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놓아주어야 할때
(평어체 양해바랍니다.)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합리와 비합리, 열정과 과열... 다 한 끗 차이다. 그 종이 한 장 차이에 따라 사람의 심리도 달라지고 삶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고 또, 그리워한다는 것, 그 안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담겨있다. 그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면서 그의 모든 것에 내 감정을 이입시킨다. 그의 실패가 곧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그의 성공은 나도 모르게 기쁨을 느끼게 한다.
팬의 마음이란 이렇다. 그게 선수든 팀이든 간에 자신이 마음을 담아 응원하는 선수나 팀에게는 항상 애증의 마음이 담겨있다. 못할 때는 끊임없이 질책하다가도 잘할거라는 기대를 차마 버리지 못한다. 잘할 때는 끊임없이 칭찬하다가도 부족하다며 주마가편의 말을 내뱉기 마련이다. 사랑이랑 뭐가 다른가. 그 사람이 밉다가도 다시 나에게 돌아올거라고 기대하는가 하면, 너무 좋다가도 언제 돌아설지 몰라서 불안하다.
그 감정이 때로는 과해진다. 그것이 집착이다. 사랑이 조금만 과해져도 집착이 된다. 사람 마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한 끗 차이가 개인의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심하게는 나의 근본적인 판단력마저 지배해 버린다. 칸트나 데카르트가 그토록 싫어했던 '감성의 이성 지배' 현상이 나도 모르게 오는 것이다.
티맥은 그 동안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다. 토론토의 피펜이 될 거라는 기대부터 제2의 조던이 될 거라는 그 떠들썩함까지 티맥이 NBA 팬들로부터 받은 기대치는 여느 선수 부럽지 않았다. 2005년까지도 조던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꼽히는 선수는 티맥이었다.(ESPN 설문) 물론 05년의 코비는 안티들의 집중공격을 받았을 때였지만.
하지만 그 2005년 이후로 티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놈의 부상 때문에. 사촌 형 빈스 카터가 걸었던 길과 너무도 비슷했다. 등 부상, 어깨 부상, 무릎 부상... 부상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언젠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는 티맥의 모습이 팬들에게 익숙해져 갔고 코비와 티맥의 라이벌리는 서서히 팬들에게 잊혀져 갔다.
누가 예상했을까.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가 단 몇 년만에 샐러리 만기카드 겸 처분 대상으로 전락할 것을. 지난 시즌을 앞두고 당한 부상은 그렇잖아도 하락세였던 티맥의 상태를 더더욱 악화시켰다. 결국에는 코칭스탭과의 불화까지 겪었고 이는 만기계약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샐러리캡 확보를 절실히 원한 뉴욕과 샐러리 절감 및 즉시전력 강화를 목표로 했던 휴스턴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티맥은 뉴욕으로 불명예스럽게 팔려갔다.
티맥이 뉴욕으로 갔을 때도 팬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휴스턴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건 아델만이 그 기회를 앗아갔기 때문이라며 뉴욕에서라면 충분히 부활의 여지가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와 예상은 어긋났다. 티맥은 눈에 띄게 불어난 몸과 느려진 스피드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필자도 놀랐다. 그렇게 티맥이 망가져있을 줄은. 물론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티맥의 몸 상태는 팬들이 생각한 단순한 부상이 아니었다. 그 부상은 티맥이 가진 재능을 앗아가버렸다. 올랜도 시절에 보여준 천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당연히 그런 티맥을 구단들이 욕심낼 이유는 없었다.
FA 시장에 일대 태풍을 일으킨 히트의 슈퍼 빅3는 2010년 여름을 정규시즌보다 더 바쁜 여름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히트를 제외한 다른 강팀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도 서둘러 지갑을 풀어 롤 플레이어들을 데려왔고 매직, 재즈 등 다른 강팀들도 부랴부랴 보강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각종 이적들이 뉴스를 장식했고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2010년의 여름은 리그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 소식에 티맥은 없었다. 관심을 가진 팀도 얼마 없었다. 급기야는 클리퍼스에서 워크아웃까지 가졌다. 아니, 워크아웃이라니. 불과 2~3년전에 All NBA팀에 이름을 올렸고 제2의 조던 소리까지 듣던 선수가 이제는 미니멈급 롤 플레이어들이나 한다는 기량 점검까지 한다는 소식은 또 한번 팬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그토록 응원하고 바라봐 왔던 선수가 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8월이 넘어가도록 티맥에게 제대로 오퍼를 제시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그래도 팬들은 기대한다. 아직 젊으니까(79년생) 부활할 수 있을거라고. 그래도 티맥인데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을거라고. 일시적인 슬럼프일 뿐이라고.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 이것은 집착이다. 티맥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티맥에게 예전 기량을 기대한다는 건 이제 비현실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정보가 부족한 우리는 몰랐던 거다. 지금의 티맥이 얼마나 상태가 나쁜지를. 구단 관계자들은 그걸 알고 티맥에게 관심을 끊은 거지만 그걸 모르는 우리는 그저 티맥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만을 바랬다. 아델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더 이상 23밀의 돈값을 하는 티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도 티맥에 대한 미련을 끝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저 그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이라도 보겠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면 말리고 싶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이니까. 90년대 만화처럼 갑자기 부활하는 모습만을 바라는 그런 감성적인 키덜트의 마인드는 프로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연인과 헤어질 때는 쿨하게 헤어지라고 했다.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그것이 더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꼭 미련하게 궁상떨면서 헤어지는 사람은 옛 사랑의 추억을 절대 잊지 못하는 법이다.
어느덧 티맥도 보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올 시즌을 뛸지도 모르는 그의 현 상황이라면 그의 은퇴도 머지 않은 듯 싶다. 그를 보낼 거라면 쿨하게 보내자. 그리고 박수를 치면서 보내주자. 적어도 그를 슬프게는 보내지 말자. 그럼 떠나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이 더더욱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를 비운의 스타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천재적인 스타로 기억하고 싶다. 그의 몰락을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를 쿨하게 박수를 보내면서 보내려 한다. 놓아주자. 더 이상의 집착은 팬들에게도 티맥에게도 눈물만 더 나오게 할 뿐이다.
이제 그를 보낸다. 좋은 모습만 기억하겠다. 그저 당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을 기억하고 또 바라보겠다.
I'll miss you, T-Mac.
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필름은 샌안전의 그 미라클.. 일까요..
아쉽기만 하네요 티맥.
더불어 앤써까지..
정녕 그들을 못 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