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하더웨이는 진정한 천재인가 과대평가된 선수인가?
멀게에 페니 영상을 올려주신 분이 있어 모처럼 페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올려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조던 은퇴전 시카고 불스팬이었지만 페니만큼은 좋아하는 선수였습니다. 제가 좋아한 매직 존슨, 피펜, 르브론을 생각해 보면, 장신의 포인트 가드나 포인트 포워드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페니 또한 제 안테나에 들어온 선수였습니다.
페니가 NBA무대 데뷔하여 활약하기 시작한 무렵은 우리나라 국내 농구도 농구대잔치에 허동택 트리오, 연세대, 고려대 등 좋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엄청난 붐이 일어났던 시기이고 NBA에서도 시카고 3연패 이후 조던은 1차 은퇴하였으나 당시 샼의 등장과 페니의 데뷔, 조던의 복귀 등으로 NBA에 대한 인기도 대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페니의 인기는 엄청났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농구잡지를 통해 접하는 페니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높았습니다.
6-7의 신장의 포인트 가드로서 엄청난 운동능력과 BQ를 겸비한 천재의 등장으로 그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직 존슨 역시 페니에 대해 극찬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페니는 장신 포인트 가드의 숙명(?)과도 같이 전성기에 다다르기 전에 무릎부상으로 천재성이 꺾이면서 미처 꽃을 다 피우지 못한채 시들어 갔습니다. 그래도 22세에 데뷔해서 36세까지 14시즌을 뛰고 갔으니 적게 뛴 커리어는 아닙니다만, 올랜도 시절 포인트 가드 1번 페니라는 선수의 모습은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장신 포인트 가드로서 좀더 프레임도 더 두꺼웠던 6-9의 매직 존슨 역시 선수생활 초반 큰 무릎부상을 입었고 이후 운동능력을 많이 상실했지만 그의 천재적인 농구센스와 패싱능력 등으로 초일류의 레벨을 은퇴전까지 유지했음에 비해 페니는 왜 무릎부상이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양 평범한 선수가 되었는지입니다.
또 한가지 페니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 3년차에 ALL NBA 1st팀에 들었고, 부상으로 결장이 많았던 4년차인 96-97시즌에는 ALL NBA 3rd팀에 들었는데 이후에는 특별한 수상경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커리어상 최고시기인 94-95시즌, 95-96시즌 페니가 남긴 스탯은 최고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페니는 정말 엄청난 천재였는지, 아니면 농구 붐이 일었던 시기적인 면과 잘생긴 외모 등 매력, 제임스 딘이나 이소룡과 같이 단명한 천재라는 이미지 등으로 인해 실제 실력보다 과대평가된 선수였는지 사실 과거에 게시판에서도 몇차례 논쟁이 있었습니다.
94-95시즌 23세 페니의 기록을 보면
1차스탯
20.9득점 (51.2%야투, 34.9% 3점, 76.9% 자유투), 4.4리바, 7.2어시, 1.7스틸, 0.3블락, 3.4턴오버
2차스탯
PER 20.8, WS 10.7, WS/48(0.177), OBPM 4.9 (5위), BPM 4.2, VORP 4.5
95-96시즌 24세 페니
1차 스탯
21.7득점(51.3%야투, 31.4% 3점, 76.7%자유투), 4.3리바, 7.1어시, 2.0스틸, 0.5블락, 2.8턴오버
2차스탯
PER 24.6(9위), WS 14.4(4위), WS/48 0.229(7위), OBPM 6.4(2위), BPM 6.4(5위), VORP 6.4(4위)
1차스탯으로 대략 20-4 -7 정도이고, 2차스탯도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3점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인트 가드로서 어시스트가 독보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비력이 특출나다고 할 수도 없었죠.
그러나 한편으로 2년차에 이미 ALL NBA 1st팀에 들었다는 점은 굉장한 일이긴 합니다. 르브론의 경우 2년차에 2nd팀이었죠.
그리고 평득 20점 정도의 스탯으로 퍼스트팀에 들었다는 점도 주목해 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탯보다 실제 경기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 높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페니의 94-95시즌 파이널 경기를 다시 다운받아 보았습니다.
6-7 신장의 선수가 정말 포인트 가드로서 공격과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대개 장신 포인트 가드는 수비 매치업에서 상대 2, 3번을 수비하는 경우가 더 많죠. 운동능력은 마이클 조던처럼 폭발적이고 매직 존슨과 같은 장신 포인트 가드가 번뜩이는 패스를 넣어줍니다. MJ MJ라는 평은 르브론 이전에 페니가 받을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페이보릿인 르브론과 비교해 봄직 합니다.
르브론은 최강의 하드웨어와 최고의 BQ를 지니고 있고 경기의 흐름을 읽고 운영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그 흐름속에서 자신이 어떤 플레이로 어디에 위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도 대단히 뛰어납니다.
대신 테크닉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투박한 면이 있고 그래서 어떤 분은 살짝 덜 구워진 최고급 스테이크같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하셨습니다.
페니는 프레임이 훨씬 가늘고 플레이는 더 세련되었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도 더 뛰어나 보입니다. 대신 르브론만큼의 수비력이나 올어라운드한 능력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포인트 가드로서 게임을 이끌어가고 풀어가는 능력에서 탁월하고 플레이가 무리스럽지 않으면서 리딩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공격력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페니의 스탯이 높지 않은 것은 그의 플레이스타일이 볼을 독점하지 않으며, 무리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면에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페니의 USG% 수치는 25정도로 르브론이 한창때 33정도까지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페니는 선수들의 통상적인 전성기인 27세~32세가 되기 전인 25세경에 이미 부상으로 많은 재능을 잃었습니다. 이후 아마도 심리적으로 자신감도 꺾이면서 타고난 센스역시 사그러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니의 23세, 24세 당시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퍼스트팀 수상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평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의 스탯보다 더 뛰어난 경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장신의 포인트가드로서 보여주는 범상치 않은 재능에 대해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라 볼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어느 전문가는 리그에서 5명을 뽑아 팀을 구성하려할 때, 자신이라면 일단 페니를 뽑아 1번자리에 놓고 나머지 구성을 생각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을 만큼, 매직 존슨 이후 오랫만에 등장한 이 장신 포인트 가드에 대해 엄청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생각은
페니는 엄청난 천재성을 지닌 선수였고 높은 기대를 방았고 실제 경기력도 상당히 높았었다. 그런데 그 재능이 완전히 꽃피지 못하고 전성기가 채 오기 전에 꺾이는 바람에 스탯 자체는 최정상급은 아니었는데 이런 이유에는 페니의 무리하거나 볼을 독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팀에 융화되는 플레이스타일에도 기인한 것이고 오히려 이런 모습때문에 페니가 더욱 팬이나 당시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았을 수도 있다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포인트 가드로서 페니는 팀을 잘 이끌어 파이널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포인트 가드는 팀성적으로 말한다는 매직 존슨의 어록처럼 페니는 아직 설익은 전성기 이전의 샼과 함께 젊은 나이에 팀을 파이널에 진출시켰던 포인트 가드였던 것입니다.
과대평가라는 말이 어떤 면을 의미하느냐에 따라서는 기대치나 천재성에 비해 필적하는 성과물을 내어 놓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또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보다는 비록 전성기 이전에 부상으로 꺾여서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물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페니가 보여준 재능과 경기력은 대단한 것이었다라고 보는 쪽이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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