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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이집트 출신 스타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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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5:20:38

1990년 3월에 시작된 NCAA 토너먼트는 제가 지켜본 첫 번째 March Madness였기에 지금까지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바로 전 해에 미국 도착한 후 농구는 주로 NBA만 보다가 그때서야 처음으로 대학농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계방송으로 풀 경기를 처음 본 것이 1990 NCAA 토너먼트 8강전 듀크(Duke)와 코네티컷(U Conn)의 대결입니다. 당시 듀크는 전국 15위로 디비전에서 3번 시드를 가졌고, 코네티컷은 1번 시드를 받은 전국 최강팀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팀이 대망의 Final 4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 경기였습니다.


그 경기에서 3명의 선수가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두 듀크 선수였습니다. 코네티컷은 강팀답게 주전들이 고른 활약을 보여 특별히 잘하는 선수가 못하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듀크 선수들은 엄청 잘하거나 엄청 못한 선수들만 있었습니다. 눈동자의 초점이 풀린듯한 모습의 백인 가드는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였지만 던지는 슛마다 빗나갔습니다. 그의 이름이 바비 헐리(Bobby Hurley)라는 건 그 후에 알았습니다. 또 다른 백인 선수는 바비 헐리보다 움직임이 많지 않았고, 공을 소유한 시간도 훨씬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는 슛을 던질 때마다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 2학년 선수의 이름이 크리스찬 레이트너(Christian Laettner)라는 것도 뒤에 알았습니다.


헐리나 레이트너보다 저의 눈길을 더 끌었던 선수는 그 팀의 리더였습니다. 알라 압델라비(Alaa Abdelaby)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그 선수는 겉모습만 봐도 아랍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라 압델라비는 그 경기에서 양팀을 통틀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는 고비마다 27득점을 올리면서 14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양팀을 통틀어 다섯 개가 넘는 리바운드를 잡은 유일한 선수였습니다. 미국의 최강 대학팀들의 대결에서 특이한 이름의 아랍인 선수가 경기를 압도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듀크는 후반에 코네티컷에게 맹추격을 허용해서 경기종료 시점에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듀크는 연장전 종료 2.6초를 남기고 코네티컷에게 골을 허용해 77-78로 뒤졌습니다. 사이드아웃 상태에서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암호명 ‘스페셜’이라는 작전을 지시했습니다. 레이트너의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브라이언 데이비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공을 레이트너에게 다시 돌려줬고 당황한 수비수가 그에게 달라붙을 새도 없이 레이트너는 버저비터를 성공시켰습니다. 극적인 명승부 끝에 듀크는 Final 4에 진출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듀크 신화의 시작이 바로 그 경기였습니다.

https://youtu.be/4DD2fEEVVMk


듀크는 파이널 4에서 아칸소를 꺾고 NCAA 토너먼트 결승에서 3학년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UNLV(네바다 라스베가스)와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결승에서 듀크는 UNLV에게 역대 NCAA 토너먼트 결승의 최다 점수차인 73-103으로 참패했습니다. 그 직후 UNLV의 우승 주역인 다섯 명의 3학년 학생들은 모두 학교에 남아 내년에도 우승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듀크는 4학년생이던 알라 압델라비가 졸업해서 떠났지만 그랜트 힐(Grant Hill)이라는 고교 유망주를 신입생으로 영입했습니다.


알라 압델라비는 졸업 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25번째 픽으로 포틀랜드에 지명되었습니다. 저는 압델라비가 이집트 태생으로 어릴 적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그는 집에서는 가족들과 아랍어를 쓴다고 했습니다. 훗날 그가 아랍어로 해설하는 걸 들어보니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는 물론 영어도 본토발음으로 완벽히 구사합니다. 압델라비의 NBA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보스턴에 트레이드 되어서 레지 루이스와 함께 뛰던 시절이 NBA의 전성기일 겁니다. 그가 주전을 맡았던 셀틱스는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젊은 팀인 샬럿에 업셋 당했습니다.

https://youtu.be/SIVo-AlvNuQ


은퇴 후 압델라비는 방송에서 해설을 했는데, 입담과 유머감각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도 압델라비는 NBA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유일한 이집트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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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9-30 15:55:03

듀크 대의 알라 압델나비... 말씀하신 대로 역대 유일한 이집트 출신 선수죠. 이름때문에 NBA 모든 선수들 중에서 알파벳으로 맨 처음 등장하는 선수이기도 하구요.

WR
2016-09-30 16:08:26

댓글을 보고 이름을 다시 보니 Alaa Abdelnaby (압델나비)가 맞네요. 언젠가 그가 티비에 나와서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는 법을 말해준 것이 기어납니다. '압 델 나 비'라고 한글자씩 똑바로 발음하라고 했던 것 같네요. 그걸 봤음에도 저는 지금까지 습관처럼 압델라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가 알파벳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군요.

WR
2016-09-30 16:41:00

다시 생각해봐도  Abdelnaby 가 모든 선수들 중에서 제일 먼저 오는 게 특이합니다. 그보다 앞에 있을 거 같은 선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네요. 혹시나 이 선수가 NBA에 오면 달라질 겁니다.

http://www.usctrojans.com/sports/m-baskbl/mtt/shaqquan_aaron_974055.html

2016-09-30 18:33:30

그러고보니 올해 보스턴이 뽑은 압델 네이더도 이집트 선수네요
섬머리그때 참 멋졌죠

WR
2016-09-30 18:37:13

그 선수 이름은 들어봤던 거 같은데, NBA에 드래트프 된 것은 몰랐네요.

WR
2016-09-30 23:03:48

찾아보니 셀틱스와 계약이 이뤄진 건 아니었고,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D 리그 선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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