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에서 멸종위기를 맞은 정통빅맨들에 대한 소고
결국 올해 올스타전도 선발에 센터는 한명도 없군요. 하다못해 정통 포스트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도 한 명도 없네요. 앤써니 데이비스 빼고는 9명이 모두 윙 플레이어들인데, 데이비스조차도 포스트에서 back-to-the-basket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선수는 아니죠.
'프런트코트' 멤버로 나오는 르브론과 카와이, 버틀러와 듀랜트는 이름만 '프런트' 일뿐, 공을 잡고 직접 스크을 받으며 엘보우에서 적진을 휘젓는 윙 플레이어들, 그러니까 그냥 딱 평균신장이거나 그보다 좀 더 키가 큰 Kobe Bryant류의 슈팅가드들일 뿐입니다. 이 선수들은 골밑에서 몸싸움하고 훅샷을 넣는 정통 빅맨과는 엄청나게 큰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죠. 즉 올스타전 1쿼터에 10명중 9명의 가드를 출전시키는 격이 되어버린겁니다.
바야흐로 진정한 빅맨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성공하며 우승하는 시대는 이제 완전히 거했나봅니다.
NBA 올드팬으로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한 15년 전만 해도 올스타 라인업에도 역대급 센터들은 물론이요 포스트 플레이가 장기인 파워포워드들이 넘쳐났었죠.
이게 01 올스타였을겁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런트진에 비하면 심지어 코비-키드-페이튼-핀리처럼 레전드가 세명이나 끼어있는 가드 라인업이 초라해보일 지경이었죠.
센터는 물론 저 엄청난 파워포워드들 그 누구도 '윙플레이어' 는 없습니다. 저런게 진짜 '프런트 코트' 아닐까요?
그리고
한 10몇년 지난 지금,
NBA의 역사는 그야말로 윙 플레이어들에 의해서만 쓰여지고 있는 중입니다.
리그를 주름잡는 최고의 수퍼스타들--- 르브론, 커리, 듀랜트 하든, 웨스트브룩, 탐슨, 카와이 등-- 이 모두 윙플레이어이고, 이 윙플레이어들이 중심인 팀만 성공하고 우승하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구조는 스몰라인업의 득세로 더더욱 극단적으로 작고 빠른 윙플레이어들이 오로지하는 리그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며, 때문에 그럴수록 7풋의 신장과 뛰어난 기본기와 풋웍, 그리고 훅슛으로 골밑에서 득점하는 빅맨들은 앞으로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50년 전통의 올스타전 명맥을 이어나가는 취지로라도 그래도 센터 포지션에서 컨퍼런스당 하나씩 뽑아주긴 했었죠. 하지만 이제 프런트코트로 세명을 뽑게 됩니다. 그럼 당연히 프런트라는 허울만 좋은 이름을 이용해 각 컨퍼런스에서 제일 날고 기는 날랜 스몰포워드 스윙맨 셋을 뽑게 되겠죠. 그리고 이 구조때문에 결과적으로 10여년간 야금야금 진행되어온 역대 최악의 빅맨 가뭄 현상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가시적으로 드러나버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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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아재매니아가 된 지금 90년대부터 밀레니엄의 서막이 열린후 10년의 세월들이 그립기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