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 대 오클 4차전 리뷰 및 5~6차전 예상 관전 포인트
1. 4차전 오클 리뷰
- 오클의 선발라인업 변화가 유의미했네요. 카와이 전담마크에 아주 효과적이었던 로버슨 대신 웨이터스가 나왔는데, 아마 3차전 패배 후 나온 나름의 대안이 아니었나 합니다. 웨이터스에게 비교적 적극적인 공격 롤이 주어졌고, 특히 그 공격 롤이 서브룩이 벤치에 들어가며 볼핸들러 문제가 급격하게 수면 위로 나타나던 지점에서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습니다.(짧은 순간에 턴오버가 양산되고 점수차가 10점차까지 벌어지던 지점이었습니다).
- 1쿼터 5분여를 남기고 서브룩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며 벤치로 갔는데, 사실 이때부터 한 5분간은 오클이 굉장히 불안한 경기력을 선보였죠. 페인의 한계를 절감(?)한 감독이 서브룩이 빠진 상황에서 페인 없이 1쿼터를 이어갔는데요. 이때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듀란트가 볼핸들링 과정에서 스틸을 당하는 등 상대 압박에 상당히 고전합니다. 웨이터스의 활약은 이때 갑툭튀했고, 10점차에서 점수를 좁혀오는 결정적인 단초가 됩니다.
- 한번의 포제션에서도 두세 차례의 픽앤롤이 반복되는 현대 농구 특성상 핸들러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폴-자말, 르브론-어빙-델라, 파커-마누-밀스-카와이, 커리-그린-이기-리빙스턴, 그리고 서브룩과 ...(페인이 아니라) 서브룩과... 듀란트. 숱하게 회자되지만, 골스를 최강의 팀으로 만들고 커리 없이도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케 하는 것은 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월한 볼핸들러들의 존재이죠.
- 반면, 2~3옵션의 가드 핸들러가 부재하고, 그렇다고 탑에서 패스를 매개할 빅맨도 없는 오클은 필연적으로 시리즈 내내 핸들러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샌안의 수비전략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한데요. 경기 내내 나타났지만, 그린의 강한 압박 속에서 듀란트가 가장 먼저 고전한 것은 픽앤롤에서의 핸들링 문제입니다. 사실상 오클은 돌파가 공격의 7할인 팀이고, 빅맨들의 득점 역시 대부분은 서듀의 돌파에 따른 파생득점입니다. 서브룩을 카와이가 막는 것은 상대 크랙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뜻일 테고, 사이즈가 빈약한 그린이 듀란트를 막는 것은 1선에서 강력한 디나이와 핸들링 제어로 턴오버를 유발하고, 높이 문제는 빅맨들의 2선 수비로 제어하겠다는 판단에 기반한 게 아니었나 합니다. 실제로 1~2차전에서 던컨의 2선 헬핑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며 이것이 크게 성공합니다.
- 한편, 3쿼터 듀란트의 반등은 또 다른 볼거리를 남겨줍니다. 첫째, 수비매치업에 변동이 생깁니다. 웨이터스가 나온 선발라인업에서는 사실 카와이를 듀란트가 막고 웨이터스는 주로 그린을 상대하죠. 웨이터스가 공격에서 날라다니기는 했습니다만, 상당한 에너지레벨로 달린 카와이를 듀란트가 봉쇄하긴 힘들었습니다(카와이는 전반에 트랜지션과 픽앤롤을 주도하며 초반 러시를 하는데, 그럴 만한 것이 샌안의 스페이싱 자체가 완전히 죽었기 때문입니다).
- 반면, 3쿼터에서는 로버슨이 나와서 카와이를 막았네요. 그리고 시작됩니다. 듀란트 Go. 이전에는 하이픽앤롤 과정에서 핸들링에 대한 수비제어를 받았기에 이제는 45도 엘보우 지역에서 공을 받고 바로 롱2를 던지거나 림어텍을 시도하는데, 1~2차전과 달리 4차전에서는 샌안의 2선 수비가 헐거워지면서 듀란트도 살아나게 되죠. 그리고 이 과정이 자연스레 아담스와 칸터의 득점기회로 직접 파생되기도 됩니다.
- 2선 수비의 높이 문제가 드러났을 때 자연스레 사이즈가 작은 그린의 듀란트 수비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4쿼터에는 (제가 과정을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듀란트와 웨스트가 매치업되면서 듀란트의 탑아이솔레이션이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이게 스위치를 강제해서 행한 것이라면 컨디션이 올라온 듀란트가 말 그대로 샌안 수비진을 농락한 것이겠고, 샌안에서 매치업을 잠시 바꾼 것이었다면, 2선 헬핑의 한계를 느낀 폽이 웨스트를 하이포스트에서 바로 듀란트에게 붙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게시판에서는 매치업이 바뀐 것으로 해석되는 글들을 보기도 했는데, 매치업상 스위치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그리고 아이솔로 듀란트가 웨스트를 몇 차례 공략한 후 다시 매치업이 카와이로 바뀌기도 하죠.
- 오클 입장에서는 웨이터스의 깜짝 활약이 컸고, 4쿼터 서브룩이 벤치로 가며 빈 핸들러 자리를 채운 포이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 후반에는 다소 지친 파커와 카와이를 압박해서 실책 유발 후 속공으로 연결하는 장면들이 경기를 결정짓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네요(이때 서브룩의 허슬이 굉장했고, 듀란트가 폭격합니다). 그 외의 빅맨들은 사실 서듀의 돌파가 살아나면 같이 살아나게 되어 있죠. 오클의 오늘 어시는 샌안보다 무려 2배나 많은 23개입니다(서브룩 15개, 듀란트 4개).
2. 4차전 샌안 리뷰
- 오늘 샌안의 어시스트 수가 12개네요. 스포티비 방송 초반에 이번 시리즈 샌안의 스페이싱이 성공적이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거품이 아주 많은 잘못된 내용이었습니다. 1차전에서 39개를 기록한 후, 2차전과 3차전 각각 19개씩을 기록하며, 샌안은 스페이싱의 상당한 문제를 노출했고, 결국 오늘은 12개로 사실상 스페이싱이 확연히 다운된 경기였죠(물론, 야투성공이 안 되어 날라간 어시스트 수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정도로는 보이지 않네요). 참고로 정규시즌 샌안의 평균 어시스트 수는 24.5개로 리그 최상위권이었습니다.
- 이전 게시물들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돌파형 크랙이 없고 외곽자원도 빈약한 상황에서 트랜지션오펜스 비율이 높지도 않은 샌안이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코트의 좌우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패스의 창의성에 기대는 것밖에 없습니다. 마누나 파커가 페인트존으로 치고 들어가다가 외곽으로 빼주고, 외곽 자원(카와이/그린)이 헬핑을 갔다가 돌아오는 수비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다시 페인트존으로 치고 가다가 측면에 빠져 있는 선수에게 오픈찬스를 열어주는 루트, 혹은 빅맨들의 하이로우 게임 등이 그러하고 여기에 알드리지의 픽앤팝이나 카와이의 미드레인지 공략이 있죠. 그런데 아무래도 창의성만으로는 강한 수비압박을 감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상대의 강한 페인트존 수비에 1차전을 제외하고 샌안이 상당히 고전 중입니다.
- 알드리지의 미들점퍼는 사실 잘 들어가면 운이 좋은 거고, 안 들어가면 운이 나쁜 거라고 봐야겠죠. 오늘은 운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1~2차전은 운이 좋았습니다. 알드리지의 정규시즌 미들점퍼 성공률이 40%를 살짝 넘는 수준이니 점퍼에 의존하는 것으로 7차전까지 갈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문제는 백다운을 통한 골밑 공략인데, 오늘 오클이 본격적인 트랩 수비를 걸었네요. 빅맨 수비수(예컨대, 칸터)가 제한구역으로 밀고 들어온 알드리지에게 베이스라인 쪽을 개방하며 턴의 방향으로 베이스라인 쪽으로 강제합니다. 턴의 방향을 자유투라인쪽으로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자유투라인 쪽으로 턴을 하면 외곽으로 시야가 열려서 패스로 헬핑을 허물 수 있기 때문이죠. 당연히 다른 한 명의 빅맨(아담스)이 알드리지의 시선이 막힌 뒤쪽에서 베이스라인 쪽으로 헬핑을 와 알드리지를 고립시키려 합니다. 진작에 했어야 할 트랩인데, 아무튼 알드리지도 이 전형적인 방법을 모르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자유투라인 쪽으로 턴을 하려 하지만, 쉽지 않았고 야투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렇다 할 적극적인 백다운 공격을 하지 않죠. 스페이싱이 죽어서 사실상 에이스들의 일대일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중요한 수비였습니다.
- 빅맨진 운용은 알드리지와 디아우의 조합은 안 좋아 보이네요. 디아우가 알드리지랑 있으면 완전히 겉도는데, 그럼에도 후반에 좋은 포스트업 공격을 몇 차례 성공시키고, 3쿼터 막판에는 3점도 성공시킵니다. 사실 디아우의 3점도 나름 노려볼 만한 옵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지 — 자신이 없어서인지, 성공률이 낮다고 봐서인지 — 시도를 잘 안하네요. 알드리지/웨스트, 웨스트/디아우의 조합이 공격 조합으로는 좋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폽이 디아우를 계속 기용한 것은 디아우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 1쿼터 파커의 활약은 굉장했지만, 4쿼터까지 그걸 이어가기는 힘들었네요. 오히려 4쿼터에서는 볼핸들러인 파커와 카와이가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턴오버를 범하고, 이것이 상대에게 속공을 헌납하게 됩니다.
- 4쿼터 알카라인의 침묵은 언젠가는 왔어야 할 침묵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동안은 카와이가 침묵할 때 알드리지가, 알드리지가 다소 주춤했던 3차전은 카와이가 캐리하는 형태였던 거죠. 어느 방식이 되었든 스페이싱이 죽은 채 에이스에 몰빵되는 형식이 우승컨텐더들 간의 매치업에서는 경기를 힘들게 할 수밖에 없는데, 무엇보다 체력 방전이 된 후반의 경기력 저하는 오클의 트렌지션 오펜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계기가 됩니다.
3. 5~6차전 간략 관심 포인트(?)
- 요약하면, 샌안은 알카라인의 에이스 활약에 한번 브레이크가 온 셈이고, 파커의 초반 활약이 인상적이었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격력 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빅맨진 구성에서도 머리가 복잡해지게 되었네요. 던컨의 경기력이 떨어져서 웨스트와 디아우로 빅맨 컨트롤타워의 위력을 살려 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시너지가 나지는 않고, 2선 수비도 헐거워졌죠. 심지어 알드리지의 백다운에 대한 트랩수비가 나왔는데, 점퍼감각이 다시 급상승하지 않는 한 알드리지 Go에 의존하기는 쉽지 않게 됐습니다. 반면, 대니 그린이 무득점이었는데, 홈으로 가서 3점을 조금이라도 넣어주면 오늘보다 팀경기력이 훨씬 상승할 수 있겠네요.
- 오클은 오늘 이기기는 했는데, 웨이터스와 포이의 활약은 상수라고 하기엔 힘든 면이 있고, 여전히 볼핸들러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이네요. 이 볼핸들러 문제가 사실상 클러치 턴오버의 원흉이기도 하니, 정규시즌 내내의 문제였다고 볼 수 있고 플옵에서도 여전히 미제 사건(?)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더불어 백코트진의 에너지레벨 우위를 기반으로 남은 경기들에서도 오늘 4쿼터처럼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트랜지션 오펜스를 해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고요.
- 그래서... 다시 개인적인 관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샌안의 경우는 1) 2선 수비의 대안으로 빅맨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여전히 듀란트에게 그린을 붙일 것인가, 3) 스페이싱을 위해 파커/마누/그린/밀스 등의 3옵션 가드라인의 움직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등이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1번과 2번을 포괄하는 2선 헬핑 문제는 빅맨 활용과 서듀의 림어택 억제에 결정적인 사안으로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좀더 구체화하면 웨스트를 활용해서 2선 헬핑을 조금이라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 부족한 부분은 그린과 카와이의 1선 압박으로 만회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던컨의 폼 회복이 이루어진다면 빅맨 활용의 폭이 훨씬 넓어지겠죠.
- 오클은 1) 우선 듀란트의 볼핸들러 롤을 적어도 클러치 타임 전까지는 최소화하는 게 관건일 테고(그래야 그린의 수비압박에도 자유롭고), 이때 서브룩이 벤치에 간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네요. 오늘 경기에서는 포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 그리고 백코트진의 에너지레벨 우위를 어떻게 수비적 결과물로 이끌어낼 것인지도 관심 있게 보고 싶네요.
- 시리즈가 워낙 흥미롭게 전개되다 보니, 한번 보고 나면 계속 잔상이 남네요. 남은 경기들도 모쪼록 좋은 경기를 기대해 봅니다.
스퍼스팬 입장에서는, 썬더가 계속 헷갈려하길 바랬던 난제들에 대한 답을 생각보다 빨리 찾아내서 난감할 따름입니다. 웨이터스 활용이라던지, 아담스/칸터의 피지컬한 들이대기라던지 그런 것들이요.
이제 스퍼스가 카운터펀치를 날려야할 타이밍이긴 한데, 과연 짧은 시간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정규시즌에 워리어스 상대로는 단시간 내에 찾지 못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