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러브의 플레이스타일 변화와 르브런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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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6-08 01:00:53
르브런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합류 이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합류했습니다. 혹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도 플레이스타일을 바꿔야 했죠.
일반적으로 르브런 제임스와 뛰는 선수들은 르브런 제임스의 돌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조금 더 외곽에서 자리잡게 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르브런 제임스가 돌파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하게 되고, 르브런 제임스의 돌파로 인해 창출되는 오픈 찬스가 줄어들면서 팀의 공격이 갑갑해지게 되죠.
현재 시리즈의 모습은, 르브런을 위해 골밑을 비워두고 르브런이 돌파하면 대기하고 있던 슈터들이 오픈 찬스를 잡아 쉬운 샷을 성공시켜야 하는데, 워리어스 수비들은 르브런 제임스를 막기 위해 몰리지 않고 한 명이 막으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던 선수들이 가끔씩 헬프를 오는 형태라 림 아래가 아니면 도움 수비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픈 찬스가 나지 않고 르브런의 득점은 정규시즌과 비슷하게 나고 있지만 그로 인한 파생 득점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 와중에 볼을 더 잡고 플레이 해야하는 선수인 케빈 러브는 공격에서 그다지 하는 일이 없어보이기까지 합니다. 위크사이드에 그냥 가만히 서 있는 빈도가 높아보이죠.
지난 3시즌 케빈 러브의 기록을 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표1: 지난 3년간 러브의 포스트업 빈도와 효율, 3점슛 빈도와 코너 3점슛 빈도
우선 표1의 왼쪽에서부터 세번째 열까지를 보시면 러브의 포스트업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러브의 포스트업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무기로, 상위권의 효율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러브의 전체 공격 기회가 줄면서, 포스트업의 기회도 줄어들었습니다. 경기당 포스트업 시도가 약 30%가량 감소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죠. 2012년 시너지 스포츠의 분석에 의하면, 러브의 포스트무브 중 35% 이상은 페이스업으로 마무리 됩니다. 엘보 터치의 변화를 보면 약 70%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브나 노비츠키처럼 슈팅이 좋은 선수들이 엘보에서 볼을 잡을 경우 동료들에게 파생효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죠. 엘보 터치가 줄어든건 단지 포스트업 공격 기회가 줄 뿐 아니라 돌파 기회까지 줄어드는걸 의미합니다.
표1의 마지막 두 열을 보면, 전체 야투시도에서 3점이 차지하는 비중, 3점 시도 중에서 코너 3점 시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격에서 3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서 지금은 45%에 육박하고, 코너 3점 시도는 10% 미만에서 30% 초과까지 증가했죠. 이 얘기는 그만큼 공격때 볼을 쥐지 않고 서 있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표2를 보시면 러브의 볼 터치 횟수를 알 수 있습니다. 미네소타에서 뛰던 때와 비교해 약 30% 감소했습니다. 프런트코트 터치, 볼 소유시간 모두 30% 가량 감소했죠. 더 문제인건, 러브가 주로 득점을 만들어냈던 엘보 지역 안쪽에서의 터치가 무려 60% 감소했다는겁니다.
러브가 슈팅을 잘하는 선수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러브는 엘보 안쪽에서 돌파와 포스트업을 통해 경기당 8개 이상의 자유투를 얻어내던 선수입니다. 그러한 포스트에서의 위력이 있었기에 상대가 러브의 슈팅 레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고 그걸로 인해 외곽에서 재미를 보던 선수죠. 러브의 3점 슈팅이 물론 나쁜 수준은 아닙니다. 좋다면 충분히 좋은 수준이나, 러브 정도 되는 선수가 볼의 흐름에 참여하지 못하고 단지 오픈 찬스에서 스팟 업 슈팅이나 하는 걸 고려하면 그다지 높은 성공률도 아니죠.
지금 러브가 클리블랜드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일반적으로 올스타 파워포워드가 수행하기에는 적합한 롤이 아닙니다. 소위 '스트렛치 포워드'라고 말하는 외곽에 특화된 빅맨이 수행하는 역할이죠. 물론 스트렛치 포워드 중에도 올스타급 선수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러브는 스트렛치 포워드의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그 그릇을 넘는 선수입니다. 그 역할로 쓸 경우 러브의 다른 능력들은 사장되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위크사이드에 빠져있다가 패스 오면 슛 쏘는건 굳이 러브가 아니어도 되잖아요.
이게 러브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마이애미 히트 시절 르브런 제임스를 만났던 크리스 바쉬도 겪었던 문제였죠. 바쉬 역시 러브 못지 않게 저돌적으로 림을 파고들던 선수였어요. 다만 바쉬는 수비능력이 러브에 비해 좋았기 때문에 공격에서 줄어든 롤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더 팀에 공헌할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비해 못나보이는 활약 때문에 부당한 비판에 내내 시달려야 했습니다.
러브는 바쉬의 경우와는 달라요. 공격에서 체력을 아끼고 남는 체력을 수비에 쏟아부어 팀 공헌도를 높일 수 있는 선수가 아니예요. 러브는 발도 느리고, 블락 능력도 없어서 천상 공격에서 팀에 공헌해야합니다.
다음은 이번 파이널 시리즈 2경기 동안의 볼 소유 데이터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워리어스가 비교적 고른 볼 소유 분포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캐벌리어스는 제임스와 어빙에게 매우 편중된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커리가 볼 소유가 적은 편이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츄럴 포지션은 포인트가드고, 포인트가드로서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볼 소유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볼 소유시간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카이리 어빙도 마찬가지예요.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저정도의 볼 소유시간은 어느정도 감수해야하는 리스크죠. 하지만 제임스는 달라요. 특히 프런트 코트에서의 터치 횟수를 보면 어빙에 비해서도 제임스가 꽤 많은 터치 횟수를 보입니다. 커리가 그린과 비슷한 터치 횟수를 가져가는 것과는 다르죠. 물론 작년 파이널에서 아무리 선수가 없었다고는 하나 12분 이상 볼을 잡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제임스의 볼 소유시간은 올스타급의 포인트가드와 함께 뛰는 상황에 적합하지 않게 너무 많습니다.
제임스는 분명히 슈팅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볼을 잡고 있어야만 좋은 농구를 할수 있는건 아니예요. 작년 드레이먼드 그린을 떠올려보세요. 올시즌엔 38.8%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작년까지 그린의 외곽슛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그린을 버려둬도 3점슛을 크게 잘 넣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린이 스크리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그 이후의 움직임을 통해 팀에 공헌하는 부분은 슈팅이 부족한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르브런 제임스가 아이솔레이션을 수행하더라도 그냥 탑에서 무작정 돌파하는 것 보다는 스크린을 통해 수비 매치업을 바꾸거나, 혹은 더 쉬운 찬스를 만들어 시도하는게 더 좋죠. 그러한 작업들을 위해 르브런이 반드시 공을 잡고있을 필요는 없고요. 스테픈 커리가 볼을 넘기고 오프 볼 무브먼트를 통해 소위 말하는 '디코이' 역할로 팀의 공격을 원활하게 돕는 것도 르브런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고요.
르브런 제임스가 페인트존 가까운 곳에서 볼을 잡았을 경우 아무리 일류 수비수라고 해도 그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커터로서도 제임스는 훌륭한 자원입니다. 반드시 르브런이 볼을 잡아야만 팀 공격이 돌아갈거라는건 착시에 가깝다고 봐요. 르브런의 체력에도 도움이 안되죠.
현재 클리블랜드는 공격도 문제지만, 수비도 큰 문제입니다. 르브런 제임스가 공격에서 아낀 체력을 수비에 조금 더 쏟아붓는 것도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일 지 모르죠.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올스타 레벨의 케빈 러브가, 과거 올스타 레벨이었다곤 하나 지금은 벤치에서 나오고 있는 안드레 이궈달라보다 볼을 더 못잡고 있다는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어차피 수비문제 때문에 어빙이나 러브를 빼고 싶어도 그들을 대체할 공격 자원이 없는 이상, 최대한 그들의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플랜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비 못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수비를 잘하게 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16-06-08 01:00:32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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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러브는 정말 안타깝네요. 글을 보면 클블이라는 팀이라기보단 르브론의 팀으로 보이는게 현 클블 상황이랄까요.
수비 잘하고 공격 좋은 선수가 엄청나다는걸 새삼 다시한번 느낍니다.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