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vs 폴... 이런 남자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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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15:55:26
무슨 말이냐면...
그리핀은 폴같은 파트너를 처음 만나봤을 겁니다. 폴 역시 그리핀 같은 파트너는 처음일 거예요.
네, 둘 다 이런 남자는 처음일 겁니다.
[ 블레이크 그리핀, 크리스 폴... 둘 다 난생 이런 파트너는 처음 만나봤을 겁니다 ]
블레이크 그리핀, 그 남자의 이야기
그리핀은 픽앤롤에 이은 앨리웁 정도가 아니면 1:1로 공격을 마무리해왔습니다. NBA에서는 물론이고 NCAA 무대에서도 그랬죠. 아마 중고교 시절에는 거의 대부분을 1:1로 마무리를 했겠죠. 때문에 지금 그리핀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대부분 공간 창출이 아닌, 직접 볼을 받기 위한 목적을 기본으로 하는 듯 보입니다.
스크린 플레이도 마찬가지로, 스크린 이후 결과가 어찌되든 "일단 나한테 패스해봐."라는 모션을 자주 보이죠. 심지어 3점슛 라인 너머로까지 나와서 공을 달라고 손을 흔듭니다. 지금껏 그리핀이 만난 팀메이트들은 이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달라면 줘야했죠. 그러면 알아서 해결을 하니까요. 클래스 차이가 확연했으니까요.
일단 그리핀에게 패스를 하는게 정답이었습니다.
크리스 폴, 그 남자의 이야기
폴은 이제껏 언제나 본인이 게임을 컨트롤하며 플레이해왔습니다. NBA에서도, NCAA에서도, 중고교 리그에서도 말이죠. 적재적소에 동료를 배치하고, 찬스가 포착되면 완벽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역이용해서 본인이 직접 득점에 가담하기도 하죠.
지금껏 폴이 만난 팀메이트들 중에서 폴에게 "일단 나한테 볼을 줘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폴이 지시하는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면 폴은 물론이고, 본인까지 함께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니까요. 클래스의 차이였죠.
일단 폴의 지시에 따르는게 정답이었습니다.
그리핀과 폴, 두 남자의 이야기
이런 두 남자가 만났습니다. 그리핀 입장에서는 "일단 공을 좀 줘야 내가 뭘 해볼텐데~" 싶을테죠. 폴 입장에서는 "왜 자꾸 저기서 패스를 달라고 하는거야, 좋은 포지션을 잡아야 공을 주지~" 싶을테구요.
방법이 있겠습니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맞춰가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다만 단순히 함께 뛰는 시간이 누적됨에 따라 자연스레 맞아가는 호흡...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핀은 일단 폴의 세팅에 따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챈들러가 그리했듯, 자신에게 패스가 오느냐 마느냐는 생각하지 말고 공간 창출을 위한 스크린을 서고 off the ball 움직임을 가져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 하는 순간에 탁! 하고 패스가 날아올 테죠. (경기 후반에 트레이 톰킨스가 어떻게든 폴의 동선을 확보해주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 되레 어시스트를 받고 오픈 3점 슛을 성공시킨 장면이 떠오르네요)
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효율적이라 생각되는 포지션에서라도 그리핀이 강하게 자신감을 표현하면 공을 넘겨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설퍼 보이는 스크린에도 반응을 해주고 말이죠. 그리핀은 두 겹 세 겹의 수비를 뚫고 올라갈 수 있는 선수니까요. 비효율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걸 메이드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괴물이 그리핀이죠. 또 그리핀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적잖은 장면들이 그런 루트들을 통해서였구요. (오늘도 말도 안되는 2중 3중 수비를 너머 유유히 득점을 성공시킨 그리핀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경기 첫 득점 장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막전 이후 블로그에 언급하기도 했었는데,
[ 폴이 골밑을 파고 그리핀이 돌아나온다 -> 그리핀에게 패스 -> 그리핀 슛 페이크 -> 상대가 반응하면 대쉬+피니쉬 or 반응 없으면 점퍼 or 재정비 ]
아마 단기간 내에 두 선수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패턴이 아닌가 싶었는데...
비록 두 선수의 픽앤팝은 아니었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이 장면이 나오더군요. 폴이 조던을 활용해서 공간을 만들고, 뒤로 빠져서 오픈 찬스를 잡은 그리핀에게 볼을 넘겼죠. 노아가 페이크에 반응을 하면서 대쉬+피니쉬로 득점에 성공했구요.
안타깝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성공이었습니다만 -_-
아무튼 폴도 그리핀도 코칭 스탭들도 분명 뭔가 시도하는 중에 있는게 확실한 듯 합니다. 물론 "팬"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완벽하고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수 밖에 없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관망해도 괜찮은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선수에게도 여유를 줘야겠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을 말입니다. 이 부분은 내가 양보를 해야겠구나, 이 부분은 내가 저 선수에게 몰아줘야겠구나...
폴도 그리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일 겁니다.
p.s 아마도 두 선수의 교통정리가 끝나야 다른 선수들도 갈피를 잡을 수 있을테죠?
p.s 2 아... 이 글은 111230 클리퍼스 vs 불스 경기 후기입니다;;; 로즈는 언제봐도 멋진 선수네요! 잘 자라줬어요! 기특한 짜슥...(?)
p.s 3 개인적인 사견일 뿐입니다. 그리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더 많구요. 혹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대차게 댓글 러쉬 부탁드립니다. 저의 최고 장점은 "광속 사과 + 반성"이거든요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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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런 글투 좋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