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01~02 레이커스-킹스
많은 분들이 2000년대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하고 계실 정도로 자주 회자되는 경기입니다.
시리즈 전체를 보면 내용은 아주 치열했지만 갠적으론 1차전을 보고 레이커스의 완승을 예상했던 기억이 나구요. 거의 매년 만났던 양팀의 예전 플옵들과 정규시즌 경기들을 계속 봤지만 냉정히 분석하면 킹스가 7차전을 이길거란 기대는 잘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킹스는 이전부터 코비를 한번도 제어한 적이 없었고 정규시즌에서 그들이 자랑하는 팀플은 생각보다 레이커스를 상대로 재미를 보지 못했었습니다. 패싱게임이라는것도 우위가 있는 매치업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길때 볼을 돌려 이지찬스를 만드는건데 디박이 샥을 상대로 뭔가 할수 없던 킹스는 대부분 비비나 바비의 스크린앤 롤에 이은 점퍼에 의존했죠.
그리고 당시에 페야까지 부상...갠적으론 웨버보다 승부처에선 페야가 마진이라고 생각했었기에 그의 공백도 상당히 커보였죠. 히도가 그런대로 메꿔줬지만 킹스에겐 불운이었습니다.
팀플을 중심으로 하는 팀이었고 화력도 막강했지만 에이스 웨버부터 잘하지만 야무진 맛이 없어서 해결능력이나 정신력에서 현저히 앞선 레이커스에겐 버겁겠단 느낌이었구요. 예상대로 질질 끌려가는 1차전 경기를 보고 이 시리즈도 힘들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후에 악착같은 끈기를 보여주면서 시리즈를 잡을뻔도 했지만 다시 봐도 뭔가가 부족했구요.
7차전를 봐도 킹스의 모션보다 오히려 샥의 공간확보를 위한 레이커스의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패싱게임에서 원활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반면 킹스의 패싱이 발휘되는 상황은 대부분 투맨게임이나 트랜지션에서구요. 그들이 자랑하는 하프코트에서의 모션오펜스나 하이로우 게임 같은 것은 상대의 빡빡한 맨투맨 수비 앞에서 거의 발동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중요한 순간엔 어김없이 비비나 바비의 2:2에 의존하구요. 특히 비비는 시리즈 내내 레이커스 진영을 헤집고 다니는데 무조건 픽앤롤을 해서 샥을 앞에 두고 던지는 그의 배짱과 개인전술이 아니었다면 이 시리즈는 조기에 끝났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른 오펜스 창출이 거의 어렵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1차전부터 무리하면서 공격적인 경기를 했겠죠.
바비잭슨은 비비와 더불어 가장 터프한 정신자세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역시나 대부분의 득점은 약간 빠른 슛이나 스크린 앤 롤에서의 돌파였습니다.
웨버는 할말이 많습니다. 새크가 어차피 기존의 오펜스를 버리고 경기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그래도 마진이 있는 포지션이 웨버의 4번이었다고 볼때 웨버가 에이스답게 집요하게 아이솔레이션에서 직접 메이드를 하든지 아님 상대의 더블팀을 유도해서 외곽슛을 살리던지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레이커스는 트러블에 빠졌을거라 봅니다. 레이커스의 수비는 철저한 일대일이었고 한쪽 매치업에서 구멍이 났다면 이후의 오펜스나 수비 등에서도 분명히 다른 옵션이 생겼을텐데 웨버는 끝까지 바깥에서 공격에서의 고투가이를 포기했었죠.
전체적으로 보면 무난하거나 도움이 되는 게임을 했지만 개인역량면에서 레이커스의 원투펀치에 맞설 선수가 그밖에 없었다고 볼때 킹스란 팀 전체의 한계를 대변하는 부분이었구요. 농구를 참 잘하는 선수였지만 아 얘는 아무리 막아도 뚫는구나 싶은 느낌을 주는 에이스는 아니었다 이거죠. 뻑뻑한 수비 앞에서 제일 필요한건 패스를 위한 패스나 좋은 위치선정이 아니라 최소한 자유투라도 뽑아내고 말겠다는 독종에이스의 집요한 공격인데 말이죠.
그의 소극적인 골밑공격은 로버트 오리를 계속 플로어에 남겨두었고 (몰아냈다면 몸빵 외에 볼게 없는 워커가 나왔겠죠) 그 결과로 오리는 샥과 코비만 막아도 벅찬 킹스에게 시리즈 전체에 걸쳐 데미지를 입혔다고 생각합니다. 오리는 결정적인 슛은 물론이고 좋은 보드가담과 패싱감각으로 휴스턴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습니다.
반대로 레이커스는 오닐이 이전시즌에 비해 위력이 소폭 떨어져 보였지만 오리를 비롯 이미 우승을 경험한 롤플레이어들이 제몫을 100% 해냈고 승부처마다 코비가 등장해서 분위기에서 밀리는 상황에서도 경기는 안지는 챔피언다운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항상 스코어레벨이 일정한 경기내용을 봐도 전체적인 화력은 킹스가 우세했을지 모르나 딱 한골이 필요할때 이걸 뽑아내고 상대가 리드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자유투를 뽑아 점수차를 유지시키는 능력은 누구보다 해결사가 확실한 레이커스를 당할수가 없었습니다.
연장에서도 킹스는 공격에선 비비에 의존하는 반면 수비에선 오닐에 대한 볼투입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면서...그리고 볼투입 후에도 적극적인 수비를 못하면서 집요함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레이커스는 고비에서 롤플레이어들이 활약하구요. 어차피 코비나 오닐을 못막는다면 디펜스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끔 프레셔를 가해서 다른 선수의 찬스는 최대한 제거해야 승산이 있는 게임인데 비비나 웨버 등은 수비에서 순간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더군요.
킹스가 전력이나 분위기나 분명히 해볼만한 경기였지만 3자 입장에선 레이커스가 질거란 상상이 안되는 시리즈였고 이 느낌은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킹스는 오닐을 막을 카드가 없었고 코비는 식중독(?) 여파로 이전해 세미수준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에이스다운 모습으로 제몫을 했습니다.
킹스는 강한 팀이었고 최고의 팀웍,오펜스를 가졌지만 이 시리즈에선 공수에서 딱 2% 부족했었고...이건 후의 런앤건 선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리드를 잡아도 흐름이 일정하질 못하고 승부처에서 한골을 막고 한골을 넣는 그런 집요함과 안정감이 내내 아쉬웠습니다.
어찌보면 s급 에이스의 부재라고 할수도 있고 (양팀다 클러치타임엔 1번이 에이스 스코어러...) 팀웍을 위주로 하는 팀의 한계라고 볼수도 있지만...역으로 얘기하면 그런 차이점도 무형의 전력이고 상대가 그만큼 더 강했기에 한끝차이로 졌다고 볼수도 있을듯 합니다.
아무튼 다시 봐도 추천할만한 경기였습니다.
이번 글도 맛있게(?)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웨버가 바깥에 나와 스크린만 하려 하지 말고, 호리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좀더 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킹스는 경기 막판이 되니까 무조건 '닥치고 비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