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의 골스행, 새로운 슈퍼팀의 탄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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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7-05 18:12:13
오늘 밤이었죠. 많은 분들이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셨을 듀란트 거취에 관한 문제가 늦은 밤 시간에 발표됐습니다. 잔류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입장에서 골스행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듀란트가... 그 듀란트가 정규시즌 73승을 기록한 골스에 합류한다고는 생각에 놀란 마음이 반 정도에, 어떤 경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런 기대감도 갖게 됐습니다.
정말 큰 충격이긴 했습니다만, 이런 슈퍼팀의 탄생도 이제 NBA팬 20년이 넘어가는 시점이 되면서 많은 일을 겪다보니 이젠 익숙해지고, 처음 느꼈던 그런 감정들은 잘 들지 않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동안 많은 슈퍼팀이라 할 수 있는 팀들을 만나왔고, 그 과정에서 놀라움과 충격을 워낙 많이 받아서 이젠 슈퍼팀이 나와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이런 일들에 조금 무뎌진 것 같습니다.
당장 로스터만 상상했을 때는 정말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라인업이 구축됐습니다. 당장 어떤 농구를 할 것인가가 제일 기대가 되는데요, 현재 골스에 대해서 안좋은 시선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NBA2K 시리즈로 봤을 때 가장 높은 팀 오버롤을 가진 팀이었는데, 여기에 또 듀란트가 가세한다는 것은 리그 붕괴가 아니냐 이런 의견들과 그래서 듀란트의 행보에 실망을 하셨다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그럼에도 듀란트를 응원하고, 결정을 지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역대로 봤을 때 기억에 남는 슈퍼팀을 꼽아보자면 저는 단연 보스턴 빅3를 꼽고 싶습니다.
왜 보스턴 빅3인가? 페이컷, FA 이런 것들과 무관하게 이 빅3의 위대함은 결성 첫 해에 우승을 바로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엔 언제나 '빅 3를 구성했다면 보스턴처럼!' 이런 문구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당시에 MBC ESPN에서 경기 중계를 해줬었는데, 솔직히 주말 한 번 중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보스턴이 참 미웠습니다. 제가 본 게임들은 대부분 가비지로 갔거든요. 1쿼터에 빅3 가동하면서 점수차를 벌리고, 2쿼터에는 피어스, 알렌, 가넷 셋 중에 한 명 혹은 두 명이 뛰어도 점수가 안좁혀지고, 오히려 벌리고 그러면서 3쿼터에 다시 빅3가 가동되면 중간부터는 거의 가비지로 경기를 끝내면서 다소 머쓱한 중계가 이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최연길 해설위원께서 말씀해주신 것이 이런 점이 빅3의 무서운 점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벤치에서 한 명이 혹은 두 명이 쉬고 있어도 밀리지 않는다. 이러니 여유롭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다는 말씀해주셨고, 진짜 무서움을 라이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3~4쿼터는 가비지...) 이런 경기가 하나 둘 모이면서 결국 파이널에서까지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저는 그래서인지 보스턴 빅3의 우승이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듀란트가 가세한 골스가 보스턴 빅3가 걸었던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기대도 되고, 누군가 이 슈퍼팀을 막아봤으면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NBA라는 곳이기에 예측을 할 수 없어 더욱 더 기대감이 커져가네요.
그리고, 또 기억나는 팀은 두 번의 각기다른 반지원정대를 꾸린 레이커스였습니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에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이 우승을 위해 합류를 했을 때, 이 팀 무조건 우승한다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시에 대학생이었고, 플옵 기간이 시험기간과 겹쳐서 통 못보고 있었는데요, 이 슈퍼팀이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또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게임은 금융학원론 시험 날이었는데, 이게 마지막 시험이어서 이거 대충치자! 이러고 집에가서 봤는데, 시험 대충 보고 온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게임이고, 시리즈였습니다. 슈퍼스타들, 역대급 선수들을 모인 팀인데, 이것을 팀웍으로, 전략과 전술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팀이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였고,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팀 구성은 당시의 디트로이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 지구방위대 레이커스 보다 디트로이트가 더 기억에 남네요. 저는 슈퍼팀을 이긴 팀이니깐 더욱 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nkgcSW7rY0
특히나 이 장면은 골텐딩임에도 저에게는 뭔가 엄청 상징적인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괴수다! 괴수! 이런 생각이 들었던 플레이였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꾸렸던 하워드와 내쉬가 가세한 슈퍼팀 레이커스는 기대감에 비해서 줄 부상 등과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던 비운의 슈퍼팀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마이애미 히트도 기억이 나네요. 뭔가 저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유형의 슈퍼팀, 이게 진짜 가능하다니 이런 생각이 들었던 히트도 한 획을 그은 슈퍼팀인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슈퍼팀이라면 역시 빅3의 히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각 팀의 리더들이 모인다고?? 이런 생각에 지금도 당시 분위기 떠올리면 논란이 되곤 하죠. 그만큼 센세이션하고, 충격적인 팀이었습니다. 다 좋았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보스턴 빅3처럼 결성 첫 해에 리그를 평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후에 결승에 단골 출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저에게 박혀있던 이미지를 많이 상쇄하면서 서부의 끝판왕 이미지 샌안이 있다면, 동부의 끝판왕은 디트로이트, 보스턴에 이어 히트가 차지하면서 역시나 강력한 슈퍼팀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후 르브론이 클블로 복귀를 한 현재의 팀도 어쩌면 마이애미 빅3보다는 무게감은 조금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젊고 유망한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고루 섞여 조화를 이루면서 결성 첫 해 결승, 다음 해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기억에 남아있네요, 특히나 이번 우승은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상황에서 보고도 못믿을 그럴 우승이라 또 기억에 남을 듯 싶습니다.
이런 과거의 슈퍼팀들이 각자에게 남긴 인상이 있을텐데 골든스테이트라는 팀은 앞으로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될 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슈퍼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궁금하기도 하구요.
분명한 것은 저는 이제 더이상 그 어떤 슈퍼팀이 나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젠 더 놀랄 것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여기는 NBA...
Where Amazing Happens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NBA가 더 재미있고, 20년 차 팬인데, 아마도 30년, 40년, 죽기전까지 팬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이 슈퍼팀을 장차 슈퍼팀으로 거듭날 선수와 팀 하나 소개합니다.
이것 역시 불가능 같겠습니다만, 이 또한 Where Amazing Happens 꼭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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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7-05 19:17:46
댈러스와 스퍼스는 양심적인 슈퍼팀이 아니었을런지요...
2016-07-05 21:43:24
예전 nba를 보며 가졌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를 만큼 생생한 글이에요. 고맙습니다. |
디트로이트같은 팀구성이 이상향이죠..
정말 빈틈없고 완벽한 밸런스있는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