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스몰라인업과 리바운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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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1-05-17 16:34:04
아래 글에서 빅독님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주셨네요.
마이애미의 스몰라인업 성공 여부를 논하면서 많은 분들이 자꾸 5번이 조엘이냐 7푸터들이냐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시는데, 마이애미 스몰라인업의 포인트는 5번이 아니라 4번으로 뛰는 르브론입니다. 5번으로 조엘이 나오든 보쉬가 나오든 하다 못해 주완옹이 나오든 대체 자원이 있지만, 마이애미 스몰라인업은 '4번 르브론'을 통해 완성됩니다. 대체 자원도 없고 르브론 없이는 단점뿐인 라인업이죠.
따라서 마이애미 스몰라인업의 성공 여부를 논하려면 르브론이 4번 스팟에서 어떻게 뛰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4번으로 뛰는 르브론이 골밑에서 포스트업 공격을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엘보 쪽으로 상대 4번을 끌어내서 돌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라운드에서는 데이비스와 그린 등이 이 미스매치 플레이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상대 4번은 르브론의 닥돌 스피드를 절대 따라갈 수 없으니 위크사이드 헬프가 더 깊숙히 들어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웨이드나 보쉬, 또는 슈터들이 위크사이드에서 좀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수비에서는 그 압도적인 운동능력과 힘을 통해 상대 인앤아웃 게임을 차단하고, 조엘-보쉬 등 빠른 빅맨 파트너와 함께 운동량으로 페인트존을 지켜내죠. 그리고 같이 나오는 웨이드가 윙에서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헬프디펜스와 롱리바운드를 책임집니다. 이것이 잘 먹혀들어가면서 플옵 들어 스몰라인업이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스몰라인업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르브론 4번'이 초반부터 꼬였기 때문입니다.
먼저 보쉬가 벤치로 나가고 존스가 들어와서 스몰라인업이 막 돌아가려던 1쿼터 후반에 르브론이 2파울을 범해 밀러가 대신 나왔죠. 밀러가 리바운드 몇 개를 잡아주긴 했지만 활동량을 이용한 수비로 르브론을 대신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르브론이 4번에서 보드를 지켜야 할 1쿼터 후반~2쿼터 초반에 보드 대신 벤치를 지켰고, 바로 이 시간에 시카고의 풋백 플레이가 시작되며 시카고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갔죠.
반면 스몰라인업을 이용한 러닝플레이가 실종된 마이애미는 템포가 급격히 죽으며 후반에는 하프코트 공격이 강제된 채로 리듬 없는 공격을 해야 했습니다.
둘째로 시카고의 스페이싱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하프코트 상황이 강제돼도 '르브론 4번'의 이점을 살려 상대 4번 상대로 미스매치를 할 수 있었지만 시카고가 이걸 완벽하게 막아낸 거죠.
후반에 르브론이 2:2 플레이를 시도하면 시카고 수비는 르브론에게 모두 붙지 않고 그냥 스위치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크 부근에서 르브론과 상대 4번 수비수인 깁슨-노아(보쉬의 수비수)가 매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로 이 상황에서 르브론의 돌파는 모조리 실패했습니다. 르브론을 막던 뎅이 페인트존으로 플로팅해 돌파 공간을 좁혔고 깁슨과 노아, 특히 깁슨이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발휘해 르브론의 발을 따라갔죠. 르브론이 볼을 잡으면 박스원에 가까운 형태로 갑자기 수축해버리는 불스 수비는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셋째, 웨이드와 르브론 두 윙플레이어들의 리바운드 가담이 너무 적었습니다.
어제 웨이드가 잡은 리바운드가 3갠데, 이는 2라운드 1차전 이후 가장 적은 갯수입니다. 그 3개도 자세히 보면 이른바 '영양가'가 없는 편이었죠. 웨이드가 처음 리바운드를 잡은 게 3쿼터 종료 3분전이었습니다. 이미 세컨찬스 실점을 있는 대로 털린 다음이었고 처음 잡은 것도 자기 무릎 밑으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웨이드가 괜히 리바운드를 못잡은 건 아닙니다. 상당 시간을 로즈를 쫓아다녔고, 리바운드까지 잡을 형편이 못 됐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스포 감독의 작전 미스라 할 수 있죠. 로즈는 찰머스에게 좀더 맡기고 웨이드 본연의 리듬으로 뛰게 해야 했습니다.
르브론 역시 초반 파울트러블로 리듬을 잃은 데다 뎅이 워낙 공격적으로 나와 리바운드를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스몰라인업의 성패를 쥐고 있는 르브론이라면 보드에 좀더 신경을 써야 했죠. 매치업 상대인 뎅이 3점을 미스했는데 바로 그 뎅이 다시 볼을 잡아서 3점까지 넣는 것과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르브론이 속공을 뛰느라 박스아웃을 소홀히 한 탓이었죠.
이 롱리바운드가 결정적으로 게임을 망쳤습니다. 어제 시카고가 올린 세컨찬스 득점은 31점. 팀 총득점의 1/3에 해당하는 말도 안되는 수치입니다만, 더 말도 안 되는 건 이 31점 중 15점을 3점으로 먹었고 그 5개의 3점 중 대부분이 롱리바운드에 의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시카고 가드가 잡은 공격리바운드는 적지만 픽을 거느라 밖에 나와있던 프론트코트 선수들의 리바운드가 많았습니다. 웨이드-르브론을 비롯한 백코트 선수들이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시카고의 리바운드가 앞선다는 건 어디까지나 4-5번에서 앞선다는 거지 윙에서의 롱리바운드는 마이애미가 가져와야 얘기가 되거든요.
왜냐 하면 마이애미의 최대 강점인 러닝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웨이드-르브론이 잡는 롱리바운드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롱리바운드를 잡으면 아웃렛 패스 없이 바로 속공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80년대의 매직이나 오늘날의 키드도 이런 방법으로 수많은 속공을 성공시켰습니다. 바꿔 말하면, 웨이드-르브론이 윙에서 리바운드 잡느라 속공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롱리바운드를 더 잡아야 마이애미 다운 공격리듬이 살아납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러지 못했던 거고요.
결국 초반 파울트러블로 리듬을 잃고 미스매치 이점까지 상실한 마이애미는 후반에 거의 아무 것도 못 해본 채 경기를 내줬습니다.
그럼 2차전에서 스몰라인업의 약점인 리바운드 문제를 보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스몰라인업 자체를 포기하는 걸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엘을 벤치로 돌리고 Z맨이나 댐피어를 넣는 거죠. 이는 정규 시즌 마이애미가 써본 전술이기도 합니다.
이 방안은 어떻게 보면 응당 이치에 맞아보입니다. 조엘이 리바 능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라 높이가 높아지만 리바를 덜 털릴거 같으니까요. 실제로 정규 시즌 벤치에서 나온 조엘이 뛰는 동안 시카고의 공리바 비율은 33%였습니다. 시즌 평균인 27%보다 훨씬 높죠. 아식에게 털린 게 컸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조엘이 나온 동안 시카고는 무려 44%의 공리바를 가져갔는데, 윙플레이어의 리바운드 부진이 컸다 해도 조엘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스몰라인업을 포기하고 7푸터를 넣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건데, 그럼 득과 실을 생각해보죠.
득은 일단 리바운드를 더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분명 조엘이 선발로 나와서 노아-부저와 붙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나을까요? 정규 시즌 시카고의 공리바 비율은 29.4%, 28.3%, 31.3%이었습니다. 이 세 경기에서 시카고가 롱리바운드를 어제처럼 쓸어가는 일은 없었으므로, 순수 빅맨이 얻어낸 비율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세 수치 모두 시카고의 시즌 평균보다 높습니다. 7푸터가 나왔다고 해서 공리바를 털리지 않는 건 아니란 거죠. 정규 시즌 마이애미의 시카고전 평균 리바 마진이 -10이란 사실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실은 역시 로테이션 붕괴입니다. 조엘의 1차 목표는 리바운드가 아니라 부저와 2:2를 하는 로즈에 대한 빠른 헷지-리커버리, 그리고 블락입니다. 주로 횡으로 로테이션을 하는 르브론-웨이드에 비해 종으로 로테이션하는 조엘은 마이애미 헬프-로테이션 시스템을 한 단계 높여주는 존재죠. 그런데 조엘이 빠지면? 조엘 대신 들어올 Z맨이나 댐피어가 과연 조엘만큼 골밑을 잘 잠궈줄까요?
공교롭게도 시카고의 공격 1옵션은 로즈의 페인트존 돌파입니다. 그것도 Z맨과 댐피어가 막는 선수들과의 2:2를 통해서요. 로즈가 페인트존에서 슛을 할 때 과연 Z맨이나 댐피어가 그 앞에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면 르브론과 웨이드가 골밑 헬프를 과도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결국 헬프가 무너지며 무더기 3점을 얻어맞고 지던 3월 연패기간의 반복입니다. 그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마이애미 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죠.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론도-가넷-조닐을 상대로 했던 2라운드의 마이애미 '빅' 라인업이 어떤 경기력을 보였는지 떠올리면 됩니다. 그 경기력을 보완한 결과가 어제의 스몰라인업입니다.
게다가 농구에서는 느린 템포를 올리는 경우는 혜택을 보기 쉽지만 빠른 템포를 스스로 죽이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 플옵에서 클블이 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데는 부상 영향도 있지만 후반기 내내 안장로-힉슨의 스몰라인업 업템포로 경기하다가 플옵 들어 갑자기 샼이 선발로 올라오면서 템포가 죽은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마찬가지의 일이 마이애미에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위험요소를 감수하고라도, 과연 공리바를 30% '만' 주기 위해 스몰라인업을 버릴 가치가 있을까요? 스포 감독이 알아서 판단하겠지만, 제가 스포라면 당장 7푸터를 선발로 넣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스몰라인업을 버리지 않는다면 조엘의 출장시간을 줄이고 대신 하슬렘을 좀더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슬렘은 부상전에 평균 10리바 내외를 기록하던 팀내 최고 리바운더고 특히 허슬플레이에 능하니까요. 보쉬-조엘과 함께 쓰고 르브론을 3번으로 올려도 좋고 보쉬-조엘 대신 쓰며 르브론을 4번으로 둬도 좋습니다. 하슬렘이 제 컨디션이라면 보쉬의 든든한 백업이 됨과 동시에 마이애미의 리바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하슬렘이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플옵 세 경기에서 총 7분을 뛰는 동안 하슬렘의 리바운드 갯수는 '0'입니다. 하나도 없어요. 포지셔닝 하는 걸로 봐선 눈은 감을 잃지 않았는데 몸이 못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자리를 잘 잡아놓고도 제때 점프하지 못해 리바운드를 내주는 모습이 여러 번 보였습니다. 아직 마이애미의 빠른 로테이션 템포에도 못 따라가는 것 같고요.
따라서 제 컨디션이라면 모르되 현 상태의 하슬렘을 정규 로테이션에 넣는 건 또다른 무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스몰라인업을 버릴 수도 없고 새 선수를 쓸 수도 없다면 기존 체제에서 스텝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나오는 선수들이 어제처럼 리바를 빼앗기면 안된다는 거죠. 할 수 있을까요? 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웨이드-르브론-보쉬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웨이드와 르브론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어제 9리바를 잡은 보쉬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어제 경기를 보면 보쉬가 잡을 수 있는 수비리바를 자기 매치업 상대에게 빼앗긴 게 5개입니다. 노아에게 3개, 부저에게 2개죠. 특히 노아에게 '내준' 3개의 공리바는 로즈/노아 2:2 시도->부저를 막던 조엘의 헬프->로즈 슛실패->노아에게 리바 헌납 아니면 노아의 픽앤롤 레이업 실패->노아 팁인의 패턴이었습니다. 똑같이 엘보에서 픽 플레이를 했는데 노아는 자리를 잡고 보쉬는 못 잡았다는 건 보쉬가 게으르게 움직였다는 얘기밖에는 안 됩니다.
마이애미 스몰라인업이 제 자리를 잡은 데는 조엘의 각성도 컸지만 그동안 꺼려하던 5번 스팟을 감수하며 궂은 일을 하기 시작한 보쉬의 마음가짐 변화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30점을 넣은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카고는 공격에서 제 몫을 했다고 그만큼 수비에서 덜 뛰어서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닙니다. 가넷을 상대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보쉬의 '궂은 일'이 필요합니다.
가드들도 좀더 정신차려야 합니다. 특히 찰머스. 어제 시카고 백업 가드인 왓슨이 공리바 2개를 잡았는데 그때 매치업 상대가 모두 찰머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2개의 공리바가 모두 3점 플레이로 연결됐죠. 하나는 2쿼터에 왓슨이 미스한 점퍼를 다시 잡아서 드라이브인, 아식의 앤드원으로 이어졌고, 다른 하나는 4쿼터에 뎅의 레이업 미스가 롱리바운드로 튀었는데 왓슨이 '와이드 오픈'에서 볼을 잡아 3점을 넣은 것이었죠. 이 두 플레이로 안 해도 되는 실점이 6점으로 늘었습니다. 두 상황에서 수비리바를 얻어 웨이드-르브론의 속공으로 연결됐을 경우의 '기대값'까지 포함하면 10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날린 겁니다. 두 경우 모두 찰머스의 박스아웃은 '없었습니다.' 4쿼터엔 되도 않게 자기가 속공 뛰다 내줬고 2쿼터엔 도대체 어디 가 있었는지 보이지도 않았죠. 둘다 다시는 나오면 안되는 모습들입니다.
어제 시카고는 신장으로 리바를 쓸어담은 게 아니라 에너지로 해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마이애미의 에너지 레벨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뜻도 됩니다. 또 당하지 않으려면, 줄 건 주되 어이없이 내주는 리바운드, 득점을 줄여야 합니다. 시카고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시스템을 바꾸는 건 그 다음 얘기입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진에 의해 2011-05-17 15:15:28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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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도 계속 신장 이야기 나오는게 이상한게 시카고 빅맨진들의 키가 그렇게 큰게 아니라서..노아의 키는 보쉬보다 작고..오메어 아식 하나만 7푸터일뿐 4번 스팟에는 죄다 언더사이즈뿐이죠..어제 마이애미는 정말 에너지에 당한겁니다. 허슬플레이 그리고 박스아웃 이런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