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ah Jazz : 카를로스 부저에 대한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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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5-28 13:55:51
(평어체 양해바랍니다)
1.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부저에 대한 논쟁은 유타팬 내부의 문제였다. 근데 부저가 시카고로 떠난 이후 부저의 문제가 꽤 공론화되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빅마켓인가? 데론이 유타를 떠난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2.
카를로스 부저의 이번 플옵에서의 수비는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유타시절에 비하면 정말 열심히 한거다. 특히 이번 플옵에서 부저가 상대의 슛페이크에 여러 번 속는 걸 보고 그걸 느꼈다.
유타시절 부저는 수비시에 점프를 하지 않았기에 슛페이크에 속을 일이 없었다. 한 예로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부저를 상대로 포스트업에서 계속 턴어라운드 점퍼를 올라가는데 36점 내줄때까지 손들고 소리지르면서 점프 한 번 안 한게 부저다. 현지 유타포럼에서는 부저의 수비를 "yelling defense"라 명명하였다.
헬프 디펜스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긴 했는데.. 그것까지 부저에게 바라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유타시절 부저의 공수비율이 9:1이었다면.. 이번 플옵에서는 6:4정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7년간 부저를 본 이후로 가장 수비를 열심했고 어쩌면 부저의 절박함까지 느낄 수 있는 플옵이었다. 아마 이 이상을 기대하는 건 불가하다고 본다.
3.
부저의 오펜스는 자주 언급되는 vs야오밍 시절이 아마 최전성기였을 것이다.
부저의 공격루트는 (1) 픽앤롤에 의한 골밑공략 (2) 픽앤팝과 컬에 의한 미들점퍼 (3) 페이스업에서 원드리블 레이업 (4) 포스트업에서 턴어라운드 페이더웨이 점퍼 이 네 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부저가 2차 다리부상을 당하기 전,vs야오밍 시절에는 퀵니스가 꽤 좋았기 때문에 이 네 가지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전 2차 다리부상을 당하고 퀵니스가 떨어지면서 (1), (3)은 골밑에 들어가다가 높은 수비에 블락을 자주 당하게 되었고.. (4)는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스스로 잘 구사하지 않았다.
결국 1:1공격력은 현저히 약해졌고 남은 주요 루트가 (2)였는데 이게 잘 통하지 않은게 이번 플옵에서 부진한 이유였다.
3.
부저가 야오밍에게 강했던 가장 큰 이유는 키는 크지만 부저보다 스피드가 느려서 좌우돌파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좌우돌파가 쉬워지면 점퍼던질 공간도 나오기 마련이고.. 리듬이 살면 무섭게 터지는게 부저의 미들점퍼다.
그러나 요즘 퀵니스가 떨어진 부저에게 붙는 대부분의 수비수들은 부저보다 키가 크면서 더 빠르다.
이번 플옵에서 그 대표적인 예가 타일러 핸스브로였다. 핸스브로는 부저가 점퍼를 던질 공간을 주지 않으면서도 돌파도 쉽게 내주지 않았고.. 픽앤롤을 하더라도 골밑에 히버트가 헬프로 블락을 떴으니.. 어쩌면 부저는 레이커스전 에서 오덤, 가솔 보다도 더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인디애나와의 플옵에서 시카고가 부저를 더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시카고는 최대한 부저의 비중을 줄이고 로즈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인디애나에게 승리한 것이지.. 부저의 비중을 늘렸으면 레이커스에게 스윕당한 유타처럼 1라운드 업셋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5차전만 보더라도 3쿼터 박빙의 상황에서 부저가 깁슨으로 교체되면서 시카고 수비가 살아나면서 점수차를 늘렸고.. 이런 모습은 시리즈에서 여러 번 연출되었다.
2라운드에서 래리드류가 2차전부터 제이슨 콜린스를 주전으로 세워서 부저에게 붙인 것은 시리즈를 좌우할 패착이었다. 자기보다 느린 콜린스같은 상대가 부저가 제일 좋아하는 상대이고 그때부터 부저가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4.
마이애미 전에서 로즈가 더블팀에 시달리면서도 부저와의 2:2 연계플레이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 건 아마 시카고의 팀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
유타는 전형적인 1-4번 위주의 공격전술을 갖고 있었고.. 2, 3, 5번은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데론이 패스를 할 때 언제나 부저가 1순위였고.. 막히면 자기가 해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빼주는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레이커스와 상대할 때 제일 불만이었던 건.. 그토록 부저가 막히고 밀샙이 잘하는데도 공을 잡기 편하고 아이솔레이션도 가능한 넓은 자리는 부저가 계속 차지하고 있고 밀샙은 좁은 공간에서 빠른 터치로 어렵게 득점을 만들어내는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시카고는 로즈의 공격비중이 큰데다 뎅과 부저의 2옵션 비중도 거의 엇비슷한 편이라 부저를 위한 공간창출 시도 자체가 적었다. 그러나, 유타에서 슬로안은 AK의 공격비중을 극단적으로 낮추면서 부저의 공격비중을 높였다.
거기에 인사이드 파트너가 유타시절에는 메모였지만.. 시카고에서는 정반대 성향의 노아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메모는 3점라인에서 서서 수비를 끌어내면서 부저에게 넓은 공간을 열어줬지만.. 반대로 노아는 페인트존 근처에서 오펜스리바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로즈가 2:2에서 패스를 연결시키더라도 제3수비수의 헬프가 훨씬 빨리들어왔고 부저는 다시 공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오히려 로즈와 뎅이 3점라인 근처에서 구사하는 2:2플레이가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는게 시카고의 오펜스였다.
시카고의 오펜스는 부저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 불리한 점이 있다.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유타 오펜스야말로 부저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
5.
챔피언쉽에 도전하기 위해서 남은 약점을 메울 마지막 퍼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유타는 인사이드 샷블락커의 부재와 2번 포지션의 약점이 매년 플옵에 오를 때마다 부각되었지만 결정적으로 AK의 거대계약이 발목을 잡아서 오프시즌에서 약점 보강을 하지 못한채 매년 반복하다가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번 플옵에서 컨퍼런스 결승까지 오른 두 팀, 시카고와 오클라호마는 확실히 데론-부저시절의 유타보다 전력상으로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2번을 보강해야되는 시카고는 마지막 퍼즐로 부저를 선택하면서 15mil계약을 안겼기에 약점보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오클라호마는 퍼킨스보다는 포스트업 공격능력이 있는 빅맨을 찾아내는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듯 싶은데.. 이건 앞으로 팀GM이 컵책처럼 좋은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느냐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GO!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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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개인적으로 시카고가 부저를 잡을때 A를 줄만한 판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빅벤을 잡을때의 조급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부상이후의 부저는 올스타라고 하기엔 이제 뭔가 부족합니다. 오프시즌에 더 나은 모습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