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하고 쓰는 미네소타 원정3연전 리뷰
미네소타가 포틀랜드 원정에서 칼 앤서니 타운스의 위닝샷에 힘입어 106:105, 1점차 신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상대로 2012년 이후 최로로 거둔 원정승리이며, 이 승리로써 2004년 이후 12년만의 원정 3연전 스윕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시즌 막판이고 이미 로터리픽을 확보(?)한 상태지만, 갈길 바쁜 강호들을 상대로 정말 대차게 붙어서 (음...커즌스와 론도가 빠졌던 킹스는 제외...;;) 얻은 승리라 뭔가 팀 자체의 성장을 본 느낌입니다. 골든스테이트 - 새크라멘토 - 포틀랜드로 이어진 원정 3연전, 짧게 짧게 호로록 리뷰해보겠습니다.
4/5 골든스테이트 원정 124 : 117 (OT) 승리
- 'The Shock' -
경기 내내 이런식으로...미네소타는 잠시의 틈이라도 주느니 걍 미스매치를 무릅쓰는 수비로 일관했고 (사실 이게 요즘 골스를 상대하는 팀들의 대표적인 골스 파훼법이죠.) 이게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팀 자체의 레벨차이가 너무나 현격하여, 경기 중 한 때 17점차까지 벌어지는 장면도 있었죠.
그런데 이 날 진짜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X-Factor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미네소타의 모지리 중에서도 단언컨대 가장 일차원적인 농구를 구사하는 샤바즈 무하마드였습니다.
샤바즈는 9/12의 야투율, 15/17의 자유투로 커리어 하이인 35득점을 대폭발시키며 골든스테이트의 우위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이 날 그의 온코트 마진은 무려 +29.
이 날 샤바즈가 워낙 감이 좋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천하의 골스를 상대로 무쌍을 시전하며 종횡무진하는 그를 보고 뜬금없이 삼국지의 위연과 곽회가 생각나더군요.
삼국지 중후반 위 최고 명장 중의 한 명이자, 천하의 제갈공명조차 번번히 패퇴시켰던 곽회가 유독 위연을 상대로는 매번 탈탈 털렸던 것....이에 대해 최근 재미있게 본 웹툰 '삼국전투기'에서 최훈 작가가 전략적으로 복합적인 사고를 했던 곽회가 오히려 단순무식(?) 한 위연에게는 상성이 안 맞았던 것이 아니냐는 평을 한 바 있는데, 샤바즈와 골든스테이트도 비슷한 상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농구를 저따구로 하지?
아무튼, 골든스테이트가 샤바즈 무하마드라는 미지의 생물에 당황한 사이 팀의 주포인 95트리오들이 클러치에서 집중력을 발휘, 앤드류 위긴스와 잭 라빈이 연신 빅샷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전은 '1픽 듀오' KAT과 위긴스가 접수, 역사에 남을 업셋을 완성했습니다.
4/7 새크라멘토 원정 105:97 승리
- 내가 유럽의 MVP다 -
시즌 초반 한 때 무려 루키래더 2위 씩이나 해봤던 '유로 MVP' 비엘리차.
하지만 얼마 못 가 당한 허리 부상 이후 결장과 부진을 반복하며 그저그런 백업 포워드의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최근 다시 눈에 띄게 폼이 올라오고 있고, 킹스전에서는 6/7의 야투와 3/4의 3점으로 커리어하이인 18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사실 이 경기는 킹스의 두 축인 커즌스와 론도가 결장한 경기였고 최종 점수차는 8점이었지만 사실 막판 가비지 타임에 점수차가 좁혀진 면이 있어서... 미네소타가 비교적 무난하게 이긴 경기였습니다. 루비오와 타운스의 출장시간이 각각 22분, 27분 밖에 안되고 타이어스 존스가 26분이나 뛰었을 정도로....
미네소타 팬 입장에서는 비엘리차의 맹활약과 라빈의 이 게임에나 나올법한 덩크 (NBA Top 10 플레이 1위) 가 가장 눈에 띄었던 경기였습니다. 킹스에선 퀸시 에이시 (17점 6리바운드)의 분전이 돋보이더군요.
4/7 포틀랜드 원정 106:105 승리
- 릴라드 VS KAT -
오늘 경기 정말 명승부였고, 흥미로운 장면이 많았지만 워낙 드라마틱했던 마지막 순간 이후 그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백설이 불여일동(백 개의 txt가 한 개의 avi만 못하다)이라던가요. 클러치 상황을 한번 보시죠.
리키 루비오의 본헤드 파울에다 릴라드의 놀라운 집중력....그의 수많은 클러치 제물 중 하나로 남나 했더니....
KAT이 정말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해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AT의 신인 답지 않았던 침착한 클러치샷 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이 참으로 세련되었던 샘 미첼의 마지막 포제션 세팅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팀 클러치를 담당했던 위긴스와 라빈이 순간적으로 외곽으로 빠지면서 당연히 포틀랜드의 수비도 확산되고 그 틈에 골밑에 아미누와 함께 덩그러니 단둘이 남은 타운스에게 그대로 볼투입....
그러고 보면 거의 10년 전 (2007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무려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던 사람이죠. 올 시즌 플립 선더스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급작스럽게 감독직을 맡아 시즌 내내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기용, 로스터에 어울리지 않는 전술 고집, 똑똑하지 못한 언론 대응 등으로 현지에서나 매니아에서나 참으로 맹렬히 비난받은 샘 미첼이지만, 오늘 마지막 포제션만큼은 무릎이 탁 쳐지는 좋은 세팅이었다 생각합니다.
네마냐 비엘리차는 오늘도 11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라는 좋은 기록으로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그의 몸상태가 올라오면서 타이어스 존스는 주로 볼운반을 맡고 비엘리차가 플로어 리더 역할을 하는 장면이 많이 보이는데, 이게 아주 좋습니다. 믿을거라곤 몸뚱이뿐인 모지리들로 득시글거리는 미네소타 로스터에서 루비오, 타운스와 함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는, 특히나 백업 중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로서 팀이 강해질 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선수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4/5번을 모두 볼 수 있는 골귀 졩의 특성을 살려서 지금의 고기타운 듀오를 해체하고 타운스 - 비엘리차의 주전 골밑에 졩이 30분 가까이 뛰는 키 식스맨으로 4/5번 모두 백업하는 라인업도 충분히 생각해봄직합니다. 그만큼 최근 비엘리차의 활약이 좋아요.
이제 시즌도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개막을 앞두고 감독 사망, 여전했던 각종 부상 악재들, 어리버리했던 어린 선수들과 더 어리버리했던 코칭스텝의 맹활약 속에 12 시즌 연속 플옵 탈락이라는 똥자탑을 남겼지만, 분명 성적으로 보나 경기력으로 보나 눈에 띄는 발전상은 있었던 시즌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두 경기. 휴스턴전과 뉴올리언스 전... 둘 다 홈경기입니다. 모두 승리할 경우 시즌 30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 그리고 다가올 오프시즌과 드래프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에 미네소타의 시즌이 끝난 후로 미루겠습니다.
그럼 모두 행복한 일요일 밤 되시기 바랍니다.
2016-04-10 22:14:40
제가 미네소타를 nba 응원팀으로 정해서 그렇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네소타 팬분들 중에 글을 재밌으면서도 분석력 있게 잘 쓰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에그몽 님도 있고 늑춤 님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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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가 재밌네요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