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났을때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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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0-12-03 13:09:01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경기가 종반을 향해 가고있습니다.
경기는 다소 싱겁게 전게 되었으며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캡스가 뒤집기는 힘들어보입니다.
사상 최악의 쇼로 평가받는 The decision 을 통해 그야말로 클리블랜드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 그의
안티세력을 대량 양산한 르브론은 3쿼터에 말도 안되는 원맨쇼를 연출하며 캡스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다못해 발기발기 찢어놓았습니다. 자신들을 매몰차게 버리고 미국전역에 개망신을 주고
떠난 르브론을 흔들기위해 온갖 자극적인 디스 피켓과 부잉으로 공격을 시도해봤지만, '작심'하고
나온 KING은 전혀 동요되지않던 모습이더군요. 오히려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시즌 하이
득점을 찍고 3쿼터를 마치고 유유히 벤치로 떠났습니다.
여러분은 한번쯤 뜨거운 사랑을 해보셨을 겁니다. 자신의 모든것을 다주고,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던
대상이 어느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떠난 경험도 드문드문 있으실 겁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
후회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 뒤섞여 생기지만, 그중에 가장 큰
감정은 역시 '분노'이겠지요. 떠난 애인은 이미 스스로 감정을 다 정리하고 본인의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차인 대상은 감정이 정리되기는 커녕 분노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지요.
오늘 캡스의 팬들 역시 그동안가지고 있던 그들의 분노를 경기의 진행상황과는 관계없이 마구 표출
했습니다. 경기 막판에는 종이컵등오물을 르브론쪽으로 투척하기도 하더군요. 오늘의 경기가 박빙
으로 흘렀거나, 캡스가 승리하는 분위기였다면 캡스 팬들은 더욱더 신이나서 르브론을 야유했겠
으나,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르브론이 시즌 최고 퍼포먼스를 바로 오늘, Q에서 보여줬다는 점이
캡스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들이 받았을 정서적 충격을 우리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클리블랜드 스포츠 잔혹사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자신의 프렌차이즈 스타들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종종 당해
왔고, 이번 르브론의 이적으로 KO 펀치를 맞은 상황이기에 그의 저지를 불태우는 극렬한 행동도
어느정도 수긍이 갔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봤었을때, 이제는 캡스 팬들이 르브론을 놔줘야 될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타중의 스타인 르브론, 왠지 오늘 경기를 '이용'했다는 느낌마저 들정도였습니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왕의 귀환'이었으니까요. 과거 자신을 열렬히 지지했던 팬들의 엄청난
야유속에서도 그 중압감을이겨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고 신기해보였습니다. 한경기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캡스의 전력강화가 단기간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번 Q를 방문해서도 르브론은
오늘과 같은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것 같습니다. 그때도 관중들이 오늘과 같은 야유를
퍼붓는다면 더욱더 상처받는 쪽은어디가 될까요.
떠난 애인은 이미 마음을 다 정리한것처럼 보입니다. 다음에 만났을때는 날 차버리고 떠난 그 나쁜
애인에게 한방 먹이는 의미로 쿨하게 웃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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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이는 어딜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