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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스 09~10 시즌 총 리뷰(번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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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00:41:10

이번 편은 번외로 꾸며봤습니다.

네... 예상하신 분이 있듯이 아이버슨이 그 주인공 입니다.


아이버슨은 08~09시즌 중반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 되었고 시즌 종료 1달 정도를 앞두고 부상을 이유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죠. 당시 벤치 롤을 못 받아들여서 땡깡피운것이다... 라는 말도 있었지만, 어쨌든 표면상 이유는 부상이었고 경기에 뛸 수 없음을 본인이 직접 의사표명을 했었습니다.

디트로이트로 와서 보여줬던 아이버슨의 모습은 그 전의 이미지였던 '득점 기계'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폭발적인 득점력은 많이 줄은 듯 해 보였고, 팀 플레이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간의 인식 때문인지 기량 하락이란 의견이 더 지배적이었죠. 문제는 이런 지배적인 의견(?)으로 인해, 과연 아이버슨이 오프시즌에 어떤 팀과 계약을 하던, 스타급 연봉을 받아낼 수 있겠느냐...였습니다.

분명 자기 주 포지션에선 사이즈에 핸디캡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고, 그 핸디캡을 상쇄해 줄(사실 하고도 남아 돌았던) 스피드와 폭발적인 득점력이 이젠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듣게 되었기 때문에, 게다가 팀을 아이버슨 중심으로 짜 맞출 필요가 있던 점까지 감안한다면 FA시장에서 그리 인기는 못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었죠. 디트로이트에서 마지막 떠나올 때의 모습, 그러니까 벤치롤은 절대 못 받아들이겠다는 주장 또한 그를 영입하려는 팀에겐 적잖은 부담이었을 겁니다. 오프시즌이 시작되고 예상은 그대로 들어 맞았었습니다.

아이버슨은 09 FA 중에선 네임벨류면에서 최고였던 선수였고, 득점력은 떨어졌더라도 언제든 20-7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찾는 팀은 전혀 없었습니다. 샬럿에서 래리 브라운 감독이 다시 한 번 아이버슨과 손 잡을 수 있다는 루머는 있었지만, 결국 그냥 '루머'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본인도 적잖이 실망했겠죠. 사실 덴버에서의 모습 까지만 각인이 되어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냉대를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하튼 이런 저런 사정을 뒤로 하고 아이버슨은 조용히 가족과 함께 오프시즌을 맞이하고 있었던 찰나... 그리즐리스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즐리스는 지난 편에서도 알려드렸듯이 오프시즌에서 3가지 자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백업 PG, 주전 PF, 그리고 벤치에이스... 백업 PG는 섬머리그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마커스 윌리엄스가, 주전 PF자리에는 클리퍼스와의 트레이드로 얻어 온 작 랜돌프가 각각 공백을 매꿔줬습니다. 이제 남은 건 벤치에이스... 사실 그리즐리스 벤치 문제는 08~09시즌에도 많이 지적되어왔었습니다. 그나마 하킴 워릭을 식스맨으로 쓰는 로스터 운영법이 잘 들어맞아서 '형편없는 벤치'라는 오명은 남기지 않았지만, 경기 보신 분들은 아마 아셨을 겁니다. 벤치 타임만 되면 힘없이 무너지는 곰돌이들의 모습을 말이죠.

그리즐리스가 처음 노렸던 벤치에이스는 아틀란타 호크스에서 FA로 나온 플립 머레이였습니다. 플립이 08~09시즌 아틀란타 벤치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죠. 올 시즌 자말 크로포드 급은 아니었지만, 나름 저렴한 가격에 폭발적인 득점력도 갖춘 쏠쏠한 벤치자원이었습니다. 호크스 입장에선 트레이드로 얻은 크로포드도 있고해서 플립과의 재계약은 포기를 했었던 상황이고요. 아틀란타에서의 플립의 활약을 눈여겨 봤던 그리즐리스 프론트진은 이쪽으로 접근을 하기로 합니다. 물론 이 작업(?)의 주체는 GM인 크리스 월레스였고요. 이 때 또 한번 구단주의 손길이 뻗치게 됩니다.

플립과의 워크 아웃부터 취소가 되더니 영입을 위한 대화시도 조차 올 스탑 되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서 리얼 GM을 비롯한 각종 NBA사이트에 그리즐리스가 아이버슨을 노린다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합니다. 이 때가 7월 중반이었죠. 아이버슨 본인이 이런 루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당시 본인은 루머가 나오고 있었던 샬럿쪽으로 관심을 보였던 상황이었습니다. 해서 집도 샬럿쪽에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죠. 일부에선 아이버슨의 샬럿행을 기정사실화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루머는 거기 까지였고, 래리 브라운이 아이버슨과 접촉한 사실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더 이상 아이버슨과 샬럿의 연결고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실현될까?

상황이 이렇게 몰리자 곧바로 수면으로 떠 오른 화잿거리가 바로 그리즐리스의 움직임이었죠. 처음 루머가 날 당시 아이버슨도 그리즐리스에 그리 냉담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다만 적극적이지도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섬머리그를 지나면서도 여기서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습니다. 애시당초에 그리즐리스와 아이버슨은 맞지도 않는다는 여론도 많았고, 그래서 흔히 스쳐가는 루머 중 하나로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부하고 여기서 해프닝은 끝나는 것으로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7월을 넘어 8월이 되고 9월에 가까워지자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버슨 본인도 루징팀인 그리즐리스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아이버슨에게 접근한 그리즐리스 측에서 요구한 롤은 벤치에이스였고요. 아이버슨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죠. 헌데 시간이 지나도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팀이 없던 아이버슨으로썬 그리즐리스의 제안을 그냥 뿌리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요구하는 롤이 어떤 것이든 이는 나중에 다시 협의해 보기로 하고 대화에는 응해보기로 합니다. 그리즐리스 측에서도 아이버슨과의 1차 접촉만 있었을 뿐, 그 후론 GM인 크리스 월레스가 아이버슨과의 공식 입단 이야기는 없었다...라는 발표를 하면서 이 10회의 올스타를 지닌 작은 영웅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는 제스쳐를 표명했으나, 아이버슨의 입장이 바뀌자 자신들도 다시 이야기를 재개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약 10일간의 워크 아웃부터, 입단 시 아이버슨의 롤, 연봉 규모... 등등에 관련된 다양한 루머가 오갔고, 급기야 아틀란타(아이버슨의 집이 있는 곳)로 구단주부터, GM에 감독까지 모두 행차(?)하시는 대규모 협상을 열게 됩니다. 여기까지만해도 그리즐리스 팬들은 여전히 아이버슨의 영입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물론 슈퍼스타급 선수가 온다는 것 자체는 대환영의 뜻을 내 비췄지만, 팀 상황으로 보나 아이버슨의 입장을 보나 이 루징팀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 회의감의 주된 이유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작은 사건이 터지면서 이젠 아이버슨의 그리즐리스 행이 가시화 되었습니다.

08~09시즌 후, 그러니까 이번 시즌 돌입 전 오프시즌까지만 해도 그리즐리스는 후앙 카를로스 나바로의 QO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리그로 돌아갔지만 다시 NBA로 돌아올 시 우선 협상권을 그리즐리스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죠. 그래서 오프 시즌이 시작했을 때 그리즐리스 측에선 나바로에 QO를 제안하려 했었습니다. 당시 그에게 걸려있던 금액이 약 3M정도였고요. 랜돌프 트레이드, 버크너 트레이드, 스티븐 헌터 트레이드... 등등으로 인해 그리즐리스의 셀러리 여유분은 2M이 채 안되었었습니다. 아이버슨을 영입하려해도 베테랑 미니멈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었죠. 물론 아이버슨이 저 돈 받고 뛸 리도 없었고요. 헌데, 갑작스레 그리즐리스가 이 나바로에 대한 QO권한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혹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리그를 휘어잡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 선수를 포기하는 그리즐리스의 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바로와 그리즐리스는 다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죠. 이미 나이 30이 되어서 자국 리그로 돌아간 선수가 앞으로 기량이 더 떨어질 텐데 NBA로, 그것도 패배를 밥먹듯 하며 자신의 단짝 친구는 다른데로 팔아넘긴 이 팀에 돌아올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나바로의 QO권한을 포기한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으나, 이 포기가 아이버슨과의 협상을 위해서였다는 점은 놀라웠었습니다.

무적 포스를 뽐내던 00~01 레이커스를 혼자 상대해서 플옾 첫 패배를 안긴 그 작은 영웅, 저에겐 이 시대 No.1 슈팅가드가 제가 응원하는 팀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놀라웠던 겁니다. 연봉을 위한 캡을 비우고, 구단주 수뇌부들 까지 총 출동한 미팅까지 행해지자 이제 아이버슨의 그리즐리스 행은 상당히 높은 가능성을 지니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버슨의 발언 '신이 나를 그리즐리스로 인도하고있다...' 사실 이 말로 아이버슨의 영입은 기정사실화 되었었습니다. 3일 정도... 잡음이 세어 나오긴 했었습니다만(그 이야기는 다 뻥이다... 뭐 이런...), 결국 9월 11일 그리즐리스는 아이버슨과 공식 계약을 맺게 됩니다.

이런 날이 오다니..

입단식에서 아이버슨은 그리즐리스 역사상 최대규모의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한 환대를 받습니다. GM인 크리스 월레스가 말합니다. '아이버슨을 영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의 눈 때문이다. eye of tiger...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열정을 지닌 선수다. 사람들은 NBA파이널에 오를 팀을 고르라고 할 때 레이커스나 매직, 캐벌리어스를 선택하는데, 왜 우리는 아니냐...라고 하며 꼭 그리즐리스를 성공적인 시즌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구단주와 함께 그의 영입을 결정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페덱스 포럼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소리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기자의 그리즐리스에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이란 질문에 아이버슨의 발언... 짧지만 강했던 그의 말 한마디... "TO WIN"

이 작은 영웅은 그렇게 그리즐리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엔 그리즐리스라는 스몰 마켓팀이 절대 넘볼 수 없었던 슈퍼스타를 영입하게 된 것이죠. 현지 팬들도 당시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당장 20-7은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포텐셜 좋은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위닝 에티튜드를 가르쳐주며 리그를 이끌 모습을 생각하니, 팀의 전력 상승은 기대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요. 탄탄한 주전 best 5에 벤치엔 경험 풍부한 득점머신... 그리고 그를 아무 말 없이 수비와 허슬 쪽에서 잘 뒷받침 해 줄 나머지 벤치멤버들 까지 갖췄으니, 아이버슨의 영입으로 그리즐리스 팬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찔러대기 시작했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기대하는 게 컸을겁니다. 일단 전력 향상에 필요한 벤치 득점원이 영입했고, 그 선수의 인기는 실로 대단함 그 자체... 그로 인한 부수입은 돈에 혈안이 된 그리즐리스 구단주 입맛을 땡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버슨 영입 후 시즌 티켓 판매량이 크게 올랐고, 그와 관련된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었습니다. 팬이나 구단이나... 이 작은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는 오프 시즌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겁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죠. 아니, 어쩌면 아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버슨이 그걸 잘 보여줬었습니다.

팀에 합류한 아이버슨... 팀 홈페이지에는 곧 있을 프리시즌을 대비한 팀 훈련 영상을 공개했었습니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버슨... 그리고 지역 언론 기자들은 언제나 아이버슨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었습니다. 훈련 중간 중간에 가졌던 인터뷰의 주인공은 아이버슨이었고, 그 때마다 그는 이 루징팀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주는 이런 모습 이면엔 또 다른 잡음이 세어나오고 있었죠. 바로 그의 역할이었습니다. 영입 전 부터 말이 많았던 아이버슨의 역할 말입니다. 구단 측에선 이미 짜여진 best 5를 깨기 싫었고, 애초의 영입 목적을 벤치 득점을 이끌 선수로 아이버슨을 지목했지만, 그는 그간 자신이 익숙했던 역할인 주전출전을 원했었습니다.

날 벤치로 쓰겠다고???

하지만 입단 당시엔 팀이 이기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벤치롤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며, 일단은 팀 입장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구단측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영입을 결정했던 것이었고요.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같은 말은 했어도 서로 해석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즐리스 팬 포럼보단 NBA 포럼쪽에서 더 많은 말이 나왔었습니다. 과연 아이버슨이 벤치 역할에 만족할 것이냐... 이런 저런 논란이 오가는 사이 뜻밖의 소식이 터져나옵니다. 프리 시즌을 앞두고 아이버슨이 장딴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었죠. 그리고 이 부상 회복에 1달 정도가 걸린다고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버슨은 프리시즌은 전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고, 개막전은 물론 시즌 초반엔 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본인도 당시 '몹시 실망스럽다'며 프리시즌부터 그리즐리스 일원으로 활약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일각에선 결국 코치진과 롤 역할 분배에 마찰이 생겨서 일부러 프리시즌을 결장하며 시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세어나왔습니다. 일단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버슨이 불리할 수 밖에 없죠. 프리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정규 시즌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해서 전후상황을 살펴봤을 때 그런 시위용으로 부상 핑계를 대며 빠질 일은 없다는 의견이 나오며 이 일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프리 시즌을 거치고 시즌이 개막되었고 첫 3 경기를 아이버슨은 벤치에서 양복을 입고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부상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었죠. 허나 4번 째 경기인 새크라맨토 킹즈와의 경기에 드디어 그가 출전합니다.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벤치에서 출전했고 18분 정도 플레잉 타임을 부여받았었습니다. 득점은 11득점에 그쳤지만 그가 나와 뛰던 시간에서의 그리즐리스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아직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던 터라 핸들링에 실수도 있었고, 이지샷도 놓치는 장면도 목격 되었지만, 어쨌든 이 슈퍼스타가 그리즐리스 유니폼을 입고 이 팀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팬들은 이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그 열광은 그 경기 후 가졌던 아이버슨의 기자회견장에서의 발언으로 산산조각 나 버립니다.

아이버스은 시즌 돌입 전 가졌던 ESP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벤치 롤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냐?'라는 질문에 '물론 아니다'라는 약간은 애매한 응답을 했습니다. '받아는 들이겠지만 기꺼이는 아니다. 언제고 주전으로 올라서겠다.' 라는 의지표명인지, 아니면 '내가 슈퍼스타인데 그런 롤을 받아들이겠나?'라는 반문인지... 애매했었죠. 하지만 뒤 이어진 말은 이랬습니다. '팀이 이기기 위한 방편이 내가 벤치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벤치에서 있는 게 맞겠나? 당연히 주전으로 나서야지...' 즉 벤치에서 뛰더라도 팀이 이긴다면 그럭저럭 수긍은 하겠다는 뉘앙스였던 것이었습니다.

허나 그가 출전한, 즉 벤치로 출전한 첫 경기였던 킹스전은 4쿼터 종료직전 베노 우드리히에게 허용한 통한의 레이업에 이은 연장 승부... 그리고 폭발해 버린 케빈 마틴의 중거리 슛으로 인해 패배했습니다. 아이버슨은 이날 경기에 2쿼터에 잠시 출전했다가 박빙의 승부처엔 벤치에 머물러 있어야했고, 급기야 승부가 다 갈린 후에야 가비지용으로 나머지 출전 시간을 때우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죠. 분명 팀이 승리한다면 벤치롤을 받아들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주전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으니 말입니다. 킹스 전 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의 이야기 핵심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킹스 전 패배 후 그리즐리스는 골스 전, 그리고 레이커스 전을 모두 원정경기로 치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경기들에서도 아이버슨은 벤치에서 출전을 했고, 두 경기 모두 패했습니다. 아이버슨은 각 경기마다 가졌던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주전으로 출전하게 해 달라... 이거였죠. 팀은 연패에 빠져있었고, 가뜩이나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버슨은 자신의 활용법을 바꾸라는 주문을 코칭스탭이 아닌 외부 언론에 대고 외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아이버슨에 관한 글을 올렸을 때 밝혔던 내용이지만,

아이버슨의 이러한 요구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고, 아직 팀 조직력이 다듬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어린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며 같은 경기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어찌보면 어리석은 팀 운영이 될 수도 있죠. 자신의 다년간의 경험이 이런 분위기 쇄신에 필요하니 자신을 주전으로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봐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팀 입장과 감독 입장을 생각해 봐야겠죠. 팀 입장에서 아이버슨에게 요구했던 건 벤치 에이스 역할이었고, 그 벤치 에이스가 분명 팀에 필요했습니다. 그와 함께 했던 5경기... 단 1승을 거두었던 토론토 전 까지 1승 4패에서 벤치의 역할은 그저 미비할 뿐이었습니다. 주전들이 점수 벌려놓으면 벤치들은 나와서 까먹기에 바빴고, 누구하나 시원하게 벤치 공격을 이끌 선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런 벤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이버슨의 그리즐리스에서의 임무였던 거죠. 헌데 주전출장을 요구... 아이버슨과 포지션을 바꿔야 할 선수는 마이크 콘리입니다. 하지만 콘리는 이미 이전 아이바로니 감독 체제하에서 카일 라우리와 출전 시간을 나누었을 당시 생산성이 전혀 없던 선수인 게 드러났었습니다. 홀린스 감독이 부임하고 라우리를 트레이드 해서 콘리의 자리를 마련해 주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이버슨에게 다시 그 자리를 양보하라하면 팀이 장기적으로 함께 할 선수의 성장을 막아버리는 자충수를 두게 되는 셈인데,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었죠.

감독인 홀린스의 입장도 봐야합니다. 베테랑 선수라지만 어디까지나 그리즐리스 입장에선 1년차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가 한 마디 했다고해서 감독이 그걸 받아들이고 그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감독의 위신이 말이 아니게 되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직접한 것도 아니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했으니, 들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아이버슨이 몰고 갔던 겁니다. 게다가 아이버슨은 아직 부상에서 완쾌된 것도 아니고, 프리 시즌을 함께 뛰지도 못했으니 팀 전력에 녹아든 상태도 아니었죠. 여러모로 봐도, 팀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아이버슨을 무작정 주전 출전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물론 홀린스 감독의 대처도 깔끔하진 못했습니다.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든 말든, 일단은 대화는 시도해 봤어야 했지만, 전혀 아이버슨을 상대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게 문제였죠. 그리고 그가 뛰었던 경기에서 보여줬던 일종의 문책성 교체... 13년 베테랑을 가비지 타임에 내 보내는 센스까지....


결국은 악연으로 끝나고 만....

어찌보면 아이버슨과 홀린스 감독은 처음부터 악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버슨 영입에 있어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유이한 수뇌부가 바로 홀린스 감독이었죠. 또 한 명은 빅맨 코치였던 데이빗 존스였고요. 홀린스 감독의 팀 운영에 아이버슨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었습니다. 가장 필요했던 벤치 득점원 역할만 무난하게 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지만, 아이버슨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질 않았으니....

결국 왕년의 라이벌,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맞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한 아이버슨은 그길로 팀을 떠나게 됩니다. 일단 구단주에겐 가족 문제 때문에 잠시 떠나있겠다고 통보했습니다만, 이미 디트로이트에서 보였던 그의 모습에 익숙한 언론들은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팀을 이탈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그리즐리스와 아이버슨의 결별을 발표하고 나섰죠. 구단측에선 강력히 반박했지만, 이미 떠나버린 기차를 붙잡아야 하는 그런 상황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버슨과 그리즐리스는 계약 해지를 발표합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에게나 아이버슨 본인에게나, 구단에게나 모두에게 상처가 컸습니다. 일단 아이버슨 본인의 맘은 착찹함 그 자체였겠죠. 그동안 쌓아 온 명성과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루징 팀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 줘야하니 그의 자존심에 상처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겁니다. 구단입장에선 큰 기대를 걸고 전력향상과 구단 수익을 위해 영입했지만 오히려 팬들에겐 배신감만 심어주었으니, 그로 인해 한 껏 올렸던 기대들은 모두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 구단 프론트진을 향한 비난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실망감이 더 컸습니다. 아이버슨이 그리즐리스를 떠날 때만 해도 실망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느 팀이든 다시 가서 예전의 위용을 되찾기를 바랬었죠. 그리고 아이버슨은 친정팀인 식서스로 복귀를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은퇴를 발표해서 약간의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은퇴 발표 하루 만에 친정 팀으로의 복귀 발표... 그리고 이어지는 첫 출전 경기에서 플로어에 키스하는 모습... 모두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위한 각본과 같아보였었습니다. 진심으로 그가 식서스를 이끌어 주기를 바랬었고 명예회복에 성공하길 기원했었습니다.

한 동안 잘 뛰던 아이버슨... 결국 시즌 중반에 다시 도중하차를 하게되었죠. 딸이 아파서였다는 말이 있었을 때만 해도, 충분히 이해했었습니다. 하지만 뒤 이어진 파티 사건(물론 자선회 참석이니 절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었지만, 여론은 그러지 않더군요), 그리고 도박과 빚 문제... 그리고 다시는 아이버슨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즐리스를 떠날 때만 해도 그를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잘 맞는 팀으로 가서 '역시 아이버슨!'이란 말을 듣길 바랬었죠. 허나 결국 시즌 후에 아이버슨에 대한 여론은 결국 부정적인 것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필리에서 이번 시즌만이라도 잘 마무리 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전에 올렸던 글에 썼듯이 필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리즐리스에서의 오명을 씻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었습니다. 헌데 그 믿음이 결국엔 실현되지는 않는군요.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항상 멋쟁이 작은 거인, 나만의 NBA 영웅으로 남았던 아이버슨에게 실망감이 생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시즌이 지나고 플옾이 치뤄지고 있는 이 상황에도 아이버슨에 대한 소식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다시 농구장에 설 수 있는지... 솔직히 그가 다시 돌아올거란 생각은 하기가 힘드네요.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리그 차원에서 이제 그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수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니까요. 이미 은퇴 발표를 했던 선수가 그걸 번복하고 돌아온 팀에서 조차 커리어를 잘 마무리 하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은퇴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그리즐리스에서의 좋지 못했던 기억... 이미 다 잊었습니다. 언제까지고 넘버 원 슈팅가드로써의 명성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실망감'까지 추가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위대한 선수... 아이버슨. 실망감을 줬던 아이버슨... 그래도 그는 개인적으론 최고의 슈팅가드임엔 변함이 없을겁니다.

다시 볼 수 없더라도 변하지 않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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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0-05-11 02:05:32

아이버슨... 멤피스로 왔다는 소식에는 저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멤피스를 떠난 이후 그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네요.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The Answer라는 별명답게 해답을 보여주고 은퇴하는 모습을 바랐는데 말이죠.
안타깝습니다.

2010-05-11 04:00:42

잘 읽었습니다만 씁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직도 멤피스에 부족한 점이 벤치 득점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시기가 맞물리지 않은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다음편은 이제 시즌 리뷰인가요? 혹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인가요??

이제 이 팀도 진지하게 플옵을 노려봐야할텐데 베스트 5의 강함은 이미 증명되었고

문제는 닥쳐오는 재계약러시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와 벤치에이스 (3점과 리딩이 가능한)라고 보는데

이 점에 관한 부분도 부탁드리겠습니다.

2010-05-11 10:56:44

지금 겪고 잇는 개인적인 문제를 빨리 털어버리고

이제 필리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만이 그를 위한 마지막 대우인거 같습니다 .

2010-05-11 14:40:33

멤피스라는 배경화면에 아이버슨 실행파일에 대한 리뷰군요.

아이버슨...잊고 있었는데(잊는게 약이죠 뭐) 글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되네요. 저 역시 아이버슨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습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선수도 아니었기에 애증이나 그런 단어가 생길리는 없죠. 다만 멤피스라는 팀을 위해서 앤써가 왔을때 걱정은 들었지만 좋아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앤써로 인해 멤피스의 팬층이 넓고 깊어져서 반가웠었는데, 그 요소가 다시 사라진것이 아쉬울 뿐이죠.

안타깝네요. 정말 대단한 선수였고 여전히 그 대단함을 가진 선수임에도 이렇게 누군가가 얘기하지 않는 한 기억속에서 한없이 사라만지고 있으니...
아이버슨이 대단한 이유는 제2의 아이버슨이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더이상 나오기 힘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2의 조던은 수없이 많이 나왔고, 제2의 샤크, 르브론 등등도 나올 수 있겠지만 앤써만의 특징을 가진 선수를 이제 못 보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뷰는 이제 마무리인가요? 다음글은 무엇일까, 더욱 기대되네요.

2010-05-11 14:41:34

슈케르님 글이 보이길래 급하게 눌렀는데, 시즌 리뷰는 아니군요...
많이 기다렸거든요

2010-05-12 01:35:12

그저 눈물만 나올뿐..

무슨말이 더필요 하겠습니까.

쓸쓸히 퇴장하는 레전드의 뒷모습만 바라볼뿐이죠.

2010-05-12 10:44:45

슈케르님은 어느 신문 기자이신지... 글을 참 읽기좋게 잘써주시네요

2010-05-12 14:39:17

얼마 전에, 그리즐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올해의 사진들'을 주제로 여러장의 사진을 올렸더군요.. (사진과 코멘트를 달아서 글을 적을까 하는데, 꽤 오래걸리네요)

그 사진들에 앨런 아이버슨의 사진도 있었는데.. 어제 다시 접속을 해보니 해당 사진이 목록에서 보이지 않더라구요. 팬들이 요청했는지,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린지는 모르겠지만 짧게 나마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가더라구요..

저보다 아이버슨을 좋아하시고, 잘 아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다른 말씀을 길게 드리는 것 보다, 이 한 문장을 전해드리고 싶네요.(아이버슨의 팬들과 아이버슨에게)

No matter who you are, whatever you do, wherever you be, the Answer Is Allen Iverson.
슈케르님의 좋은 글, 오늘도 감사히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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