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 프리시즌 경기들 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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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12 18:58:47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날씨가 전과 달리 무척이나 쌀쌀해졌네요. 드디어 NBA시즌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감히 제가 레이커스의 정규시즌 모습을 예언, 분석해보고자 하는 글은 아니고, 다만 제 눈에 띄었던 몇몇 사항들을 제 맘대로 뽑아 논해보고자 합니다.
1. 랜들의 플레이스타일 변화
랜들의 지난 시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훈련받지 않은 야생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랜들 공격의 상당 부분이 하프코트 상황에서의 아이솔레이션에 이은 부정확한 푸쉬샷이었으니까요. 자연히, 필드골 성공률이 빅맨으로서 합격점이라고 하기는 힘든 4할대 초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들어와서는 그러한 공격들이 거의 사라지고 공격에서 꽤나 정제된 모습들이 보입니다. 우선 스크린을 상당히 공들여 서고 있고, 거기서 마무리 또한 무리하게 하는게 아니라 옆의 선수를 보고 내주는 경우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랜들의 필드골 성공률은 42.9%, 어시스트는 경기당 1.8개였으나, 프리시즌 4경기 동안 랜들의 필드골 성공률은 56.7%, 어시스트는 2.8개로 늘었습니다.
그 외에 랜들의 변화를 보면 의도적으로 몸을 불린 것인지, 예전에 비해 동 포지션에서 상대를 압도할 만한 스피드가 있다는 느낌은 상당히 사라졌으나 파워는 거의 센터 급이 된게 아닌가 싶네요. 아직 많은 경기를 본게 아니기 때문에 제 느낌뿐인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 팀 전체적으로 스크린의 증가
레이커스는 바이런 스캇이 감독으로 있던 지난 2년간 리그에서 가장 스크린을 활용하지 않는 팀 중 하나였습니다. 볼 가진 선수에 대한 스크린이야 다른 팀만큼 썼지만, 위크사이드에서의 스크린이 실종된 팀이었고 상대로 하여금 수비하기 아주 편하게 해주는 팀이었죠.
그런데 루크 월튼이 감독을 맡은 이번 프리시즌 팀을 보니, 예전에 비해서 스크린을 쓰는 빈도도 늘었을 뿐더러, 아주 다양한 상황에 스크린을 적극 활용하더군요. 우선 탑에서 볼핸들러가 볼을 잡았을 때 Horns형태의 공격을 자주 취하고 있습니다. (볼핸들러 앞으로 두 명의 스크리너가 각각 양 사이드쪽 스크린을 동시에 취하며 그 대형이 삼각뿔 모양이라고 해서 Horns) 그리고 더블스크린도 나오더군요. 이건 스캇의 레이커스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들입니다.
더불어 볼 없는 페인트 존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통해 슈터들의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업들을 통해 루 윌리엄스나 닉 영 같은 슈터들이 꽤 많은 이득을 보고 있고요.
레이커스는 정통 빅맨이 별로 없는 팀입니다. 모즈고프를 제외하면 쥬바치가 정통 센터 스타일인데 쥬바치는 로스터 끝자락 선수라 출장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선수죠. 대신 미드 사이즈의 빅맨은 물량이나 질 면에서 타팀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랜들에서 시작해 낸스, 토마스 로빈슨, 뎅, 블랙까지 이 선수들이 기동력을 이용해 코트의 이곳 저곳에서 스크린을 이용해 찬스를 만들어준다면 공격 작업이 전반적으로 원활해질 수 있죠.
3. 잉그램은 공격에선 꿔다놓은 보릿자루, 수비에선 즉시전력
잉그램은 아직 프로에서 공격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레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피지컬 레벨에서 상대가 안되다보니 자신보다 작은 사이즈의 선수들이 붙어도 제대로 그 매치업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볼핸들링이 너무 불안해서 그냥 드리블 하는 것 자체가 불안하더군요. 그래서는 2-3번 선수로 제대로 뛰기가 어렵죠.
다만 수비에서 잉그램은 워낙 사이즈가 좋아서 페인트존으로 다소 밀려들어와도 그 엄청난 길이 때문에 상대 슈팅을 방해하거나, 혹은 쳐내버리는 결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르브런같은 선수만 안만나면야 잉그램의 약한 힘을 정면으로 집중 공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리그에 그리 많은건 아니니까요.
잉그램은 아직 어린 선수니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나가다보면 언젠가는 공격에서도 제 몫을 금세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체력적인 문제도 있지만, 슈팅 감각도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더군요. 자유투도 제대로 못 넣는 상황이니...
4. 클락슨, 러셀의 순조로운 성장세
러셀은 지난 시즌보다 몸이 더 탄탄해진 탓인지 미드레인지 영역에 들어간 이후 대처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오늘 슈팅이 너무나 안들어가는 날이었는데도 페인트 존 안에 들어가서 침착하게 수비를 따돌리고 슈팅을 성공시키는걸 보니 성장한게 너무나 느껴지더군요. 볼핸들링도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더 안정감이 있어진 느낌입니다.
클락슨은 특유의 다이나믹한 플레이들이 여전하고요. 문제는 슈팅인데, 지난 시즌 중반까지는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나 싶었지만 점차 시즌 후반으로 갈 수록 슈팅이 예전처럼 잘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었죠. 일단 지난 4경기 동안의 모습은 3점 35.7%로 나쁘지는 않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클락슨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포인트가드냐 슈팅가드냐 하는 갑론을박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팀의 구성상 자연스레 포인트가드 쪽 롤은 완전히 포기되는걸로 정리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플레이를 봐도 보다 더 볼 소유시간을 짧고 간결하게 하는 쪽으로 수렴하고 있고요. 이대로 쭉 성장해준다면 러셀과 겹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러셀의 경우 전에 비해 좀 더 슈팅을 자신있게 시도하고 있는데,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루크 월튼이 오늘 러셀의 난조에 대해, 슈팅 모습이 대부분 좋은 상황(오픈)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슛을 그렇게 시도하라고 주문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도 오늘 경기는 러셀의 슈팅이 잘 들어가지 않았을 뿐 경기 내용면에서는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5. 스몰라인업 시간 대폭 증가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 중에 스몰라인업을 돌리는 시간이 대폭 늘었는데, 이게 프리시즌이라서 모즈고프를 풀 활용하지 않은 탓인건지, 아니면 시즌 내내 이런 식의 스몰라인업 비중을 높이기 위함인지는 정규시즌까지 들어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일단 스몰라인업의 비중을 높이는 쪽이라면 기껏 비싼 돈을 주고 모즈고프를 영입한 데 대해서 약간은 본전 생각이 날 것 같네요. 대신 루얼 뎅의 경우 스몰라인업 왕자같은 느낌인데...
지난 경기는 토마스 로빈슨, 오늘 경기는 이 지안리안이 경기 막판 계속 센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내추럴 포지션이 파워포워드인 선수들이죠. 아직 로스터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남길 것인지에 대한 테스트도 겸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빅라인업 대신 스몰라인업을 돌리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아직까지는 강하게 드네요.
루크 월튼은 필 잭슨 아래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서 골밑을 아주 강하게 만들면서 경기를 풀던 가솔, 오덤, 바이넘의 레이커스와 그린, 보것, 반즈의 워리어스를 모두 겪었습니다. 일단 지금은 스크린 플레이나 스몰라인업 빈도를 보면 자신의 코칭 경험이 시작된 팀인 워리어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는건 분명해보이는데요.
물론 어떤 팀을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레이커스에도 또 다른 커리, 또 다른 그린이 꼭 존재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워리어스만큼의 원활한 역할분배를 위해서는 기존 선수들의 교통정리, 혹은 역할 변경이 필요할겁니다. 이 부분에선 위에 언급했듯이 쥴리어스 랜들이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레이커스의 드레이먼드 그린과 같은 블루프린트를 조금은 보여준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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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의 지난시즌은 그냥 대학때까지 하던대로 혼자 페이스업으로 우겨넣는 공격 일변도인 모습이었는데 현재까지 프리시즌에서는 제법 농구선수(?) 다워진 느낌이 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