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벤치의 힘은 바로 수비와 젊음.

그동안 선즈의 주전만 보고 나이 많은 팀이고, 벤치멤버의 뎁스는 떨어지고, 수비의 코어도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첫 경기에 불과하지만 뚜겅을 열오보니 10인 로테이션을 추구하는 선즈는 이런 선입견을 깰 준비가 제법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오늘 게임 내쉬가 4쿼터에 터지고, 힐도 잘해줬고, 아마레, 바보사, 프라이 등의 주전이 필요할 때 득점을 해주긴 했지만 주전들이 말아먹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책도 많고 내쉬와 아마레의 픽앤롤은 철저하게 차단당했으며 수비의 실수도 많았습니다.

4쿼터에 내쉬가 폭발하기 전에 이미 게임의 승부가 클리퍼스로 완전히 기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준 것은 바로 벤치에서 나온 선수들의 힘이었습니다.

고란 드라기치, 자레드 더들리, 루이스 아문슨, 얼 클락...다들 젊은데다가 수비력이 꽤나 좋은 선수들입니다. 드라기치의 수비력은 이미 유럽에서 상당히 알려질 정도로 강하고, 얼 클락도 섬머리그에서 블레이크 그리핀을 상당히 잘 묶어놓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인 수비능력이 뛰어납니다. 루이스 아문슨도 허슬과 수비로 알려진 선수이고, 특히나 자레드 더들리가 여러분들이 없다고 외치던 바로 그 수비의 코어입니다. 지역언론이 선즈판 브루스 보웬이라고 말한 것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줬습니다. 프리시즌 스틸왕에서 볼 수 있듯이 굉장히 끈적한 대인마크를 펼칩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이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주위를 살펴보면서 볼의 흐름과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헬프디펜스를 시도합니다.

선즈의 벤치멤버들이 좋은 수비를 펼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비력을 갖추고 있는 집단인데다가 자레드 더들리라는 핵심 코어가 있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다는 것입니다. 수비 로테이션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비연습이 필요함과 더불어 활동량이 따라와 줘야 합니다.

오늘 강력한 수비와 활동량을 갖춘 피닉스 벤치는 주전 선수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높이와 수비를 갖춘 로빈 로페즈까지 복귀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죠. 무엇보다 공격이 일정해야 합니다. 리차드슨의 복귀로 바보사가 벤치로 물러 난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지만 공격에는 솔직히 경기력이 심한 벤치멤버들입니다. 고란 드라기치와 더들리, 얼 클락 등이 오늘 같은 공격력을 꾸준히 보여줘야 나올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 첫 경기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았습니다.

과거 선즈하면 주전들이 삽질하면, 그리고 공격이 막히면 특별한 해결책 없이 무너지는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올시즌은 좋은 벤치 멤버들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받던 부분에서 재미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