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와 러셀의 덴버 픽&롤 수비에 대한 대응
3쿼터는 못봐서 전반, 4쿼터 위주로 다루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시간도 없고...그냥 가장 주위 깊게 본 러셀에 대해서만 썰을 풀어 봅니다.
33점 13-19, TS가 한 70% 가까이 나올 것 같네요;;; 프리시즌 첫경기 때 월튼이 러셀에게 무리해서 오펜스 돌리지 말고 기회있으면 공격적으로 하고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라고 주문한 후 2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네요.
슛감이 좋아서 얼리 오펜스에서 3점이나 4쿼터 마지막에 쐐기 3점 2개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쿼터에서 픽&롤로 덴버의 수비를 무너뜨린 점이었습니다. 오픈 3점슛, 얼리오펜스, 아이솔의 3점보다 오히려 수비가 set 되어있는 상황에서 픽&롤 플레이를 통해 미들점퍼로 너무 쉽게 다득점을 뽑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네요.
*****************************************************************
가끔 해외 포럼이나 유툽 댓글들을 보면 그런 러셀을 보고 PG가 아니라 SG다 라고 하는데 그런 주장엔 항상 갸우뚱 하게 되요.
커리, 릴리드, 어빙, 라우리, 보스톤의 IT도 다 포가이고, 요새 트렌드에선 오히려 전통적인 포가 하나가 오펜스 운영의 전권을 맡기는 걸 오히려 지양하죠. 작년에 7어시 이상을 찍은 7명 중 2명은 포가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런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러셀의 오프더 볼 게임도 상당히 좋지만...기본적으론 온볼 플레이어이고 그게 러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스탈이고,
또 싸이즈 어드벤테이지가 확실한 포가가 러셀에게 더 유리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2쿼터 상황을 잠깐 리뷰해보면 덴버의 픽&롤 수비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픽&롤 수비엔를 대략적으로 나눠본다면 크게 4가지로
1. going under, 2. soft hedge, 3. hedge/show 또는 trap, 4. switch, 5. Ice 정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1번은 당연하지만 슛이 안 좋은 선수에겐 스크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데 레이커스가 슛이 안좋은 무디아이에게 기본적으로 스크린 아래로 내려갔죠. 무디아이는 좋은 픽&롤 플레이 메이커이지만 앞으로 상대가 스크린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공격 옵션을 상당히 많이 잃어버리게 되어서 장거리 슛을 강제 받는다는 점을 해결해야 할 겁니다.
2. soft hedge는 볼핸들러의 수비수가 스크린 위로 올라가서 볼핸들러의 뒤를 추격하며 압박을 가하고 빅맨 수비수는 아래쪽에서 포지션을 잡아서 레이업 등 돌파를 내주지 않는 전술입니다. 포가/센터나 슈가/센터 픽&롤 상황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선택되는 수비 전술이죠. 대신 가장 비효율적인 슛인 미들점퍼, 롱2를 많이 내주는 전법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되죠. 하지만 빅맨 수비수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스크린만 잘 서면 볼핸들러가 미들점퍼, 롱2를 거의 노마크 찬스로 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술은 풀업 점퍼가 좋은 크리스 폴, 커리, 어빙, 릴라드 등의 선수들에겐 그냥 자살행위가 되겠죠. 특히 빅맨이 느리고 기동성이 많이 떨어지면 2번과 5번 전술 이외에는 쓸 수가 없습니다.그래서 요새 팀들이 비욤보, WCS, 인디애나의 터너 같은 선수들에게 군침을 흘리는거죠.
3. hegde는 볼핸들러 수비수가 볼핸들러를 쫓아가고 빅맨 수비수는 스크린 위로 튀어나와서 볼핸들러를 압박하는 수비인데 보통 사이드 쪽에서 기습적으로 사용합니다. 이건 볼핸들러에 대한 더블 팀이라고 봐도 되는데 잘 되면 턴오버를 유발할 수 있지만 드롭 패스 한방에 수비가 뻥 뚫릴 가능성도 적지 않은 전술이라 상대를 봐가면서 기습적으로 사용해야 하죠.
4. 스위치는 뭐 스위치. 벅스처럼 전부 싸이즈가 좋고 기동성이 훌륭한 팀에겐 스위치 만한 전술이 없겠죠. 적어도 이론적으론 말입니다.
5. ICE. 요건 08 보스턴의 티보도 감독이 어시로 있을 때였나? 여하튼 티보도 감독 때문에 유명해진 픽&롤 수비 전술로 알고 있습니다. Soft hedge처럼 빅맨이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죠. 근데 볼핸들러 수비수는 볼핸들러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스크린을 거의 등지다 시피 shade를 해서 볼핸들러를 스크린의 반대방향으로 몰이 하는 전술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격자의 의도가 아닌 수비의 의도대로 볼핸들러를 몰게 되어서 오펜스를 방해할 수 있죠. 이 전술은 볼핸들러의 수비수가 정면에 없기 때문에 직선으로 뻥하고 돌파를 내주기 때문에 빅맨이 잡아먹거나 적어도 외곽 수비수가 볼핸들러에게 리커버 할 때까지만이라도 잡아두길 기대해야 하죠. 아이스는 가금씩 외곽 수비수와 빅맨 수비수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안 맞으면 그냥 오픈 레이업을 내주기도 합니다 (러셀과 낸스가 서로 싸인이 안맞아서 섬머리그 때 식서스의 맥코넬에게 몇 번씩 뻥뻥 뚤렸었습니다...러셀의 수비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낸스 실수였음). 또 빅맨 수비수는 아래에서 외곽 수비수는 볼핸들러의 뒤쪽 혹은 옆에 붙어있기 때문에 픽&팝에 취약합니다. 만일 루비오와 KAT의 픽&롤이라면 soft hedge는 괜찮은 전술이지만 ice는 절대 비추해야겠죠.
어쨋든 덴버는 러셀에게 거의 soft hedge 픽&롤 커버로 대응해왔습니다. 다행히 러셀의 스크린 파트너는 작년 히벗이 아닌 모즈코프, 블랙, 작년보다 훨씬 스크린 플레이가 좋아진 랜들이었고 스페이싱을 쉽게 벌 수 있었고 아주 여유롭게 성공시켰네요. 비단 이번 2쿼터 뿐 아니라 지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골스의 엘레베이터 플레이도 월튼이 배껴서 시도했는데 훌륭히 성공했었죠. 그런 플레이에는 좋은 스크린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고요. 그런 스크린이 있으니 안 그래도 릴리스가 빠른 러셀의 미들 점퍼를 막기엔 soft hedge 하느라 아래에 쳐져있던 빅맨에겐 쉽지 않죠. 가드들의 퀵릴리스는 같은 가드나 윙플레이어를 상대로 할 때 보다 느린 빅맨을 상대로 할 때 더 위력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또 하나 러셀이 베테랑 수준으로 기가막히게 잘하는 픽&롤 플레이는 바로 수비수를 감옥에 가두는 것(putting defender in a jail)입니다. soft hedge 커버에서 스크린을 받고 페인트로 들어갈 때 스크린이 기가막히게 걸리면 그냥 쉽게 오픈 풀업점퍼를 쏘지만 애매하게 스크린이 걸려서 수비수가 바로 뒤쫓아 오게 되면 아주 침착하게 페이스를 가다듬으면서 뒤따라 오는 수비수의 길목을 짤라먹어가면서 자신의 엉덩이 쪽에 가둡니다. 그 상태에서 압박을 강하게 하면 파울이 되기 때문에 뒤에 갖친 수비수는 다시 러셀의 앞으로 오려고 하겠지만 그 길목을 막거나 아님 그런 찰나에 미들점퍼를 잘 던지네요. 섬머리그에서도 또 지난 2경기에서도 그 스킬을 아주 쏠쏠히 써먹네요. 예전 덴버의 로슨이 요걸 잘했고, 스티브 내쉬도 잘 써먹었고, 샘 카셀도 잘 써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상대팀이 soft hedge로 미드레인지 슛을 내주는데 억지로 패스를 하는 건 오히려 팀에 해가 되죠.
팀의 포가는 무조건 패스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의사결정자라고 생각을 하고
이 상황에선 러셀이 슛을 쏘는 것이 옳은 결정입니다. 어시 갯수에 상관없이 갈수록 positionless가 되어가는
리그의 트렌드에 잘 맞는 포가로 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우 프리시즌 3경기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러셀의 이번 시즌이 조금 기대가 되는 점은 이번에 보여준 퍼포먼스가 러셀에겐 전혀 어렵지 않게 반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고효율의 슛감각을 말하는게 아니라 경기 내용을 보면 수비가 주는 걸 받아먹는 걸 아주 쉽게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슛이야 안 들어가는 날은 뭘 해도 안들어가는 날도 있고 그러는 거죠.
수비에서도 작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고, 몸도 눈에 띄게 단단해져 보이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섬머리그 때 덩크를 보면 운동능력도 여전히 대단하지 않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고요. 17득점, 5어시 정도에 540 TS% 정도 찍어주면 참 이쁠 것 같네요.
글쓰기 |
개인적으로 1경기에서 당한 것과 아주 똑같이 2경기에서 러셀한테 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