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비치는 당시 시대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게 상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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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01 15:08:36
사실 개인적으로 던컨 이전의 샌안은 잘몰라서 던컨 합류 이후의 포포비치를 주로 많이 접했었는데 제 기억으론 던컨이 합류하고 2번째 시즌에 우승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트윈타워+롤플레이어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지 폽에 대해선 지금처럼 칭찬하거나 그런 반응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후에 레이커스라는 벽에 여러번 막히면서 우승은 커녕 파이널 진출도 못할땐 선수빨(정확히는 던컨빨)이라는 비난을 엄청 받았죠. 후에 03년에 드디어 레이커스를 넘고 우승했을 때에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위대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던컨+은퇴 시즌에 우승 반지를 차지한 로빈슨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 폽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때만 해도 폽에 대한 좋은 인식이 많이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폽에게 가장 놀랐었던 때가 바로 05 플옵이었습니다. 이때의 샌안하면 역시나 빅3(이 시즌을 기점으로 빅3가 제대로 완성됐다고 봅니다.) 에 보웬 배리 라쇼 오리 등 롤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면서 보조해주던 시절이었는데 서부 플옵 2라운드까지만 해도 그들의 방식대로 플레이를 하던 샌안이 서부 파이널에서 당시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상대팀들을 초토화시키던 피닉스를 만나자 그전과는 다르게 템포를 엄청 끌어올려서 맞불을 놓는, 일명 화력전 구도로 나오더라고요. 정규시즌에 평균 득점이 96.8점으로서 110.4점을 기록했던 피닉스보다 무려 14점 가까이 적었던 팀인지라 화력전으로 맞붙으면 불리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그들은 도리어 이 시리즈에서 무려 108.2점을 기록하면서 화력으로 피닉스를 이겼었죠.
그후 파이널에선 막강한 수비력의 디트로이트를 만났는데 여기선 화력전이 아닌 진흙탕 승부로 몰고가서 힘겹게나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파이널에서의 평균 실점이 단 86.7점에 불과했습니다. 불과 몇주전만 해도 상대에게 100점 이상을 주면 우린 110점 이상을 넣어버린다는 생각으로 나왔을 때하곤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후에 한번 더 우승을 했지만 던컨이 점점 노쇠화하면서 샌안의 강점이었던 인사이드에서의 단단함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10시즌엔 6위로 겨우 플옵 진출을 했지만 2라운드에서 피닉스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고 다음 시즌에 서부 1위를 하긴 했지만 플옵에서 멤피스에게 충격의 8번 시드의 기적을 당했을 때 저는 이제 샌안의 시대도 멀리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시즌부터 몇몇 선수들에 의한 공격이 아닌 코트내의 5명 전원이 볼을 만지면서 쉬운 찬스를 만들어내는 공격 패턴을 무수히 창조해내면서 상대팀 수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화룡점정으로 패싱력이 좋은 디아우가 가세하면서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시스템 농구를 완성시킨 걸 보면서 정말 폽 저 영감은 여우, 농구 도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까지의 샌안하면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공격에서 단조로워 보이는 패턴으로 득점을 하면서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반전이죠. 이때를 기점으로 더이상 샌안의 농구는 재미없다는 소리가 확 사라진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시스템 농구라는 걸 완성시키면서 트렌드를 선도해가던 포포비치는 이번 시즌에 알드리지를 영입하고 카와이를 더 발전시킨 것과 동시에 다시 본래의 막강한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리그에서 골스와 함께 유이하게 득실마진이 10을 넘기는 팀으로 바꿔놨습니다.(전시즌 평균 실점 - 97점, 이번 시즌 평균 실점 - 92.9점) 물론 그들이 발전시켰던 시스템 농구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다른 라이벌 팀들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탤런트 부분도 카와이의 성장에 알드리지가 가세하면서 이것마저도 약점으로 지목하기 힘드니 지금의 샌안은 아마 포포비치 era에서 가장 공수 패턴이 완벽에 달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서 수비로 압살하고 싶으면 엄청난 수비로 상대를 꼼짝못하게 하고 공격에서 더 힘을 내고 싶으면 오늘처럼 여러 패턴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힘과 동시에 카와이-알드리지의 탤런트 농구로 이기는, 즉 생각대로 하는 다 되는 수준에 이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포포비치는 이제 농구도사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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폽을 보다 보면 항상 생각나는 게 퍼거슨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