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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컨파 1~2차전 평가 - (2) 리바운드 경합과 커리의 스페이싱,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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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20:12:22

리바운드 경합과 커리의 스페이싱


1부로 어제 올린 게시물에 이어 이번에는 시선을 워리어스에게 돌려 보겠습니다. 2차전 경기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로 리바운드 경합 문제를 되집어 보고자 합니다.


정규시즌 워리어스와 썬더의 리바운드 대결은 우승컨텐더 간의 대결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만큼 압도적인 썬더의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양팀의 세 차례 대결에서 공격리바운드율은 각각 15.1%와 28.7%를 기록하는데, 이 정도면 높이에서 상대를 완전히 압살했다고 할 만합니다. (참고로, 공격리바운드율이란 말 그대로 공격리바운드 찬스에서 실제로 공격리바운드를 해내는 비율로, 100%에서 한 팀의 공격리바운드율을 빼면 상대팀의 수비리바운드율이 됩니다.) 커리의 앵클게임으로 알려진 2차전에서 두 팀의 리바운드 총수는 32 대 62였습니다.


반면, 워리어스와 썬더의 컨파 1차전 공격리바운드율은 약 16% 대 21%로, 빅볼 간의 대결로 조명된 썬더-스퍼즈 비율경합보다 비교적 양호한 균형(?)을 이루었으며, 2차전 비율은 반대로 약 34%대 19%로 워리어스가 압도하게 됩니다. 특히 2차전 결과는 아무도 예상 못한 흥미로운 현상이기에 몇 가지 가정을 통해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게시판과 네이버에 뜬 염기자님 기사에서 회자되었던 내용으로, 에질리-바레장의 거친 플레이들이 상대 빅맨과의 피지컬 대결의 균형추를 가져왔다는 가정입니다. 실제로 공격리바운드 능력이 탁월한 에질리의 출전시간이 늘었고, 눈으로 감지하기에도 바레장과 에질리의 활약은 일정한 효과를 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에질리-바레장의 팀내 비중과 당일 실제 활약도를 고려할 때 이 갑작스러운 리바운드 경합의 균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시선을 돌려보면 다른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그중 중요한 한 요소가 바로 워리어스의 칸터 공략법입니다.


아시다시피, 스퍼즈와의 대결을 통해 가장 주목받은 선수들은 썬더의 아이유라 콤비(아담스-칸터 콤비)였죠. 칸터는 이미 예전부터 탁월한 리바운드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아온 빅맨으로(올시즌 공격리바운드율에서 리그 전체 1위), 반대로 수비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이 선수의 스퍼즈전 출전시간은 시리즈 초반에 게임당 20분이 채 안 되다가 모멘텀을 가져온 4차전부터 25~30분 정도로 크게 늘어나죠. 그리고 공격리바운드를 탈탈 털며 썬더의 승리를 가져옵니다.


칸터가 스퍼즈 전에서 수비불안을 노출하지 않은 것은 스퍼즈를 상대로 한 썬더 수비패턴의 특징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썬더의 플옵 2라운드의 승리를 견인한 핵심전술은 상대 볼핸들러에 대한 픽앤롤 더블팀 트랩수비였는데, 이 수비의 핵심은 볼핸들러(파커)가 스크린을 받고 움직일 때, 스크리너(알드리지)를 막던 빅맨 수비수(칸터)가 빠르게 앞으로 나가 핸들러의 동선을 막아서고, 스크린에 걸렸던 핸들러 수비수(서브룩)가 스크린을 우회한 후 빅맨 수비수(칸터)에게 돌파경로를 막힌 핸들러(파커)를 에워싸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스퍼즈의 볼핸들러와 스크리너의 슛레인지 및 동선이 넓지 않기에, 칸터의 더블팀 디펜스는 큰 수비 허점을 노출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알드리지에 대한 베이스라인 트랩수비와 더불어 썬더와 스퍼즈 간 수비대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얼마전 별도 게시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0309)


반면, 워리어스는 스퍼즈와 다르게 외곽스페이싱 능력으로부터 대부분의 공격옵션을 파생시키는 팀입니다. 공격에서 활용하는 공간이 넓다 보니, 그만큼 수비의 커버범위는 늘어날 수밖에 없죠. 워리어스의 칸터 공략법은 스퍼즈의 좁은 스페이싱으로 인해 2라운드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칸터의 가로수비 문제를 집중공략하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칸터의 가로수비를 공략할 수 있었을까요? 정규시즌과 컨파 시리즈에서 아직까지 썬더가 취한 수비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가능합니다.


하나는 정규시즌에 사용한 것으로 전면 스위칭 디펜스입니다. 공격수들이 스크린을 받거나 수비수들끼리 동선이 겹치면 수비수들 간의 스위칭이 바로 이루어졌죠. 이 스위칭 디펜스는 커리와 빅맨의 미스매칭을 유발하는 리스크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커리의 2대2 공격에서 파생되는 4대3 아웃넘버 상황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고, 볼없는움직임에 기반해 다운스크린(바깥에서 페인트존 안쪽으로 거는 스크린)을 받고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커탐의 순간적인 오픈찬스를 스위치로 바로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올시즌 전반기까지 대부분의 팀들은 커리가 빅맨의 스크린을 받으면, 바로 더블팀으로 에워싸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커리가 픽앤롤을 외곽으로 끌고 와 더블팀 너머로 바로 패스 연결을 하면서, 커리 --> 그린 --> 보것의 덩크, 커리 --> 그린/이기 --> 이기/반즈 3점 등의 아웃넘버 패싱게임이 안정적으로 연출되어 더블팀 디펜스가 붕괴하게 되죠. 커리의 외곽 스페이싱 능력으로부터 파생된 이러한 전술적 흐름은 워리어스 스윙맨들의 움직임과 야투성공률을 높여주었고, 여기에 상대팀 수비가 흔들리는 3쿼터를 즈음해 커리의 폭격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가비지 경기가 완성되곤 했습니다. 이 익숙한 풍경은 썬더가 커리에 대한 픽앤롤 더블팀 트랩 수비를 가동했던 컨파 2차전 경기에서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이번 컨파 1차전에서도 동일한 스위칭 디펜스 전략이 초반에 나타났지만, 커리가 상대 빅맨 수비수들(듀란트, 칸터, 아담스)을 미스매칭으로 줄줄이 파훼하면서 1쿼터 중간에 바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들어선 수비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가능할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스위칭의 기조를 갖되, 커리가 빅맨과 마주하면 바로 더블팀 트랩을 건다.’


이러한 전략하에 칸터의 수비롤은 다소 난감해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커리의 픽앤롤과 관련해서는 스퍼즈전에서 했던 것과 형식상으로 동일한 수비, 즉 더블팀 트랩수비를 진행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커리는 파커나 카와이와는 달리 픽앤롤 자체를 굉장히 외곽에서부터 시작하죠. 스크린 후 더블팀이 채 걸리기 전에 커리가 칸터를 앞에 두고 3점을 넣는 장면이 목격되고, 커리가 칸터와 가드 수비수의 더블팀을 외곽 45도로 끌고 가면서 풀업 뱅크샷으로 3점을 넣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난감한 점은 칸터가 워리어스 스윙맨들의 강제스위치에 의한 미스매칭을 감당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스퍼즈 전에서는 칸터가 드리블하는 카와이에게 붙으면, 바로 로버슨이 붙어서 카와이를 에워싸는 형태의 수비가 전개되었죠. 이것이 바로 ‘트랩’, 즉 수비에서 덫을 건다는 것의 의미인데, 따라서 발이 느리고 수비 센스가 좋지 않은 칸터라도 수비불안이 크게 가시화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외곽 슛터가 많고, 더블팀으로 파생될 오픈 찬스의 위험이 극도로 높은 워리어스를 상대로 전면 더블팀 트랩을 걸 수는 없었습니다. 커리에 한정해서 트랩을 걸되, 다른 스윙맨들의 움직임에는 가능한 한 스위칭 디펜스를 가져가야 했던 거죠. 워리어스는 이를 활용해 1차전 후반과 2차전에서 반즈와 탐슨이 페인트존을 교차하며 본인 매치업 수비수와 칸터를 강제 스위칭시킨 후 45도로 나와서 칸터와 반복적으로 일대일 공격을 감행해 득점을 올리게 됩니다.


더불어 1차전에 발 빠른 빅맨 그린이 컨터를 일대일로 집중 공략하면서, 칸터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되죠. 시리즈 막판 스퍼즈를 상대로 30분의 출전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던 칸터의 컨파 1차전 출장시간은 18분이었고, 승부가 결정될 클러치 타임에는 수비 불안으로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2차전에서는 14분이었는데, 어차피 가비지게임이 아니었어도 클러치상황에서 벤치로 가야했기에 출장시간이 크게 늘 가능성은 없었죠. 네이버 기사에서 칸터-아담스 콤비의 1차전 마진이 +37이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건 사실 박스스코어의 흔한 거품일 뿐입니다. 2차전 아이유라 콤비의 마진은 –40을 기록합니다.


칸터에 비해 이바카는 리바운드 능력이나 골밑 득점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이는 워리어스의 리바운드 경합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리어스의 썬더 ‘빅볼’ 보드장악 농구에 대한 대처법 중 하나는 빅맨들의 힘싸움이 아니라 스윙맨의 미스매치 공략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리바운드 다툼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의 사실은 1~2차전 모두에서 워리어스 선수들의 리바운드가 일정하게 분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차전 팀내 리바운드 1, 2위는 커리(10개)와 탐슨(9개)이고, 2차전에는 분산이 더욱 철저히 이루어져 1위인 그린의 리바운드 수는 8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정 빅맨이 보드장악력을 통해 리바운드를 가져간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데, 반대로 보면 수비시 공격제한구역 내에서의 박스아웃이 철저히 이루어져 상대 빅맨들의 리바운드 가담을 차단했다는 말이 되기도 하죠.


앞서, 서브룩의 돌파가 상대 2선 수비를 끌고 나오면서 박스아웃을 붕괴시켜 칸터와 아담스의 공격리바운드 경합을 돕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보기에 2차전 워리어스의 리바운드 경합에서 수비리바 부분은 상대 돌파와 트랜지션 억제의 효과를 일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나 합니다.


같은 원리가 공격리바운드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1차전 워리어스의 공격전개에서 장애가 되었던 것은 가시적으로는 턴오버였고, 전술적으로는 커리에 대한 픽앤롤 더블팀 수비에 대한 대처 미숙이었습니다. 더블팀에 대한 2대2 대처 과정에서 턴오버가 나오거나 이지 레이업(이궈달라)이 실패하며 흐름을 내준 부분이 있었고, 아웃넘버 상황에서도 외곽 오픈을 내주지 않은 썬더의 집중력 있는 수비가 빛을 발하기도 했죠. 자연스레, 2대2로 스페이싱을 해내지 못하니 외곽슛뿐 아니라 워리어스의 주공격 옵션이기도 한 컷인 플레이 역시 실종되었습니다.


한편, 2차전에서 2쿼터 중반까지도 사실 커리와 빅맨의 2대2 플레이는 잘 보이지 않았고, 커리가 더블팀을 달고 림어텍을 하거나 공을 돌리는 장면만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아래와 같이 3쿼터 말미에 3대3 픽앤롤을 선보이며, 썬더 수비에 균열을 냅니다.





위 장면들을 잠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장면은 이궈달라가 스크린을 선 후 더블팀 사이로 빠져나온 장면입니다. 커리는 더블팀에 에워싸인 채로 있는데, 일반적인 패턴이라면 수비수 두 명 사이로 바운드 패스를 해서 이궈달라에게 공을 전달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뒤에서 오는 공을 받고 앞으로 가야 하는 이궈달라의 움직임에 탄력이 받지 않고, 그린과 이궈달라 사이에 놓인 듀란트의 수비제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겠죠.


워리어스의 전략은 반대로 엘보우지역에 있던 그린이 3점 라인 밖으로 빠져나와 커리의 패스를 받는 방식을 택합니다(두번째 장면). 그사이 이궈달라는 듀란트 뒤로 들어가고, 그린의 바운드 패스를 받은 이궈달라가 노마크 덩크로 마무리하죠. 비슷한 패턴이 3쿼터 시작부분에서 전개되기도 합니다.  


그 이후 2대2가 자연스레 반복적으로 전개되는데, 볼의 흐름이 아웃넘버 상황을 만들며 골밑에서 측면으로, 측면에서 45도 커리의 오픈 3점 등으로 연결되곤 했죠. 이러한 패턴 플레이가 커리의 3점과 동반해 몇 차례 나온 후 점수차가 20점차로 벌어집니다. 3쿼터는 사실상 썬더의 더블팀 트랩수비가 붕괴한 쿼터였고, 자연스레 썬더의 페인트존 공간이 열리게 됩니다. 1차전 페인트존 터치 야투시도 4회에 득점 7점, 페인트존 터치 횟수 9회. 반면, 스페이싱이 원활히 진행된 2차전은 페인트존 터치 야투시도 12회에 득점 16점, 페인트존 터치 횟수 24회.


(앞선 게시물에서도 언급했지만, ‘페인트존 터치 득점’이라는 것은 페인트존 밖에서 치고 들어와 득점하는 것은 제외합니다. 1차전에서는 페인트존 ‘터치’ 득점이 아니라 외곽에서부터 돌파를 통해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페인트존 득점이 꽤 있었지만, 이 경우들은 스페이싱의 성공이라기보다는 그린과 탐슨 등이 칸터, 로버슨 등과 일대일을 시도하며 만들어낸 돌파 득점이었죠. 일대일 돌파는 다른 공격수들을 외곽으로 빠지게 해 공격리바운드의 가능성을 낮추게 됩니다.)


아울러, 상대팀에 대한 실책유발이 많았고, 트랜지션을 억제하(고 자유투 헌납도 줄)여 수비리바운드가 안정화되자, 수비리바에 이은 트랜지션 공격이 활성화될 수 있게 되죠. 트랜지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상대수비와의 아웃넘버 상황 연출이 용이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공격리바운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외곽 스페이싱에 의한 아웃넘버 상황 연출은 페인트존과 외곽수비 리커버리를 불러오며 상대 박스아웃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높여주겠죠. 자, 그렇다면 플옵보다 양팀 간 실책 수 차이가 훨씬 컸던 정규시즌의 워리어스-썬더전들(경기당 실책수 10 대 18)은 왜 썬더의 압도적인 리바운드 장악으로 귀결되었을까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겠지만, 사실 그 당시의 세 경기들에서는 이번 2차전과 같은 완전한 스페이싱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당시 도노반 감독은 더블팀 트랩이 아니라, 올스위칭 디펜스를 진행하는데요. 이미 전반기에 더블팀 디펜스로 많은 팀들이 워리어스에게 가비지 게임을 헌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올스위칭 디펜스는 아웃넘버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 대신, 커리가 스크린을 타는 순간 바로 썬더 빅맨과 커리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 리스크가 있었죠. 그래서 도노반 감독은 정규시즌에 그린의 매치업 수비수로 이바카가 아니라 듀란트를 선택합니다. 커리의 2대2 파트너는 그린인 경우가 많은데, 그린의 스크린 이후 커리의 미스매치를 감당하기에는 이바카가 느리다고 판단했겠죠.


돌아보면, 도노반의 이 전략은 리그 내에서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 듯합니다. 이후 워리어스의 상대팀들, 예컨대 스퍼즈, 미네소타 등은 이 올스위치 디펜스를 전면화했고, 알드리지와 타운스의 미스매치 수비는 시즌 후반 커리를 일정하게 봉쇄하기도 합니다. (타운스의 커리 일대일 수비 장면은 멀티미디어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몇몇 경기들뿐 아니라, 그리고 커리뿐 아니라 올스위칭 디펜스는 워리어스 공격 전반에 일정한 변화를 야기합니다. 일단 후반기 들어 커리의 플옵점퍼가 확연히 늘어나게 되었죠. 더블팀 이후 아웃넘버 상황이 연출되면, 우선 그린과 스윙맨들이 공격에서 살아나고, 그렇게 살아난 공격의 스페이싱 효과는 상대 수비를 흔들어 다시 커리의 득점에도 영향을 미치곤 했습니다(약속의 3쿼터라고 부를 만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죠). 그런데 올스위칭이 아웃넘버를 없애 버리자 커리가 빅맨들과 일대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커리-그린/보것의 2대2 아웃넘버 연출 플레이에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올해 FA 반즈의 부진은 후반기 메니아 내에서 맥시멈 논란(?)을 야기했고, 이궈달라의 득점도 위축되었으며, 그 2대2 플레이에 연계되지 않았던 탐슨의 득점은 후반기 워리어스를 살리는 힘이 됩니다(탐슨이 2대2 플레이의 파생효과를 덜 보았던 것은 탐슨의 매치업 수비수가 탐슨의 3점 위력으로 페인트존 리커버리를 거의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워리어스의 주된 패턴 플레이 중 하나는 커탐이 페인트존을 교차하며 상호스크린을 걸고 다시 빅맨의 스크린을 받아 45나 측면에서 캐치앤 3점슛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커탐의 매치업 수비수는 두어 차례의 스크린을 우회하며 컨테스트를 해야 했는데, 올스위칭은 매치업 수비수가 스크린을 당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스크리너를 막고,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스위치로 커탐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죠. 스위치가 빠르게 이루어질 경우 스크린의 스페이싱 효과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수비전술은 썬더의 워리어스 전에도 비교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첫 매치업에서 커리는 27점으로 그다지 썩 돋보이는 경기력을 보이지는 못합니다. 2차전 앵클게임의 인상이 강렬해서였지 3차전에서도 경기 흐름이 넘어간 후 몇 점을 추가하지 않았다면 역시 30득점을 넘기지 못했을 상황이었죠. 아무튼 이 올스위칭 전략 속에서 확실히 워리어스 공격의 스페이싱 효과는 위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두를 전환해 도노반 감독이 왜 갑자기 이 수비전술을 포기했는지 돌아보겠습니다.


아마도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네요. 하나는, 더블팀 트랩 수비가 스퍼즈전에서 너무 큰 효력을 봤던 거죠. 시스템농구의 대명사로 인지되곤 했던 스퍼즈의 패싱 흐름이 이 트랩수비 속에서 완전히 아작납니다. 더욱이 선수들의 허슬 수준이 높아지는 플옵의 단기전에서 더블팀 트랩수비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요소는, 그냥 커리가 1차전 초반에 스위치로 인해 미스매치된 듀란트와 아담스 등을 상대로 너무 손쉬운 돌파를 성공시키며 수비를 붕괴시켰기 때문이죠.


돌아보면, 후반기 올스위칭 디펜스에 커리는 돌파보다는 스텝백 3점으로 응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이하게도 빅맨을 눈앞에 두고 하는 그 터프 3점들이 줄줄이 성공해 버렸습니다. 이게 득이었는지 화근이었는지, 시즌 후반으로 오며 체력이 고갈되는 순간에도 빅맨을 눈앞에 두고 3점슛을 위해 크로스오버를 줄창하다가 돌파타이밍과 각을 놓치는 경우가 계속 발생했죠. 상대 빅맨들은 커리가 크로스오버로 돌파를 하려는 게 아님을 알고 있었고, 2선에서 스윙맨 수비수들이 도와준다는 생각에 수비거리를 완전히 좁혀 수비했고, 이것이 알드리지와 타운스가 커리를 봉쇄했던 요인이 되었습니다.


반면, 스퍼즈와의 3차전과 4차전에서 커리는 적극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를 완전히 박살내죠. 그리고 컨파 1차전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돌파를 감행해 1쿼터부터 썬더 빅맨진들을 교란합니다. 이것이 도노반 감독으로 하여금 더블팀 트랩수비를 다시 꺼내들게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1차전에서 이 트랩수비는 워리어스 선수들을 당혹시키며 순간적인 효과를 봤지만, 사실 그 효과가 2차전까지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스티브 커가 썬더 빅볼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라는 많은 분들의 질문이 사실 무색해지는 지점이기도 했죠. 2차전에서 디테일한 수준의 작은 전술적 수정이 있었을지언정 두 팀 모두에게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워리어스의 스몰라인업이 실패하지 않았고, 썬더의 승부수가 아이유라의 빅맨 라인업에 기반한 것이 될 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단지 1차전에서 워리어스가 패했다는 것이 ‘스몰라인업의 패배’라는 착시현상을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하여, 남은 시리즈에서 무엇이 포인트가 될 것인가


그리하여, 다시 남은 사리즈의 화두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2차전과 1차전 승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턴오버 숫자입니다. 리바운드도 승부의 큰 요소가 되었지만, 사실 이변이 없는 한 리바운드는 썬더의 우위가 될 가능성이 크고, 설령 워리어스가 리바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오는 경기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앞서 말한 스페이싱 효과에 따른 상대 박스아웃의 붕괴 때문이지 빅맨의 높이 싸움일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겠죠.


앞서 말했듯, 썬더의 공격력은 트랜지션 상황 속에서 극대화되고 하프코트 상황에서 극소화됩니다. 그리고 하프코트 오펜스는 듀란트의 볼핸들링 부담을 키워 턴오버 양산의 빌미가 될 수 있죠. 따라서 남은 시리즈 승부의 기본 추 중 하나는 당연히 턴오버와 트랜지션 오펜스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듀란트의 턴오버 문제는 썬더 가드진 뎁스의 문제와도 연루됩니다. 두 가지를 주목해 볼 수 있겠죠. 우선, 서브룩이 빠지거나 서브룩 외의 옵션이 가동되어야 할 때(예컨대, 서브룩의 픽앤롤이 상대 수비에 막혀서 탑이나 45도에서 볼을 다시 돌려야 할 때), 돌파를 감행하거나 일대일 공격을 할 자원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스퍼즈전에서 승리의 모멘텀을 가져온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웨이터스의 타이밍 적절한 활약들이었죠. 약속이라도 한 듯, 2쿼터 서브룩의 벤치 타임에서 리딩 불안을 뚫고 45도 돌파와 외곽슛을 넣으며 팀의 혼란을 잠재웠습니다. 사실 타이밍뿐 아니라 45도와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웨이터스의 공격포지션은 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이나믹 듀오의 스페이싱에도 일정한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로버슨의 공격력 문제입니다. 앞선 게시물에서 간략히 요약했듯이, 로버슨이 있을 때 그린은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수비옵션이 되어 페인트존에 대한 전방위 수비를 펼치게 됩니다. 워리어스와의 하프코트오펜스에서 효율이 크게 떨어진 서브룩을 대신해 일정한 수준에서 듀란트가 일대일로 해결해 줘야 할 상황들이 생기는데, 이때 그린의 프리롤은 강력한 장애물일 수밖에 없죠. (아마도 제 기억에서는) 정규시즌 대결에서 볼 수 없었던 이러한 그린의 프리롤은 이번 시리즈 워리어스의 페인트존 수비력과 더불어 리바운드 경쟁의 일정한 플러스 효과를 낳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였는지, 로버슨의 출장시간이 1차전에 비해 2차전에 비해 5분가량 감소하고(각각 20분과 15분), 포이의 출장시간이 그만큼 늘어났는데요. 이것이 가비지의 영향이었는지 도노반의 전술적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공격에서 외곽 스페이싱 효과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점까지 고려해, 로버슨-포이의 로테이션에서 포이의 출장시간을 다소 늘려주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커리에 대한 수비법이 화두로 부각될 수밖에 없겠네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더블팀 트랩은 클러치 타임이나 특정상황(베이스라인이나 사이드라인 쪽으로 커리를 고립시킬 수 있을 경우)에 한정해 기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면 몰라도, 시리즈 내내 진행하는 것은 무모한 방식이 아닌가 하네요. 우연이 맞아떨어져 한 경기를 같은 방식으로 더 잡을 수는 있겠지만, 시리즈의 승부를 걸 만한 전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빅맨과 커리 간의 미스매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텐데, 어쩔 수 없이 이 미스매치 공략에 대한 대처가 커리 수비법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한편, 워리어스 입장에서 위험을 한몸에 안은 선수는 의외로 커리가 아닐까 합니다. 1차전부터 패스가 너무 거칠고, 이는 2차전 초반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죠. 무엇보다 상대 수비가 더블팀을 걸거나 적극적인 체킹을 해올 때, 승부욕이 발동해 무모한 드리블 퍼포먼스를 하다가 실책을 범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썬더 백코트진이 (1차전의 서브룩처럼) 실책유발을 염두에 둔 공세적인 수비를 해올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무엇보다 상대 1선 수비의 압박이 올 때 빅맨들이 탑과 엘보우에서 패스를 받아 안정되게 패스 중개를 하는 것이 핵심일 듯하네요.


그 외에 오늘 올라온 이민재 기사님의 기사를 참조해 관전포인트를 하나 추가할 수 있겠네요(http://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398&aid=0000005099).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상대의 트랜지션 오펜스를 제어하기 위해 공격리바운드 가담을 줄이고 백코트를 빠르게 하는 추세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주장도 있으니, 두 주장을 참조해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아무튼, 궁극적으로 가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본적인 주문을 똑같이 걸 수밖에 없습니다. 외곽의 공세적인 수비로 트랜지션 상황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고, 본인들의 턴오버를 줄이며 박스아웃을 철저히 하는 것. 물론 언제나 그렇듯, 시리즈 승부의 모멘텀을 가져올 깜짝스타가 등장하느냐 여부도 빼놓지 않고 감상해야 할 포인트겠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에, 엄청난 묘수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보다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본인들만의 농구를 가장 완성도 있게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디테일에서 우위를 가져가느냐가 핵심일 것 같네요.


아니나 다를까, 1차전과 2차전 승부의 지표는 비교적 명료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차전: 서브룩 7스틸, 커리 7실책.
2차전: 듀란트 8실책.


남은 시리즈 양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13
Comments
3
2016-05-21 22:18:49

정말 엄청난 양질의 글이네요.
덕분에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6-05-22 00:43:26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놈의 플옵이 재밌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이것 땜에 일상이 또 잘 안 돌아가 걱정입니다

2016-05-21 23:32:20

추천드립니다 !

WR
2016-05-22 00:44:01

감사해요!

2016-05-21 23:54:57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3차전에선 경기 양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흥미롭습니다.

WR
2016-05-22 00:44:46

하루 남았네요. 두팀 다 화이팅!

WR
2016-05-22 09:48:53

본문의 3대3 픽앤롤 장면은 2쿼터 말미이고, 사진 바로 위에 "3쿼터 말미"도 "2쿼터 말미"로 수정되어야 합니다(본문 수정이 안 되네요).

2016-05-22 12:39:0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6-05-22 12:50:33

네,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해요.

2016-05-22 14:19:01

이런 글을 쓰고싶었네요
그런데 저보다 퀄리티있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니 매거진게시판에 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WR
2016-05-22 22:11:31

인터넷 커뮤니티인데, 그냥 편하게 쓰시면 되죠. 나중에 글 기대하겠습니다--

2016-05-22 22:02:56

같은 경기를 본게 맞나 싶을정도의 깊이가 있는 분석입니다.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분석 기대하겠습니다.
WR
2016-05-22 22:13:02

읽어주시고, 이렇게 응답도 해주셔서 제가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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