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할일이 없어서 못 본 첼시의 경기를 보는데 보다 울화통이 터져서 정신건강 보호를 위해 작년 포르투의 경기를 몇 게임 살펴보고 이리저리 검색을 하며 보아스식 축구는 무엇인가 간단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흥미가 생겨서 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원활한 글 진행을 위한 평어체 양해 부탁드릴게요.
작년 여름 이적시장 최대의 이슈 중 한 가지는 첼시가 리그 2위의 성적을 올린 안첼로티와 결별하고 무성한 감독 후보군들 중에 포르투에 무려 거금 15M 유로를 주고 젊은 감독 안드레 비야스-보아스를 데리고 왔던 사실이다. 놀라운 것은 보아스는 이제 감독 3년차에 접어드는 그야말로 초보 감독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전의 롭슨 경과의 인연이나 무리뉴 밑에서 일하던 일 등은 보아스의 첼시 부임을 통한 기사들로 너무나도 유명해졌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과연 첼시 운영진은 보아스의 어떤 점을 보고 위약금으로만 15M 유로를 주고 데려 왔을까?
감독 3년차에 빅 클럽 첼시를 맡게 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보아스의 감독 데뷔는 포르투갈의 작은 클럽 아카데미카에서 이루어졌다. 부임 당시 강등이 유력했던 팀으로 손 꼽혔고 리그 성적 또한 최하위(16위)였던 아카데미카의 성적은 보아스가 부임한 후 리그 5위까지 오를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리그 11위로 리그를 마쳤지만 포르투갈 컵에서는 리그 상위권 팀들을 연달아 꺾으며 4강까지 올랐다. 리그 강등권 팀을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탈바꿈 시킨 보아스를 탐낸 클럽은 포르투갈 전통의 강호 스포르팅 리스본과 FC 포르투였다. 그리고 보아스는 그의 감독 2번째 시즌을 어릴 적 부터 서포트 해온 클럽, 자신이 처음으로 코치직으로 몸 담게 되었던, FC 포르투로 16년 만에 귀환 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그리고 보아스는 그해 FC 포르투를 미니 트레블 (리그 무패 우승, 포르투칼 컵, 유로파 리그 제패)로 이끌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를 제패한 보아스의 FC 포르투
과연 보아스는 어떤 축구를 추구하고 이끌어 냈기에 포르투에게 이런 화려한 성적을 이끌어 냈는지 살펴보자.
일단 보아스식 축구는
1. 측면에서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4-4-2 보다는 4-3-3 진형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2. 수비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려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을 최대한 가깝게 둔다. 이를 위해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히 마스터 하고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상대를 압박.
3. 상대적으로 중앙보다는 측면쪽에 중점을 두며 좌우간격을 넓게 벌린다. 측면에서부터 상대를 붕괴시킨다. "넓게 더 넓게, 측면으로 측면으로"
4. 빌드업은 대부분 다이렉트 패스로 이루어 지며 중앙에서 볼을 돌리다 측면으로 연결해 크로스, 돌파 이후 골을 노린다.
5. 볼을 뺏기면 그 즉시 뺏긴 선수와 그 주위 선수가 전방위 압박을 실시.
6. 수세에 몰리거나 빠른 템포를 가져가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4-1-4-1의 진형으로 천천히 전진하며 패싱 플레이.
7.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강한 체력.
이렇게 7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다.
보아스는 기본적으로 4-3-3의 광팬이다. 보아스는 '측면'을 매우 중요시 하는 감독인데 실제 포르투의 경기를 보다 보면 그가 얼마나 측면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4-4-2 보다는 4-3-3이 측면에서의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수월한 것도 보아스가 4-3-3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보아스 하면 떠오르는 전술이라면 아마도 최대한 끌어올린 수비라인일텐데 이렇게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얻는 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 상대적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중원에서의 상대방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점,
둘째, 수비 전환시 수적 열세를 오프사이드 트랩을 통한 수비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점이다.
포르투의 빌드업 장면. 넓게 퍼져있는 포르투 선수들의 모습과 상대적으로 횡한 중원을 볼 수 있다.
"넓게 더 넓게, 측면으로 측면으로"라는 말로 보아스 축구를 표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넓게 퍼지면 상대적으로 중원이 비게 된다. 상대방이 수적 우위를 통해 강력한 압박을 하게 되면 자연히 전진 패스가 막히게 되고 이때 수비라인이 앞쪽으로 당겨지게 되면 아무래도 중미와 수비진 간의 패스로 그 압박을 풀어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압박을 해결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중미가 아닌 센터백이 다이렉트 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공을 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작년 포르투의 주전 센터백이었던 오타멘디나 호란두는 이러한 역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신의 개인기를 통해 중원까지 올라가며 중원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게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자유자재로 간격을 조절하는 포르투의 수비
자주 볼수 있는 보아스의 모습
보아스가 얼마나 라인유지를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라인이 올라감에 따라 상대의 빠른 역습시 취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통해 해결한다. 이러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포백 전원의 주력이 빨라야 하며 라인유지에 능한 '커맨더'형 선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포백의 조직력이 상당수준 까지 올라와야 된다. 또한 이러한 오프사이드 트랩이 매번 성공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뚫릴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비하는 보아스의 대비책은 GK의 스위퍼화 이다. 지난 시즌 포르투의 골리 헬튼의 특징은 다른 골리보다 주력이 빠르다는 것인데 실제 오프사이드 트랩이 붕괴되었을 때 헬튼의 빠른 판단으로 페널티 지역을 벗어나서 수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실제 페널티 지역 밖에서의 움직임은 타 골리에 비해 확연히 잦다. 그리고 이를 위해 GK 코치는 러닝 훈련을 병행할 만큼 GK의 스위퍼화는 보아스의 수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의 헬튼의 활동 반경
페널티 지역 밖에서의 움직임이 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좁은 라인을 유지하여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자 하는 움직임.
그리고 지공시나 상대방의 공격시 4-3-3 진형은 4-1-4-1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4-1-4-1 진형은 최전방의 팔카오를 제외한 전원이 경우에 따라 수비에 참여하게 되는 진형이다. 이 진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1의 자리에서 팀의 전체적인 수비를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보아스축구의 공격을 표현하는 "넓게 더 넓게, 측면으로 측면으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안받거나 공격 받는 시간을 최소화 해야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을 넘어 오더라도 수비라인을 최대한 올려 버텨내는 식으로 수비를 해줘야 된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격 받을 때 상대적으로 넓어 질 수 있는 라인을 유지하는 역할,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 수비 성공후 역습때 중미와의 연결고리 등 의 역할 또한 해야하므로 정말 중요한 자리이다. 이 자리는 무리뉴 시절 첼시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케렐레의 자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보아스가 무리뉴의 4-3-3 진형을 만드는데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아스 축구가 이렇게 높은 라인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압박'때문인데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라인이 높기 때문에 압박이 잘 될 수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것은 라인을 높이고 그 라인사이를 촘촘히 유지하는 덕분에 어느 지역에서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압박 덕분에 상대는 성공률이 높은 숏패스 보다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낮은 롱패스나 드리블 돌파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보아스 축구의 수비에게는 쉽게 수비해 낼 수 있게 된다.
포르투 공격의 두 축이라 하면 레다메스 팔카오와 헐크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실제 보아스의 첼시 부임 이후 이 두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였을 정도로 이 두 선수가 포르투 공격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다.
유로파리그 결승에서의 팔카오의 움직임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다
뛰어난 활동량으로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는 팔카오
보아스의 축구는 최전방에서 부터 강한 압박(포어체킹)을 통해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고 쉽게 전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인데 이러한 부분에서 팔카오는 제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팔카오는 보아스가 선호하는 원톱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소위 FM식의 '본인의 위치 아래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는 것을 선호함' 처럼 상하로 자주, 그리고 많이 움직여 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다 연계플레이가 뛰어나고 볼터치가 간결해 제로톱까지 수행 할 수 있는 좋은 선수이다.
그리고 포르투 공격의 또 하나의 축은 바로 헐크다. 헐크는 그 자체로 전술이라 표현 할 만큼 포르투의 핵심이다. 보아스 또한 헐크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오른쪽에서 헐크에게 1:1을 만들어 주려 노력을 했고 실제 헐크에게 1:1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헐크는 여지없이 상대방 풀백을 녹여버리고 오른쪽을 지배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의 헐크의 행동반경
헐크는 다른 브라질 선수들과는 스타일이 조금은 다른 선수이다. 다른 브라질 선수들은 특유의 삼바리듬을 연상케 하는 뛰어난 발재간으로 설명 할 수 있지만 헐크는 그러한 발재간 보다는 오히려 그 이름 처럼 엄청난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스피드로 상대방을 괴롭게 하는 선수이다. 유로파 리그 4강에서 비야레알은 헐크를 막기 위해 전담 마크맨을 붙였는데 맨투맨 수비시에는 파울, 더블팀 수비시에는 코너킥을 내 줄수 밖에 없을 정도로 헐크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이러한 점을 통해 왜 보아스가 왜 그렇게 헐크 에게 1:1을 주려 노력했고 왜 그가 100M 유로 Or Not 이라는 가치를 지닌 선수인지 알 수 있다. 팔카오가 밑으로 내려와주면 헐크가 오른쪽을 붕괴시키며 돌파하게 되고 이때 팔카오가 중앙에서 쇄도해서 골을 만들어 내는 패턴은 포르투가 상당히 재미를 봤던 패턴이었다.
내가 바로 1억 유로의 사나이. '헐크'
그리고 오른쪽 면을 헐크가 지배했다면 포르투의 왼쪽 면을 맡은 선수는 바로 지금 설명할 알바로 페레이라이다. 보아스는 오른쪽에서는 헐크에게 1:1을 맡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왼쪽에서는 그런 1:1 보다는 주위 플레이어와의 연계 플레이를 더욱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알바로 페레이라는 바르샤에서 다니 알베스의 역할처럼 포백의 위치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오버랩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포르투의 다니 알베스 '알바로 페레이라'
그리고 포르투 공격의 시작이자 끝인 측면으로 패스를 뿌려주고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중원을 지키는 3인이 지금 설명할 페르난두, 구아린, 무티뉴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보아스 축구의 수비전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포르투에서 이 역할을 했던 선수가 페르난두인데 놀라운 활동량으로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보아스 축구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해야하는 역할을 잘 해주었고 포르투 수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포르투의 만능 살림꾼 '구아린'
중원에서의 또다른 활력소가 바로 구아린인데 활동량, 키핑, 전개, 패스, 압박 등 어느 한 부분 빠지지 않는 만능형 선수이다. 원래는 수비형 미드필더 였지만 포르투 이적후 그보다 조금 더 앞선에서 피지컬을 앞세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해주며 개인기를 통한 돌파와 위협적인 이선침투 그리고 묵직한 중거리포가 특징인 선수이다. 파트너인 무티뉴보다는 상대적으로 궂은 일을 맡아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특히나 헐크와의 궁합이 잘 맞아 헐크와의 연계 플레이를 자주 보여준다.
포르투의 심장 '무티뉴'
스포르팅 시절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빅 리그와의 링크가 꾸준히 나는 무티뉴. 이 무티뉴와 위의 구아린이 튼튼하게 중원을 받쳐주기에 헐크와 팔카오의 공격이 가능하다. 무티뉴는 특히나 패스워크와 공격전개에서 재능을 보이는데 중원에서 경기 템포를 조율하고 측면으로 공을 뿌려주는 역할을 바로 이 무티뉴가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활동량이 많았는데 역시나 보아스 축구에서의 중원의 열세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포르투의 빌드업 과정은 수비진에서 페르난두-구아린-무티뉴 3인의 중미를 통해 측면으로 연결하거나 이러한 움직임이 여의치 않을때 수비진이 다이렉트로 측면으로 뿌려주거나 원톱인 팔카오가 중앙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준 후 측면으로 뿌려주는 움직임도 간간히 보인다. 즉, 굳이 여러 번의 패스를 통해 번거롭게 전진하기 보다는 다이렉트로 측면으로 연결 한 뒤 빠른 전개를 통해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빌드업 과정에서 무티뉴의 전개능력이 그 빛을 발한다. 어떻게든 측면으로 연결만 된다면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게 되는 것이고 측면으로 쉽게 전개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포르투의 경기력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렇게 보아스 축구가 가장 잘 발휘되었던 2010-2011 시즌의 포르투의 모습을 통해 보아스가 어떠한 축구를 추구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아스가 추구하는 축구에 근접했던 작년의 포르투와 올해의 첼시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매력있는 축구를 하는 보아스가 큰 무대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아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바래본다.
써놓고 보니 중구난방이 되어 버렸는데요. 글 쓰는데도 재능이 없어 문체 또한 읽으시는데 불편함이 많으셨을 겁니다. 많이 부족한 눈 인지라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생각은 했었지만 좋게 봐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저 스스로도 축구보는 눈이 많이 늘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에 보아스 축구가 왜 첼시에서는 제대로 발휘가 안되는 지도 기회가 된다면 써보고자 합니다.
P.S. 검색을 하다보니 네스타밀란 님의 블로그에 저보다 더 괜찮은 글이 있어서 소개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 낮은 수준의 글에 비하면 굉장히 수준이 높은 글이구요. 네스타밀란 님도 축구 보는 식견이 굉장히 높으 신 분 같네요. 이 글을 읽어보시면 보아스 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명에도 알맞은 그림이 많아서 전술적인 그림은 대부분 네스타밀란 님의 사진을 가져왔구요. 링크는
http://nestamilan.tistory.com/10 
입니다.
그리고 너무 급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최대한 성심성의껏 제 궁금증에 답을 해주시고 실제 글 쓰는데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던 매냐의 운영진 Christ Bibby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