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의 보스턴 셀틱스는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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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10 00:28:54
누군가 저에게 지난 시즌의 셀틱스와 올해의 셀틱스 중 어느 팀이 더 강하냐고 묻는다면 꽤 고민할 겁니다. 그러나 저에게 지난 시즌의 셀틱스와 올해의 셀틱스 중 어느 팀이 더 보기에 즐겁냐고 묻는다면 전 고민없이 지난 시즌의 셀틱스를 고를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오늘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틸 게임과 강력한 수비의 실종
15-16 셀틱스 | 16-17 셀틱스 | |
DRtg | 100.9 (리그 5위) | 105.1 (리그 17위) |
Opp 3P% | 33.6 (리그 4위) | 33.9 (리그 6위) |
Opp TOV | 16.4 (리그 2위) | 14.3 (리그 14위) |
STL | 9.2 (리그 2위) | 7.2 (리그 23위) |
Opp Pts Paint | 43.0 (리그 14위) | 42.1 (리그 13위) |
BLK | 4.2 (리그 22위) | 4.6 (리그 21위) |
지난 두 시즌 셀틱스를 설명해주는 것은 (없는 살림에도) 굉장히 강력했던 수비였습니다. 15-16 시즌 셀틱스의 디펜시브 레이팅은 100.9로 리그 5위의 강한 수비팀이었죠. 그러나 올시즌은 그렇게 강력한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셀틱스의 DRtg은 리그 17위로 중하위권의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밌는건 정작 3점 수비나 페인트존 수비 수치는 작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나는 수치가 있는데 바로 턴오버 유발과 스틸입니다. 경기를 보면서 체감상 느껴지는 외곽 수비의 붕괴는 3점 허용 때문이 아닌 턴오버와 스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건 꽤나 많은 분들의 직관과는 벗어나는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가장 간단하게 '가드들이 이전만큼 상대에게 압박 수비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겠습니다. 거리를 살짝 두고 샷 컨테스트에는 치중하되 스틸은 별로 노리지 않는 것이죠. 근데 왜 이런 수비를 할까요? 지난 시즌까지는 압박 수비로 리그 최상급 수비를 보여줬는데 말이죠. 답을 말하자면 압박 수비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2.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리바운드
15-16 셀틱스 | 16-17 셀틱스 | |
TRB% | 49.4 (리그 20위) | 47.5 (리그 27위) |
보스턴은 이번 오프시즌 설린저를 보내고 FA로 알 호포드를 데려왔습니다. 제가 예전에도 썼지만.. 호포드는 분명 여러 부분에서 설린저보다 나은 선수입니다. 다만 한가지, 호포드가 설리를 절대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리바운드입니다.
설린저 12.7개 (리그 12위) → 호포드 7.1 (77위) -5.6개
지난 시즌의 설린저는 36분 환산 리바운드가 12.7개로 리그 12위 리바운더였습니다. 호포드는 8.2개로 66위였네요. 올시즌은 더 떨어져서 7.1개로 77위입니다. 또한 기존에 있던 아미르 존슨도 나이 때문인지 작년보다 리바운드 수치가 더 나빠졌습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좋지 않던 팀 리바운드 수치가 바닥을 찍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드진이 리바운드에 더 가담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에 따라 압박 수비도 불가능해졌죠.
이 설명은 에이버리 브래들리의 리바운드 증가와 스틸 수 감소는 잘 설명합니다. 그러나 셀틱스 외곽 수비의 다른 두 축인 스마트와 크라우더는 리바운드 수치가 감소 했음에도 스틸 수가 줄어들었단 점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스마트와 크라우더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뒤 활동량이 줄었다든가 호포드가 온 뒤에 수비 로테이션을 정비하는 중이라든가 하는 설명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일단 아직까지는 외곽 수비 붕괴는 리바운드 열세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3. 속공의 감소
15-16 셀틱스 | 16-17 셀틱스 | |
Pace | 101.15 (리그 3위) | 98.60 (리그 18위) |
%FB Pts | 15.4 (리그 6위) | 11.1 (리그 23위) |
%Pts off TO | 17.8 (리그 5위) | 15.0 (리그 20위) |
스틸과 턴오버 유발이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셀틱스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걸 가장 잘 나타내주는 턴오버 유발 득점이 리그 5위권에서 20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페이스도 속공 점수도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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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까지는 꽤나 많이 보였던 장면이지만 올해는 영 볼 수가 없다.)
작년 셀틱스 경기의 클립이니다. 스마트가 스틸을 하자마자 세명이 동시에 튀어나갑니다. 어리버리야 그렇다쳐도 예렙코, 올리닉은 휴스턴 선수랑 비슷한 위치에 있었는데 화악 치고 나가죠. 이런 장면이 한 경기에도 2-3번은 꼭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튀어 나가기가 조금 어려운데 역시 새로 들어온 호포드의 영향이 있습니다. 호포드가 리바운드가 약하고, 속공에 능한 빅맨이 아니기 때문에 속공의 시발점 역할도 마무리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트랜지션 (작년/ 올해) | 아이솔 | 픽앤롤 핸들러 | 픽앤롤 롤맨 | 포스트업 | 스팟업 | 핸즈오프 | 컷 | 오프-스크린 | |
리그평균 | 13.78% 13.53% | 6.84 7.69 | 16.42 17.38 | 6.91 6.98 | 7.52 7.16 | 19.18 19.56 | 4.18 4.20 | 7.72 6.90 | 5.45 5.08 |
보스 | 16.3 11.1 | 5.2 6.5 | 14.3 16.0 | 7.3 6.6 | 5.9 4.1 | 19.9 24.5 | 6.6 7.1 | 6.8 6.9 | 6.1 5.8 |
(출처: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4515)
(11월 27일 기준)
(11월 27일 기준)
Positive님의 글을 참고해서 더 살펴보죠. 약 2주 전쯤 자료인데 딱 봐도 트랜지션이 줄고 스팟업이 늘었습니다. 또한 여기에 적진 않았지만 페이스가 확연히 떨어졌음에도 어시스트 수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호포드와 애틀란타가 가지고 가던 경기 스타일입니다.
호포드는 슛이 좋은 빅맨이지만 림어택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픽앤롤 시 호포드는 픽을 건 뒤 3점 라인 쪽으로 빠져서 스팟업 3점을 노리고 돌파는 가드, 주로 아이재이아에 의존합니다. 픽앤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롤맨의 역할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죠. 비슷한 이유로 속공 트레일러 역할도 그렇게 잘하진 않습니다.
대신 호포드는 좋은 패스 센스로 인해 하프 코트오펜스에서 쉬운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로 인해 스티븐스 감독에게 전술의 다양성을 줄 수 있는 선수죠. 이러한 변화는 정규 시즌보다 플레이오프 때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작년, 재작년 플레이오프에서 셀틱스는 마땅한 하프코트 공격원이 없어 아이재이아의 아이솔레이션에 의존해야 했죠.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가 마냥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원한 속공 등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감이 있긴 합니다. 스틸 후 속공은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 뿐 아니라 아주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다 쓰고 보니 주로 호포드가 들어옴에 따라 셀틱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쓴 글이네요. 제가 부정적인 내용만 잔뜩 써놓긴 했는데 일단 긍정적으로는 공격 관련 수치가 확 좋아졌고 어시스트도 늘었습니다. 또한 호포드는 현재 셀틱스에서 on/off 마진이 가장 좋은 선수입니다. 호포드가 들어와서 좋아진 내용은 제 이전 글에도 나와있습니다.
이 글은 경기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답답한 내용을 적은 것에 가깝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연히도 글의 초고를 다 잡고 난 뒤 올랜도와의 경기가 있었는데 그 경기는 턴오버 유발 우세, 리바운드 우세, 많은 속공으로 가비지 승리를 거뒀습니다. 부디 내일 토론토와의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어 승리를 따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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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아카이님 덕분에 항상 보스턴에 대해 한수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호포드의 합류는 일장일단이 있는 느낌이네요 현재까지는.
그리고 보스턴 경기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리바운드 단속은 문제가 될 만하더군요. 그냥 체감으로 봐도 부족한게 느껴지니, 호포드가 리바운드가 조금만 더 좋은 선수였더라면 하는 생각은 가끔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