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샬럿 전을 통해 본 리그의 픽앤롤 공격과 수비 경향
정규시즌 경기를 보다 보면, 여타의 경기들과 달리 유독 인상적이고도 상징적인 경기를 볼 때가 있습니다. 어제 오전 열린 유타와 샬럿의 경기가 그랬지 않나 합니다. 제가 볼 때 이 경기는 올시즌 픽앤롤 공격과 수비의 핵심 문제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경기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유타의 올시즌 장단점을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1) 가드 조지 힐의 영입으로, 피지컬한 전방 압박 수비가 강화되면서 리그 최강의 수비체계가 완성되었습니다. 고베어는 지난 시즌에도 이미 올디펜시브 세컨팀에 뽑혔던 선수로 디조던, 하워드, 디그린 등과 함께 올해의 수비수를 경합할 수 있는 강력한 빅맨 수비수입니다. 힐과 고베어의 내외곽 수비라인에 필적할 만한 수비 듀오는, 제가 보기에는 음바무테와 디조던의 클리퍼스 듀오밖에 없을 것 같군요. 여기에 파워포워드 페이버스까지 가세하면 가히 질식수비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유타 공격의 장점은 준-올스타급 멀티 핸들러 체제에 있습니다. 힐 – 후드 – 헤이워드가 축을 이루는 주전 핸들러 체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 번의 포제션에도 여러 차례의 픽앤롤을 반복하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냅니다. 예컨대, 왼쪽 45도에서 픽앤롤을 하다 수비가 두터우면 바로 오른쪽 45도로 돌려서 픽앤롤을 진행할 수 있죠(관련해서는 Positive님의 /g2/bbs/board.php?bo_table=nbatalk&wr_id=3871303&sca=&sfl=wr_name%2C1&stx=positive&sop=and&spt=-191730&scrap_mode=). 둘째 한번의 픽앤롤에서 다음번의 픽앤롤로 연결되는 과정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핸들러가 여러 명이기에 픽앤롤에서 픽앤롤로의 전달이 바로바로 되고, 첫 픽앤롤이 성공하지 않아도 샷클락에 덜 쫓기고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다. 셋째, 세 명 모두의 돌파와 점퍼가 준수하기에,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픽앤롤에서 선택지가 매 번 둘 이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유타의 단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수비에서는 단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선발라인업의 수비 결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제가 보는 유일한 단점은 고베어와 페이버스가 벤치로 갔을 때 골밑을 지켜줄 백업 빅맨들의 수비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4번 3점슈터의 역할을 맡는 라일스의 수비는 거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죠. 샬럿 전 2쿼터 초반, 고베어와 페이버스가 벤치로 가자 라일스를 상대로 샬럿 선수들의 공격 포화가 이루어집니다.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 빈도의 변화
한편, 공격에서의 단점은 공격의 장점이 된 멀티 핸들러 체제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타의 올시즌 픽앤롤 볼핸들러 공격 빈도(팀 야투 대비 비율)는 리그에서 가장 두 번째로 많은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픽앤롤은 크게 픽앤롤 롤러 옵션이 있고, 볼핸들러 옵션이 있습니다. 롤러는 스크린을 건 선수를 지칭하고 볼핸들러는 스크린을 받고 움직이는 가드나 윙맨을 지칭합니다. 좁은 의미로 구분할 때 픽앤롤은 롤러가 림어텍을 하는 경우를, 픽앤팝은 스크린을 건 후 외곽으로 빠져서 점퍼를 던지는 경우를 말하죠. 볼핸들러 옵션은 보통 가드/윙맨들의 돌파나 점퍼로 귀결됩니다. 가드/윙맨들의 전성시대인 만큼 픽앤롤 공격옵션은 대부분 볼핸들러 옵션에 집중된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문제는 올시즌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 빈도가 높은 팀들 중 리그 상위권 경기력을 보여 주는 팀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선을 지난 시즌까지로 확장해 보면, 문제는 더 확연해집니다. 우선, 최근 리그 공격 트렌드를 주도해 온 워리어스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 빈도가 가장 낮은 팀입니다. 스퍼즈와 캡스, 썬더 역시 픽앤롤 볼핸들러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팀들이죠. 이는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보면 더더욱 명확해집니다. 플옵 진출 16개 팀들 중 공격포제션에서 픽앤롤 볼핸들러 빈도가 높은 8개 팀 중 컨파에 진출한 팀은 토론토 한 팀. 사실상 우승후보 빅4로 평가되었던 워리어스, 스퍼즈, 캡스, 썬더는 포제션 빈도에서 9위 이하에 머물렀던 팀들입니다. 픽앤롤은 기본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2명이 맞물리며 전개되는 공격전술입니다. 수비허슬이 높아지는 플옵에서 픽앤롤의 효율성을 높이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일이죠.
전년도 대비 올시즌 변화양상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서부와 동부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클리퍼스와 캡스는 모두 확연하게 픽앤롤 볼핸들러 비중을 줄인 팀들입니다(클리퍼스는 팀 전체 포제션 대비 18.4%에서 16.4%로, 캡스는 17.9%에서 14.7%). 스퍼즈는 반대로 비중을 상당히 늘렸는데(주로 카와이 옵션), 결과는 현재 경기를 보고 있는 데로 카와이의 하드캐리 + 지지부진한 공격전개로 나타나고 있죠. 썬더는 주요 핸들러 옵션인 듀란트가 이적을 했는데, 오히려 픽앤롤 핸들러 비중은 2% 이상 증가하며 웨스트브룩에 대한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반대로 워리어스는 듀란트가 가세했음에도 불과하고 핸들러 포제션 빈도는 감소). 포틀랜드는 완전히 릴맥의 하드캐리 팀이 되고 있고, 스퍼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죠. 무엇보다 이 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볼이 정면과 45도를 중심으로 과하게 밖으로 돈다는 점, 하이포스트와의 패스 인앤아웃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스퍼즈는 그 정도가 아주 크지는 않은 듯하지만).
앞서 말했듯, 픽앤롤 볼핸들러 공격은 돌파와 3점으로 양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돌파 역시도 측면 3점을 위한 킥아웃 패스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은 3점 농구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 빈도가 높은 팀들은 핸들러 한 명과 스크리너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측면과 45도로 퍼져서 3점을 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볼이 운반되는 폭과 선수들의 운동량에 비해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것은 필연적 귀결이고, 상대 수비는 픽앤롤에 대한 외곽 압박으로도 충분한 수비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지난 시즌을 경유하며, 레지 잭슨, 릴맥, 라우리, 월, 워커 등 픽앤롤 핸들러 옵션을 담당하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눈에 띄었고, 이것이 각 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리그 공격 순위의 상위권에 포인트가드들이 즐비했고, 에이스 핸들러 듀오에 기반해 리빌딩한 포틀랜드는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시즌을 경과하며 상대 팀들의 수비전술에도 일정한 발전이 나타났죠. 대표적인 것이 플옵 1라에서 클리퍼스가 포틀랜드를 상대로 보인 픽앤롤 하드헤지 전술입니다(픽앤롤 수비전술과 관련해서는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57162&sca=&sfl=mb_id%2C1&stx=getback). 이 전술은 핸들러가 스크린을 받는 순간,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핸들러를 감싸버리는 것이죠. 지난 2년간의 파이널에서 커리를 상대로 캡스 수비수들이 전개했던 전술이고, 과거 마이애미 빅3 시절에도 유사한 형태의 픽앤롤 수비가 행해졌습니다.
하드헤지의 핵심은 볼핸들러를 압박해서 턴오버를 유발하는 것. 자연스레 트랜지션 역습이 가능해집니다. 이 패턴이 유타와 샬럿 전 3쿼터에서 샬럿의 수비로부터 나왔는데, 사실 동일한 버전이 그 전날 애틀란타와 클리블랜드의 후반전 경기에서 클리블랜드에 의해 연출되었습니다. 둘은 공통분모를 갖는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1) 상대팀 빅맨 수비수(고베어/하워드)의 존재감으로 돌파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리바운드는 압도당함, 2) 그래서 외곽 수비부터 압박한 후 트랜지션을 극대화하고(하워드/고베어를 상대로 픽앤롤을 하지 않아도 됨), 공격에서 리바운드 싸움을 높이 싸움이 아니라 속도싸움으로 전환. 샬럿은 이 전술변화로 승리를 거두었고, 클리블랜드는 역전을 목전에 두기도 했었죠. 특히, 샬럿의 승리가 가능케 된 것은 유타의 공격옵션 자체가 극도로 픽앤롤 볼핸들러 옵션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핸들러들이 압박을 당하니 죽은 볼이 돌게 되고 나머지 선수들은 외곽에서 움직임이 모호해지게 되었죠.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피드백해 주는 선수가 없다 보니 볼의 동선 자체가 외곽수비에 완전히 제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3쿼터 중반 이후 유타는 반복해서 샷클락에 쫓기는 모습을 보였고, 턴오버가 속출하며 속공 실점을 계속했죠. 리그에서 트랜지션을 가장 적게 허용한 유타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일부 팀들의 볼핸들러 표제션 감소
다른 한편, 이러한 현상을 현재 경기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클리퍼스 및 캡스에 비교하면 더 흥미러워집니다. 주지하듯, 올시즌 클리퍼스 공격력에서 그리핀의 하이포스트 공략은 매우 강력합니다. 그리핀은 스트레치 4번이 유행하면서 갑자기 외곽으로 겉도는 모습이 많았지만, 여전히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포스트업 공격입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스퍼즈 전의 포스트업 공략은 그 한 사례에 불과했죠. 가비지 승을 이끌었던 어제 포틀랜드 전 역시 그리핀의 하이포스트 공략으로 경기 초반 승부가 기울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폴과 디조던/그리핀의 픽앤롤 공격, 레딕의 외곽 캐치앤슛, 자말 크로포드의 돌파, 스페이츠의 3점 및 롱2이 맞물리며 내외곽 인앤아웃이 이루어집니다. 수비에서는 음바무테와 폴이 스크린을 돌아들어가며 볼핸들러를 뒤에서 압박하고, 디조던이 상대 핸들러를 정면에서 감싸는 형태의 타이트한 수비가 전개됩니다. 리그에서 공수 안정성이 가장 높다고 할 만큼의 차고 남을 충분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한편, 캡스는 클리퍼스만큼 공격이 다채로운 팀이 아니죠. 림수비 역시 뛰어난 팀은 아닙니다. 셋오펜스에서는 여전히 볼 전개가 단조롭고(그러나 고효율의 공격력을 유지하는 것은 르브론 때문이라고 봐야 함), 그나마 올시즌에는 러브가 피지컬을 보강한 채로 포스트업 공격 빈도를 높이며 성공하고 있습니다. 러브의 포스트업과 함께 캡스 공격전개에 일어난 또 하나의 특징은 트랜지션 비율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예전에 관련해서 캡스의 템포업이 필요한 이유를 적었던 게시글이 있습니다(/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3893&sca=&sfl=mb_id%2C1&stx=louisekarl79). 트랜지션 증가와 더불어 캡스의 경기 페이스 역시 올시즌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요(93.3에서 97.8로 증가, 리그 평균 증가치는 1.4페이스). 리딩가드가 부재한 상태에서 패스전개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외곽수비 압박에 기반한 트랜지션의 극대화이죠. 지난 파이널 5~6차전의 승기를 가져간 맥락에 이 트랜지션의 극대화가 있었습니다. 델라베도바를 대신해 르브론이 외곽으로 나오면서 어빙과 르브론이 모두 하이픽앤롤/아이솔레이션 중심의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럴 때 효율울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수비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곽 압박을 강하게 거는 것은 트랜지션 빈도를 높여 이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봐야 합니다(링크 건 글에서 썼듯 올시즌 르브론의 포스트 영역 터치 빈도는 다시 감소함).
최근 닉스의 멜로가 픽앤롤이 리그의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한 바 있습니다(/g2/bbs/board.php?bo_table=news&wr_id=478154&sca=&sfl=wr_subject&stx=%EB%A9%9C%EB%A1%9C&sop=and&scrap_mode=). 픽앤롤이 대세가 되는 것은 분명하고,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의 증가와 더불어 올시즌에도 3점슛 시도 비중이 상당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네요. 그런데 이것이 공격효율의 증가를 수반했는지는 의문입니다. 3점슛이 증가했지만, 자유투와 3점 효율을 보정한 TS%의 수치는 현재로서는 지난 시즌보다 다소 감소한 상태입니다. 다른 시즌들을 대체로 살펴봐도 3점슛 증가가 가시적인 수준의 슈팅효율을 높였는지는 의문으로 남고 있죠(지난 시즌의 워리어스는 예외이거나 별종이거나).
앞서 말했듯, 올시즌 경기력의 상승을 보인 우승컨텐더 팀들의 일정한 공통점은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의 감소입니다. 리그 전체적인 픽앤롤 볼핸들러 포제션 빈도가 딱히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정확한 수치는 확인 못하고 그냥 감으로 보기에 특별히 줄지는 않은 듯), 마치 지난 트렌드의 잔영이 과하게 부풀어서 아직 규모를 유지하는 듯한 형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2년간 리그 트렌드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워리어스가 리그에서 가장 픽앤롤을 적게 시도한 팀이라는 점도 이 트렌드의 출처를 의문케 하는 부분입니다. 리그 대세로 이해되는 공격형 콤보가드들이 올시즌 다소 고립된 원맨 캐리 형태의 경기를 진행한다는 점도 주의를 끄는 부분이죠. 이것이 최근 빅맨 및 윙맨 미드레인지 슈터(듀란트/드로잔/반즈/카와이)가 부각되는 분위기와 3점 농구가 성행하는 흐름이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네요. 이런 점에서 픽앤롤 볼핸들러 옵션에 대한 의존도는 그 효율과 패스동선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큼 다소 과잉되지 않았나 합니다.
매번 글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