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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디트로이트와 팀 골든 스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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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6-18 13:01:49

1996년 잠깐 미국에 있을 때 불스의 농구를 보며 nba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교 기숙사 방에서 친구들과 모여 조던의 플레이를 감상하며 이게 진짜 농구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씩 AFKN이나 스포츠채널들을 통해서 nba를 시청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건 2004년 팀 디트가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되던 4인방이 자리잡은 LAL과 마주한 파이널을 보면서 부터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약자의 편에 서길 좋아하던 성격 탓인지 당시 말도 안되는 underdog으로 평가받던 팀 디트에게 어딘지 모를 관심과 응원을 보내게 되었고 상대팀에 비해 선수 개개인의 name value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어느새 열성팬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팀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다 보니 선수 한 명 한 명의 드래프트부터 팀 디트에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반면에 우승 반지를 위해서 오랜 소속팀을 떠나 확률높은 선택을 한 상대팀의 선수들이 조금은 얌체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결과는 짜릿한 인생역전 드라마와도 같은 underdog의 통쾌한 4대1 승리였고, 그 후 더이상 final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동부 컨퍼런스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선수들과 팀 디트가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벤의 이적과 천시의 트레이드 등으로 인해 배드 보이스 2기라 불리던 팀이 조금씩 해체의 수순을 밟아가며 저의 nba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팀 골스를 만났습니다. 3점슛 중심의 새로운 농구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도 대단해보였고 몬타 앨리스에 비해 그리 나을 게 없어보이던 커리가 저리도 성장한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팀 골스의 팀 컬러가 맘에 들었던 건 주전과 벤치멤버를 가릴 것 없는 균형잡힌 실력과 팀 기여도 그리고 고른 활약이었습니다. 10년쯤 전에 팀 디트에게서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팀 농구 그 자체였죠. 게다가 작년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상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르브론이었으니 저의 팀 골스를 향한 팬심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린이라는 친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에게는 빅벤을 연상시키는 선수였습니다. 포지션 대비 작은 키를 엄청난 열정과 투지로 극복하는 모습이 짠하기까지 했습니다. 드래프트에서 자신보다 먼저 선택된 서른 명이 넘는 선수들의 순서와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언드래프티 빅벤과 정말 닮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팀 골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제 머리속에는 2004년 팀 디트의 세러모니가 overlap 되기도 했습니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팀을 옮기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팀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힘과 끈끈한 협력, 그리고 오랜 기다림을 통해 우승을 일궈내는 스토리에 비해서 감동이 훨씬 덜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때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팀을 옮겨다니게 되기도 합니다. 종종 팀에서 버림 받듯이 짐을 싸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쉼없이 노력해서 당당히 실력으로 당신들이 내린 그 때의 선택이 옳지 않았음을 증명해내는 스토리만큼 감동적인 것도 스포츠의 세계에는 없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팀 골스를 응원합니다. 적어도 올해 파이널에서는 팀 골스가 멋지게 우승을 해줬으면 합니다. 농구가 진짜 팀 스포츠임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수퍼스타 한두 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진정한 팀 스포츠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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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6-06-18 13:00:46

네, 팀원 한명한명은 장점도 약점도 있는 선수들이지만 서로서로 협력해서 강팀이라는 면에서 골스는 매력있는 팀입니다.

서장훈과 JYP가 드레이먼드 그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데, 어떤면을 중점으로 볼것인가에 따라 각자 타당한 결론이 되는것 같습니다.

선수개인의 역량이냐, 위대한 팀을 돌아가도록 하는 엔진이냐.

올해 리핏으로 대미를 장식해주었으면 하지만, 승패에 관계없이 재미난 농구 신바람 나는 농구를 보게 되어 행복한 시즌이었습니다.

2016-06-18 14:46:49

저도 2004년 당시 디트로이트 팬이었습니다. 수비를 참 멋있게 맛깔나게 하던 게 인상적이었죠
골스에 은근히 더 응원하고 관심을 가졌던 것이 르브론에게 디트침공때의 앙심을 품고 응원하는 거라 생각했는디 글을 읽고나니 닮은 점이 있네요 걸스랑 그당시 디트로이트랑.. 좋은 글을 읽어서 하나 깨닫고 갑니다

2016-06-18 17:55:26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참 매력있죠... 골든스테이트는 이름값이 아닌 팀 플레이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정말 훌륭합니다


디트로이트도 다시 올라오는 중입니다. 곧 좋은 소식 들려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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