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선수 레벨=발언권이 되는 사례는 이전부터 많았죠.
오늘 그린의 피어스에 대한 트래쉬 토크는 분명, 은퇴를 앞둔 노장에 대한 리스펙이 없는 질 나쁜 발언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한 반응의 상당수가 '그린이 피어스보다 현재로써는 급 낮은 선수'이기 때문에 가소롭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봐요.
이런 흐름대로라면 만약에 그린이 피어스의 커리어를 뛰어넘는다면 그의 행동이 상당한 수의 팬들에 의해 쉴드쳐질 것 같아요. 그리고 피어스 팬분들에게는 실례일지 모르지만, 냉정히 따져보았을때, 그린이 지금 수준의 활약을 다년간 유지한다면(물론 언더사이자 파포, 사고치는 멘탈 등의 단점을 계속 안고 지금같은 정점을 유지하긴 쉽지 않겠지만) 피어스에 꿀릴 것 없는 커리어를 쌓을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이미 피어스가 커리어 동안 한번 기록한 올-NBA 세컨팀을 그린도 한번 기록했고, 올시즌 역시 최소한 서드팀 안엔 들 확률이 높으니 선수 피크 시점의 활약상으론 뒤쳐질 것이 없어지는 셈이죠.
오늘 동시에 있었던 샥과 맥기의 다툼에도 선수 레벨에 발언권이 부여되는(강한 실드가 쳐지는) 벡터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샥의 발언은 그린의 것 그 이상으로 오만방자한 발언이지만, 아무도 감히 '샥 따위' 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요.
오늘만의 일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했던 선수가 있습니다. 당시 제 응원팀인 디트로이트에서 뛰던 찰리 V의 무모증을 가지고 '암환자'라는 개드립을 날렸고, 같은 팀의 신인 선수를 팬 다음 타 팀으로 내쫓다시피 한 그 선수는 '레전드' 수준의 실력자였습니다. 그 선수는 기량이 떨어지는 제 응원팀의 선수에게 인격모독성 헤이트 스피치를 하고도 수많은 팬들의 박수속에서 커리어를 마감했죠. 시합 매너도 굉장히 더러운 축에 들어가는 선수지만, 너무도 커리어가 위대하기 때문에, '보웬' , '아테스트', 등의 '더티 플레이어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가 따라붙지도 않습니다.
전 분명히 그린의 오늘 발언이 질 나쁜 발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린이 '노장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린이 피어스보다 못한 놈인데 너 따위가?!?' 라는 식의 반응은, 글쎄요...
분명히 커리어를 통한 선수 평가에는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그린의 질 나쁜 트래쉬 토크도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피어스가 코비만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왔겠죠. 그래서 그린의 오늘의 트래쉬 토크에 대한 비판도 좀 더 정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낭심킥을 했건 트래쉬 토크를 했건,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린이 커리어 끝날 시점까지 피어스에 밀리지 않을 커리어를 쌓을 가능성은 의외로 꽤 있다고 봐요. 3:7정도로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는 봅니다만... 그린이 피어스 이상의 커리어를 쌓게 되면 그때 가서 그린이 피어스를 멸시할 권한이 생기나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
그린의 발언에 대한 비판, 비난은 당연합니다. 허나 '그린이 피어스보다 못한 선수라서' 비난한다면 그건 당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선수의 레벨에 따라서 쓸데없고, 배려와 존중이 결여된 발언을 할 자유가 생기는게 아니죠. 경솔한 언동과 행위는 그 자체로 비판받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댈러스 우승시즌의 노비츠키가 자신과 팀을 얕잡아보고 'mocking dirk'을 시전한 르브론과 웨이드에게 커다란 한방을 먹여준 것처럼, 실력으로 경솔한 언동과 행위를 되갚는 그림이 가장 멋지지만 말입니다.
샥은 맥기한테 '평생 샥틴어풀' 이란 모독을 가해도 정당한 분노를 표한 맥기가 역으로 '레전드에게 리스펙이 없다'며 까이는 것을 현실 세계가 아닌, 르브론의 말을 빌자면 '언리얼 월드'인 스포츠의 세계에서 까지 보는 건 꽤 씁쓸한 일이네요.
글쓰기 |
그냥 그린의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