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웨버를 추억하며 - 벤 시몬스의 미래는?
혹시나 정말 좋아할 만한 스타일과 능력의 선수인데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현역시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은퇴하고 나서야 왜 이런 선수를 이제사 알게 되었지? 라고 놀라는 선수가 있으신지요?
제게는 크리스 웨버가 그런 선수입니다.
저는 제 닉네임에서 드러나듯이 르브론의 오랜 골수팬입니다.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을 좋아했던 저인데 98년 조던이 은퇴하고나서 한동안 NBA에 흥미를 잃었었죠. 사실 조던을 좋아했지만 조던보다는 올어라운드한 매직 존슨이나 피펜에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후 오닐, 아이버슨, 던컨, 코비 등이 등장했으나 크게 제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고 그러다 03년 르브론이란 선수가 데뷔했죠.
지금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고 P2P 사이트에서 지난 경기들을 거의 다 구할 수 있었지만 00년대 초반 당시에는 토렌토로 파일을 받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해서 지금처럼 자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 웨버라는 선수는 조던 은퇴와 르브론 데뷔 사이의 그 어느 시점에 전성기를 보냈던 선수로 절묘하게 제 관심범위를 피해간 경우였습니다.
또 하나는 저는 빅맨보다는 가드나 스몰포워드와 같은 퍼러미터 플레이어를 더 선호했는데 그런 점도 웨버에게 관심이 덜 간 이유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NBA에 다시 빠져들고 르브론을 열렬히 응원할 당시에 웨버는 이미 자신의 최고시절을 지나서 부상으로 잦은 결장을 하면서 팀 케미에 약간씩 문제를 일으키던 선수였습니다.
새삼스레 놀라게 되는 밀레니엄 킹스의 존재. 골든스테이트 이전에 가장 화려한 팀플레이를 자랑하던 그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대표선수로 크리스 웨버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제가 NBA에 다시 빠져든 그 시기는 그런 밀레니엄 킹스에 부상으로 신음하는 웨버 대신 브래드 밀러가 자리잡고 있었고, 웨버는 스스로도 안타까웠겠지만 종종 팀 케미에 문제가 될만한 발언으로 게시판에 논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후 웨버는 필라델피아에서 아이버슨과 조우하거나 배드보이즈 2기의 또다른 막강 팀플레이의 디트로이트에 합류하기도 했는데 당시 웨버는 무릎부상으로 자신의 놀라운 기량중 많은 부분을 상실하였고, 미드레인지 점퍼에 의존하는 소프트한 빅맨으로 비판을 받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놓쳤던 98~03년 당시의 웨버. 나중에서야 접한 그 당시 웨버의 모습은 저에게 굉장한 임팩트로 다가왔습니다. 어쩜 빅맨이 저리 다재다능하고 저리 패스를 잘할 수 있을까. 탑에서 페이스업으로 리딩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45도 엘보우 지점에서 화려한 패스웤과 볼핸들링으로 패싱과 슛으로 상대코트를 허무는 그의 모습은 정말 놀랍고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당시 웨버는 운동능력도 좋고, 볼 핸들링도 되며, 슈팅능력도 장착되어 있었고 3점포도 갖추었습니다. BQ는 엄청났고 패싱스킬은 정말 매직 존슨의 그것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절묘했습니다. 르브론의 패싱도 대단하지만 매직이나 웨버처럼 화려한 느낌은 주지 않죠. 절친인 크리스 폴도 최고의 패서이자 리딩가드이지만 매직과 같은 화려함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웨버는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매직이어서 그런지 패싱에서 가장 매직 존슨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골대를 등진 상태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패스웍은 전성기 매직을 방불케 하는 웨버만의 절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밀레니엄 킹스와 샼-코비의 레이커스간의 역대급 시리즈. 사실 저는 이 시리즈를 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회자되고 말도 많은 이 시리즈에서 거의 승리를 눈 앞에 두었던 놀라운 밀레니엄 킹스의 매력을 저는 너무도 늦게나 발견하게 되었고 그 중심에 있었던 웨버라는 선수도 너무 늦게나 알게 되었죠.
벤 시몬스라는 선수가 올해 드래프트 1번픽으로 NBA무대에 입성했습니다.
보통 클블 선수가 아닌 신인에게는 관심을 잘 갖지 않는데 시몬스는 제2의 르브론이라는 이야기가 들려 관심을 갖고 동영상을 찾아서 플레이를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시몬스는 르브론과는 좀 달랐습니다. 좀더 화려하고 르브론보다는 매직 존슨류의? 그러고 보니 시몬스는 제2의 웨버가 될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장도 6-10으로 웨버와 같고 포지션도 파포입니다. 아마도 필라델피아에서 파워포인트로 뛰면서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바로 웨버가 맡았던 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 해도 웨버는 패싱센스뿐만 아니라 정교한 슈팅능력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스킬로 골밑을 공략할 수 있는 테크니션이었습니다만 이런 면에서 시몬스는 아직까지는 웨버에 범접하기 어려운 상태인 듯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무릎이 나간 이후의 웨버를 접하게 되었는데, 사실 웨버의 우상인 매직 존슨도 커리어 중반 이전, 비교적 전반부에 무릎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직은 은퇴할 때까지 그 무릎상태로 정상에서 플레이를 했죠. 놀라운 일입니다. 웨버는 무릎 부상이후 제가 놓친 시절에 보여준 엄청난 재능과 능력의 많은 부분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시몬스를 보면서 웨버가 떠 올라 이런 글을 쓰게 되네요. 시몬스가 제2의 웨버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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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론도가 될지 크리스 웨버가 될지는 지켜보면 될거 같아요.
번뜩이는 패싱 센스는 정말 당장 NBA에서도 빅맨 중 탑급 일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