갑 전에 결혼 날짜를 잡고싶으시다고 주장하셔서 그 해 12월에 결혼날짜를 잡게되었습니다.
결혼에대한 환상이 깨지는건 결혼 준비를 하면서부터입니다.
결혼이 힘든 이유는 그것이 둘만의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애는 둘만의 이벤트죠. 그러나 결혼 준비를 하면서부터는 부모님들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양가의 부모님들이 쿨하신 성격이면 큰 문제 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어머니들께서는 쿨하지 못하시고, 게다가 양가의 가풍이 좀 많이 다르면 점점 쉽지않은 일이 되어갑니다.
누구네 집은 아들 장가보낼때 사돈댁에서 어떻게 했다더라, 누구네 집은 딸 시집보낼때 사돈댁에서 어떻게 했다더라, 이런 얘기가 많은곳이 우리나라이고, 어머니들께서 이런 것에 쿨~하게 신경쓰지 않으시면 별문제 아는데, 비교하게되면 골치아파집니다.
1. 집문제
매니아에도 많이 나오죠. 집문제.
우리 부모님때는 결혼하면 단칸방부터 시작했다고 하시던데... 왜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남자가 나이 30대 초반에 결혼한다고 치면, 20대 후반에 취직해서 몇년 안되는 동안 집을 살 정도로 돈을 모으기는 쉽지않죠. 저는 석사 마치고 취업하니 29더군요. 돈은 사실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직장은 충남 서산이었죠. 제 아내는 결혼 준비하면서 서산에 처음 내려와보고 두통약 사먹었습니다. 결혼하면 무조건 같이 살아야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서산 시내를 둘러보고는 주말부부 하면 안되냐고 울먹일 정도였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서산엔 사택이 있었기 때문에 비용이 무척 절약되는 장점이 있었지만, 사실 회사 사택은 거의 뭐... 회사죠. 남편 서열따라 아내들 서열도... 게다가 아파트는 오래되어서 좀... 하여간 장모님께서 결혼하자마자 주말부부라니 말이되냐고 제 아내에게 호통을 치셔서 사택을 신청하고 준비하던중에 갑자기 전배 명령이 떨어져서 천안에 있는 계열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천안이 서산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죠. 가서 무슨 일을 하게될지는 모르겠으나(제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게될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전 고분자 전공입니다.) 환경은 천안이 서산보다 훨씬 낫죠.
하여간 그래서 부랴부랴 천안에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두 달 전 이야기 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천안은 서울/수도권대비 집값이 쌉니다. 전세는 더 싸지요. 막 입주 시작한 아파트에 생각보다 싸게 잘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수도권에서는 사실 부모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요즘 여자들은 빚 안고 시작하는거 원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하죠. 이해는 합니다만, 쉽지않은 이야기입니다. 저같아도 빚 안고 살고싶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빚 없이 구할 수 있는 집에서 본인이 살기 싫을테니, 본인이 원하는 정도의 집은 빚을 얻어서 구할 수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하여간 이런 문제로 깨지는 커플도 봤습니다. 집 문제,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한 친구는, 교육받다가 만난 사람인데, 결혼 앞두고 집 문제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하더군요. 교육 받으면서도 수시로 전화하는게 다 집 때문에 여자친구가 잔소리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광명에 새 아파트로 전세를 얻었는데 대출을 받은 부분에 대해 짜증나한다는 거였습니다. 정말 확 다 때려치고싶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결혼하고도 계속 따라갑니다. 빚 갚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2. 예단문제
어건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이죠. 예단이 뭔가요? 집은 모두 알지만, 예단이란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예단은 보통 결혼할때 신부측에서 신락측에 건네는 돈입니다. 그럼 일반적으로 신랑측에서는 받은 돈의 50%를 신부측에 다시 돌려줍니다. 저는 이 예단을 경사 났는데 친척들 새옷 해입으시라고 돈을 드리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옛날에 그런 풍습이 있었나보죠. 예전에는 새옷을 해입는 일이 드물었을테니까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집문제가 보통 둘이서 싸우는 문제가 된다면, 예단 문제는 둘은 아무 상관도 안하는데 부모님들이 등장하게됩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들이 뭔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모님이 기분상해하시면 아무래도 자식은 내 부모 편을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편을 안들려고 해도 상대방이 내 부모님을 이상하게 말하는걸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는 없게됩니다. 그러다보면 이 문제가 엄청 심각해지죠.
위에 언급했지만, 부모님이 쿨하시면 아무 문제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비교가 많이 됩니다.
요즘 시세가 어떻다더라... 주위에서 얘기하는거죠. 왜 남의집 잔치에 와서 훼방을 놓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보통 이런 얘기들을 들으시게 됩니다.
전 예단 문제때문에 깨진 결혼을 다섯 번 정도 봤습니다. 다 직접 본건 아니고 어머니께 들은 얘기도 있고 장모님께 들은 얘기도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아는 사람들 얘기가 다섯 개입니다. 모르는 사람들 얘기까지 합치면 더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예단으로 신부측에서 천만원을 줬습니다. 그런데 신랑측 부모님은(보통 어머니) 요즘 시세는 이천만원이라고 들으셨습니다. 그럼 '우리 집안을 뭘로 알고'가 나오게 되는겁니다. 예단은 그 돈으로 친척들에게 옷해입으라고 돈을 줘야하기 때문에 자존심 문제가 됩니다. 어처구니없지만 이런게 실전입니다. 왜 내가 결혼하는데 친척들 옷해입으라고 돈을 줘야하냐, 그것도 신부측에서 준 돈으로!!! 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그게 우리나라 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우리 어머니께서 예단비용의 50%를 안돌려줬다고 생각해보면 문제가 더 커집니다. "내가 누구 결혼할 때 옷해입으라고 얼마 받았는데, 그렇게 누구누구누구에게 얼마씩 주고 나도 옷해입으려면 이 돈으로 안된다. 돌려줄 돈이 없다."고 하셔서 그걸 그대로 전하면 신부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는거죠. 그러다가 50% 돌려주라고 어디 법에 써있더냐... 뭐 이런 문제... 하아~ 제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들으면 정말 어이가 없죠. 이런걸로 결혼이 엎어지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만, 실제입니다.
그래서 신부측 부모님이 천만원을 주셨는데, 어머니께서 이천만원을 생각하시면 신랑이 중간에서 천만원을 보태서 어머니께 드리고, 어머니께서 천만원을 돌려주시면 오백만원만 신부측에 돌려드리는 식으로 분쟁없이 현명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미담이 돌기도 하는게 예단의 현실입니다.
물론 우리는 예단 안받습니다 라고 훈훈하게 진행되는 결혼도 있고, 쉽게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기시작하면 한도끝도 없는게 예단입니다.
아무리 내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신부가 "자기 어머니 너무 이상하시다." 혹은 "자기 어머니 너무하시네" 이러면 발끈하게 되는게 자식입장이구요.
하여간, 예단 문제, 생각보다 복병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글이 길어지네요. 의도와는 다르게 시리즈물로 가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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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인생은 실전이라는게 결혼부터 제대로 느껴지는군요. 제 친구들 중에 장가간 놈들 많은데 갸들이 하나같이 결혼 늦게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