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 셤퍼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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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2-02-17 01:41:56
시즌 초반부터 닉스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는 셤퍼트에 관해서
계속 관심이 가는데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선수 같습니다. 다소 글이 길어졌네요.
우선 첫 인상에서 느꼈던 것은
1. 구력이 비교적 짧을 것이다.
2. 풋워크, 특히 수비시 풋워크가 상당히 괴상하다. 축구 선수와 비슷하다. 아니 복싱 선수인가?
이 두가지였습니다.
자세히 이 선수의 경력까지 훑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보면 볼수록 상당히
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오펜스 면에서 보자면 잡다한 기술이 전혀 없습니다. 투박한 드리블로도 몸부터 밀어넣고
치고 들어가면서 포제션을 잘 유지하고 일단 신체적으로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피니시가 안 되더라도 파울을 상당히 잘 얻어내는 타입입니다.
슛에서도 폼 자체가 썩 나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아름답고 교정된 슛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다보니 편한 슛폼을 찾아서 던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미드 레인지건 3점이건 어느정도 기본적인 슛팅은 보여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아직까지는 그저 재능과 감각으로 오펜스를 하는 선수 같습니다.
그 다음을 보자면 수비인데 수비에서는 아무리 봐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면들이 있습니다.
우선 지금 모습을 보면 1대1 수비는 신인에서 좋은 정도를 넘어서 리그 내에서도 상당히 경쟁력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괜히 스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죠.
여기서 잠깐만 1대1 수비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적 농구 수업 등을 들으며 어깨 너머로나마 전문적인 농구 선수나 코치들이 하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몇 번 있는데 대인마크의 기본에 대해서는 하는 이야기가 거의 같습니다.
낮은 자세, 사이드 스텝, 상체를 세우고, 손으로 스틸을 노리되 절대 과하지 않고, 눈은 공보다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쫓아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건 바로 사이드 스텝이었습니다. 발이 한 번 앞뒤로 꼬이고 나면 수비가 끝나버린 것이라고 할 정도로 사이드 스텝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절대 골대를 바라보고 수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등을 지고 상대방을 견제해야죠.
실제로 NBA를 봐도 퍼러미터 수비좀 한다하는 선수는 사이드 스텝을 이용해서 상대방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사이드라인 쪽으로 가도록 몰아가는 수비를 많이 보여줍니다.
그런데 셤퍼트는 사이드 스텝이 거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텝이 앞뒤로 꼬이는 건 물론이고 정면에서 공격수를 보고 수비하는 게 아니라 약간 비스듬히 서서 스틸을 노리고 수비를 합니다. 그리고 사이드 스텝이 아닌 앞뒤로 스텝을 놓는 모습을 상당히 많이 보여줍니다. 골대를 등지는 게 아니라 수비자도 골대를 보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이러면 상대가 드리블 훼이크든 스피드로든 치고 나가면 1선에서 뚫린 가드진은 수비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기 때문에 팀 디펜스를 해치는 요인이 되고 그래서 절대 못하도록 하는 짓 중에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말이죠.
그러나 셤퍼트는 저런 도박성 수비를 하다가 상대 공격수 뒤에 놓여버려도 놀랄만큼 신기하게 빨리 리커버리를 해 버립니다. 리커버리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2선에서 헬핑하러 올라오는 선수랑 같이 트랩을 놔버리기도 하죠. 거의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리커버리가 빠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를 않습니다. 사이드 스텝 놓다가 스텝 한번 꼬이고 다시 스피드 올려 따라붙고 하는 게 정말 하체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는 운동일텐데 셤퍼트는 도무지 지치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놈은 하체를 단련하는 축구나 복싱 같은 운동을 한 선수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보면 농구 선수에게서, 흑인에게서 거의 보기 힘든 바깥으로 휜 O다리의 모습이 약간 보입니다.
두번째, 셤퍼트의 괴상한 스틸 능력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틸이 나오는 상황은
1. 패싱 레인 읽기
2. 2대2 트랩
3. 믿을 수 없이 빠른 손을 가진 수비수
4. 상대방의 움직임을 경험으로 읽는 수비수
위 네 가지가 대부분이라고 봅니다. 셤퍼트는 저 기준에서 본다면 1,3,4번에는 쉽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트랩을 거는 솜씨는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제프리스와 챈들러가 도와주면 핸들링 부족한 가드는 사이드 라인에서 털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스틸 1위를 달리는 루비오 같은 선수는 1,4번에서 상당히 좋은 능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셤퍼트에게는 공을 어거지로 뺏어내는 재능이 있습니다. 농구를 볼 때 자연스러운 스틸 상황이 있는데, 셤퍼트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혼자만의 능력으로 공을 뺏어내 버리는 재능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또다른 선수는 트레버 아리자, 그리고 특히나 론도입니다. 론도는 스틸을 억지로 억지로 만들어 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죠. 론도는 그걸 만들어 내는 바탕이 상대 선수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과 농구에 대한 이해라면 셤퍼트는 순전히 신체적 재능과 1인 압박에 의해서 스틸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토론토와의 경기 5점 뒤진 상황, 아마레가 골밑에서 블락을 당하고 분위기가 쳐지면서 토론토의 승리를 굳건히 할 수 있는 포제션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로 유명하고, 또 당일 컨디션도 매우 좋았던 칼데론을 상대로 아무런 헬핑 없이 혼자서 스틸을 만들어 냈던 모습이 셤퍼트의 스틸 짜내기 재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플레이오프나 중요한 경기 때 가드진의 포제션이 많은 팀과 상대하면 셤퍼트의 이런 재능이 아주 빛을 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반면에 대인 수비에서 저런 선수가 픽이나 팀 수비에 대한 이해도는 믿기지 힘들 정도로 엉망입니다. 특히 픽이 걸리면 스위치도 아니고 트랩도 아니고 리커버리도 아니고 도대체 뭘하는 지 모를 동작을 많이 보여줘서 팀 수비에 위기를 가져오기도 하고, 존디펜스 시에도 지나치게 상대방을 압박하는 데 집착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줍니다. 이런 것 때문에 구력이 짧은 것 같다고 느끼게 되었죠. 느낀대로만 말해 보자면 '반에서 축구도 잘하고 달리는 것도 잘하고 말근육인 애들 농구시키면 나오는 모습'이 셤퍼트에게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가끔 보면 닉스가 대박 픽을 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세세한 기술적인 부분을 보면 다른 팀들이 지나친 걸 이해할만 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닉스에서는 아주 적절하고 알맞은 롤이 부여되었고 린이 합류한 백코트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비 자원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현재 NBA의 추세가 유기적인 패싱 플레이와 팀 오펜스를 통한 득점인데, 셤퍼트 같은 1대1에 특화된 수비수의 롤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몇번 언급을 했지만, 현재 닉스가 장기적인 강호로 치고 나가려면 셤퍼트가 확고한 주전 2번 자리를 차지할만큼 성장을 해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인기 있는 슈팅가드가 볼 소유 간결하고 오프더볼 무브로 슛찬스 봐주고 상대 백코트 압박이 가능하면서 급할 때는 상대 포워드와 매치도 가능한 피지컬한 선수라고 보여지는데 셤퍼트도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닉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 게시물은 Christ Bibby님에 의해 2012-02-17 08:32:06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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