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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의 골스와 클러치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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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2-17 13:32:43

올스타휴식기에 무슨 짓을 해야 재미있을까...를 궁리하다가 전반기 커리와 골스(그리고 몇몇 관련 선수와 팀들)의 활약상과 관련한 몇 가지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건 확실히 올시즌 NBA의 가장 강력한 임팩트 중 하나는 골스의 업템포 농구라는 점입니다. 특히 제 흥미를 끄는 것은 ‘클러치’ 타임의 경기력이었네요. 자료를 보는 김에 ‘클러치’ 결정력과 관련해 골스와 몇몇 팀 & 선수들의 전반기 활약상에 대해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칠고 다소 긴 글이지만 재밌게 읽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암튼... 각설하고.... 올시즌 골스의 공격 패턴은 ‘3점 능력에 의한 스페이싱 & 그린/이기/보것을 탑으로 한 패싱게임’으로 다소 거칠게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커리의 3점능력에 기반한 외곽 스페이싱은 상대 페인트존 수비압박을 와해시키며 수많은 컷인 플레이와 외곽 논스톱 패싱경로를 창출하며 상대수비를 무아지경으로 몰고 있죠. 이 패스의 주된 이동경로로 다음과 예를 들 수 있습니다. 1) 커리 더블팀 --> 그린 킥아웃 --> 이기/반즈 3점 마무리 혹은 2) 커리 더블팀 --> 그린 킥아웃 --> 측면 이기 --> 45도 반즈 마무리.


아시다시피, 이런 빠르고도 압도적인 성공률의 스페이싱을 극대화한 것이 골스 특유의 스몰라인업입니다. 아무리 빠른 발도 공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듯이, 외곽 활용폭을 극대화하고 수많은 다운스크린으로 수비의 이동경로를 차단하는 골스의 스몰라인업 모델은 정상적인 수비패턴으로는 막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이 스몰라인업이 전면화되는 클러치 상황(4쿼터 마지막 5분에서 5점 이하 승부라고 가정)에서 골스의 올시즌 성적은 무려 16승 1패입니다. 클러치 상황 2위권 팀들의 승률이 60%에 불과하니 그 위력은 정말 어마무시하다 할 만합니다.
 
간단히(?) 골스와 커리의 클러치 상황 세부지표들을 보며, 이러한 기록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거칠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되게는 골스와 커리의 클러치 세부지표를 확인하는 걸 목적으로 하겠지만, 그 중간중간에 다른 선수들과 팀들에 대해서도 아주 짧게 이야기하도록 하죠.. 먼저, 커리의 클러치 타임 공격력 지표를 보겠습니다.


커리의 클러치 활약과 라이벌 비교


‘볼없는움직임’과 ‘(업템포의) 패스’가 수없이 강조되는 와중에도 패싱게임을 가장 무력화시켜왔던 게 바로 농구의 ‘클러치’ 상황입니다. 어느 팀을 막론하고 클러치 상황에서 팀이 가장 먼저 의지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에이스’의 해결사 본능입니다. 클러치 타임은 수비의 활동량을 높여 패싱 경로를 차단하고 대인압박의 농도를 높여 오기 때문에, 안정적인 볼핸들링과 패턴플레이를 하는 데 한계가 있죠.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클러치 상황에서는 팀의 패스웍과 승률이 큰 정비례 관계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올시즌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고의 어시 비율에도 낮은 득실마진(+8)을 보이고 있는 샌안입니다. 패스를 죽이고 에이스에 극단적으로 의존했던 클블과 휴스턴이 더 높은 득실마진을 기록했다는 점(각각 +25와 +14)은 농구에서 ‘클러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케 해주는 부분입니다. (물론 승률은 샌안이 조금 높은 상태로 대체적으로 세 팀이 비슷한데, 하지만 샌안은 골스와 96년 불스를 제치고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정규시즌 득실마진을 기록하고 있는 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팀을 막론하고 클러치 상황은 패스의 다양성을 죽이고, 에이스에 대한 의존을 극단적으로 높이게 마련입니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커리를 중심으로 해서 득점순위 5위 내의 스윙맨 에이스들(하든, 듀란트, 르브론)을 주된 비교의 대상으로 하고자 합니다.


                                                 스코어러 빅4의 클러치 득점

        평균온코트시간     득점      NetRtg         TS                AST           USG       실책/100*     PIE

커리         3.7분           5.0점     + 41.5     68.3%(67.6%)     0.3개     46.6%(31.6%)     10.5개      36.9
르브론      3.3분           4.0점     + 25.4     54.3%(57.1%)     0.4개     50.9%(31.4%)     6.6개       34.8
듀란트      3.5분           3.9점     +1.2       60.7%(63.7%)     0.3개     39.3%(29.5%)      1.1개       23.4
하든         3.5분           3.4점     +15.1      53.1%(59.4%)     0.5개     44.5%(32.7%)     10.6개      21.3


                                 * 괄호 속은 해당 선수들의 비클러치 타임 포함 시즌 평균치

                                              ** 클러치 상황시 100포제션당 실책 개수


대체로 위 선수들은 게임당 3.5분 정도의 온코트 시간을 가져갔고, 극단적으로 높은 팀 내 공격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하든을 제외하면 분당 1점 이상의 높은 득점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하든은 어시 비율이 높습니다). 참고로, 이들은 클러치 타임을 최고 2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 평득순위 1, 4, 5, 6위이며, 레지 잭슨과 아톰이 믿기 힘든 활약을 보이며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각각 4.2점과 4.0점).


일단 위 표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은 커리의 압도적인 득점력/효율과 실책률입니다. 편의상 지난 2010~11시즌부터 올시즌까지의 6시즌을 비교해볼 때, 대체로 에이스들의 클러치타임 평균온코트 시간은 비슷했고(평균 3.5분 안팎), 클러치 득점 1위의 평득은 3.5점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분당 1득점 정도가 대체적으로 해당 시즌 탑 클러치 슈터의 정상적인 평득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유일한 예외가 12~13의 크리스 폴(4.4점)이었고, 커리의 평균 3.7분에 5.0득점은 인터넷에 자료가 남아 있는 2차 쓰리핏시절 조던을 훨씬 상회하는 가히 압도적인 퍼포먼스입니다. 


올시즌 커리의 ‘임팩트’에 담긴 또 다른 강렬함은 슈팅효율성(Ts)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르브론/듀란트/하든의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격점유율의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감당해야 하는 에이스들에게 있어서 클러치 상황에서의 슈팅효율이 자기 평균치를, 그것도 60퍼센트 후반을 상회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편, 이러한 득점능력의 극에 있는 것이 바로 커리의 실책률인데요, 이 극과 극의 지표들이 만나 서커스와 같은 ‘들어다 놨다’형의 경기를 연출한 바 있기도 합니다(예컨대 4쿼터 막판까지 10점차로 뒤지다가 마지막 2~3분의 ‘원맨 쇼타임’으로 2점차까지 따라붙은 후 종료 직전 공격에서 갈리네리를 앞에 두고 드리블 실책을 범하며 패했던 1월 초의 덴버전은 그 가장 쇼킹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르브론과 하든의 유사성입니다. 아시다시피, ‘슬래셔’ 유형의 르브론과 하든은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해당 지표들에서도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주는 선수들입니다. 일단 위 비교 범위 내의 디테일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높은 어시비율과 다소 낮은 슈팅효율이 눈에 띱니다. 볼핸들러로서 돌파를 주요 공격옵션으로 갖는 이들의 메인 테마는 돌파 후 마무리(스텝백 포함) or 킥아웃 패스를 통한 스팟업 점퍼 유도입니다. 그만큼 아이솔레이션의 압도적인 빈도와 하프코트오펜스에 기반한 높은 어시 창출능력은 이들의 공격을 설명해 주는 핵심 지표라 할 수 있죠.


또한 이들은 트랜지션 오펜스에도 능한 선수들인데, 당연히 탁월한 볼핸들링과 트랜지션 오펜스의 역동성이 중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이들의 에이스로서의 역량이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앞서도 언급했듯, 이들은 공격점유율에 비해서 슈팅효율성이 압도적인 편은 아닌데, 이는 일정 정도 아이솔에 대한 강한 의존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편, 듀란트는 어떨까요? 같은 팀에 서버룩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듀란트의 공격점유율과 어시 비율이 위 비교대상에서 가장 적은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메인 볼핸들러가 아닌 점이 있기는 하지만, 실책비율이 낮은 부분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 다만 낮은 득실 마진에서 알 수 있듯 클러치 활약이 충분한 팀성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튼 듀란트의 올시즌 클러치 활약은 MVP시절과 비교해서도 좋아진 커리어하이급에 가깝습니다.


끝으로 다시 커리(그리고 골스)로 돌아오겠습니다. 올시즌 골스의 클러치 승률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인데, 당장 69승 당시의 96~97시즌 불스의 클러치 성적이 20승 10패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함을 알 수 있습니다(기록으로 확인가능한 게 96~97시즌 부터임). 유일한 1패도 커리의 클러치 쇼타임으로 다 따라잡았다가 실책으로...안타깝게도 말아먹었죠.;; 네, 어찌되었건 이는 분명 커리의 득점력 하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올시즌 골스의 클러치 승률을 해명하는 다른 두 축은 1) 패싱게임의 복잡한 롤과 2) 스몰라인업의 리바운드 능력입니다.


골스의 패싱게임에서 세컨 어시스트


골스의 클러치 타임 어시스트 비중은 대체로 그린-이기-커리로 삼분할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린은 리그 전체에서 월에 이어 폴 등과 어시 비율 2위권을 형성 중이며(0.8개), 이기 역시 0.5개로 르브론-하든에 육박할 만큼 상당한 생산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골스 스몰라인업 선수들의 디테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골스의 클러치 상황 시의 공격 패턴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수로는 누구를 뽑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팀내 2옵션은 그린이지만, 그린의 클러치 야투효율성(Ts)은 자신의 리그 평균치에 10% 이상 미달합니다. 탐슨도 사실 다르지 않고, 두 선수 모두 클러치 득점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출전시간에 보정을 가하면 의외의 스타가 나타나는데, 그게 바로 반즈입니다. 더불어 이기는 어시뿐 아니라 많지는 않지만 던지면 들어가는 높은 야투효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는 골스 최강 스몰라인업의 클러치 성적표입니다.


          온코트시간    득점     어시     리바     Ts
커리       3.7분        5.0점    0.3개    0.9개    68.3%
그린       3.7분        1.4점    0.8개    1.8개    46.5%
반즈       2.8분        1.3점    0.0개    0.4개    78.1%
탐슨       3.4분        1.2점    0.1개    0.3개    51.4%
이기       3.3분        1.1점    0.5개    0.5개    67.2%


반즈의 출전시간을 다른 선수들과 맞춰 보정하면, 사실 (표본이 다소 적기는 하지만) 골스 클러치 타임의 2옵션 스코어러는 반즈와 이기가 됩니다. 이들은 커리와 더불어 70%를 전후로 한 어마어마한 Ts를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요. 골스의 클러치 활약에서 반즈와 이기의 야투가 뜨고, 그린과 탐슨의 야투기여가 다소 처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간단히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클러치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강한 수비압박을 동반하고, 상대수비가 패싱의 핵인 그린과 3점슈터 탐슨에 대한 압박의 농도를 높였을 수 있습니다. 일면 타당한 가정인데, 그러나 모두가 아시다시피 클러치 타임에서 상대수비의 가장 압도적인 타깃이 되는 것은 커리이고, 실제로 경기도중 커리-그린의 픽게임에서 수비가 롤맨인 그린을 완전히 포기하고 커리에게 하드헤지를 거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그 대표적인 판본이 바로 지난 필라델피아 전 버저비터 경기였습니다). 설령 수비압박이 강했다고 해도 한 가지 의문이 더 떠나질 않습니다. 왜 이기와 반즈의 야투율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승했을까요?


이기와 반즈의 야투율 상승은 상당 부분 이 선수들의 집중력이 만든 산물입니다. 그런데 분명 그것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요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서두에서 언급했듯, ‘커리의 더블팀을 동반한 스페이싱 + 그린의 탑에서의 패싱 중개 + 킥아웃을 통한 측면 스팟업 점퍼’로 이어지는 논스톱형 패싱게임입니다. 대부분의 이 패싱게임은 커리 ——> 그린 ——> 반즈/이기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탐슨이 빠지는 이유는.... 탐슨은 반대편 쪽에서 스페이싱을 해줘야 하거든요. 측면 스팟업을 반즈가 던지게 되면 아마 이기는 엘보우 지역에서 그린의 패스 전개가 원활하도록 페인트존 근방에서 스크린을 서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오픈 찬스는 당연히 야투율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골스의 클러치 공식은 1) 커리와 그린의 픽게임으로부터 시작한다, 2) 픽 이후 절반은 커리가 해결을 하고, 3) 나머지는 더블팀 해지를 역이용해 커리가 그린에게 넘기면, 그린이 엘보우 인근 혹은 3점 라인 부근에서 4) 측면으로 어시스트를 하거나 5) 아니면 페인트존 돌파를 한 후 해결 or 빅맨에게 어시로 마무리, 정도가 됩니다. 이 과정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일사천리하게 진행되는데, 커리의 스페이싱 능력부터 그린의 침착한 판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페이싱을 위해 탐슨, 이기 등이 보이지 않게 하는 헌신하는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보통 득점과 어시는 일반적인 스탯에서 제공되기에, 보다 덜 주목되는 세컨 어시스트라는 지표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패스와 관련해 주어지는 스탯은 어시스트가 유일무이합니다. 사실 어시는 불완전한 지표인데, 단순하게 생각해도 패스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파울로 끊기면 아무리 예술적으로 패싱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어시로 기록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만약 득점으로 연결되었다면 어시로 기록될 수 있었을 패스를 ‘잠재적 어시스트’(potential assist)라고 하고 파울로 끊겨 어시로 기록되지 않은 패스를 프리드로우-어시라고 합니다.


한편, 방금 봤듯 패스라는 것이 최종적으로 득점원에게 전달되기 이전에도 하나의 유기적인 패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은데요. 특히 골스처럼 유기적인 움직임에 기반한 논스톱페싱게임에서 하나의 득점은 여러 패스 경로를 통과해서만 비로소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어시로 기록되는 최종 패스뿐 아니라, 최종 패스 이전에 이루어지는 패스와 스크린 등을 빼고는 그 득점을 논할 수 없는 것이죠. 이때 어시스트 바로 이전에 이루어진 패스, 아까의 모형대로라면 커리에게서 그린에게로 전달된 패스를 세컨 어시스트라고 합니다(단, 이때 이 패스가 세컨 어시로 기록되려면 최종 어시스트자가 4초 이내 2드리블 미만으로 어시를 실행해야 합니다. 즉 하나의 흐름 속에서 패스가 이어지는가가 관건이죠).  

  

따라서 세컨 어시는 기본적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에 기반했는가, 수비가 대처하기 전에 빠른 템포로 패스를 했는가, 빠른 템포의 논스톱패스 자체가 가능할 만큼의 스페이싱을 창출했는가 등이 주요 관건이 됩니다. 이런 조건들을 가장 잘 만족시켜 주는 선수는 (짐작하시겠지만) 커리인데, 왜냐하면 커리는 3점 능력으로 인해 공을 들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스페이싱이 시작되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골스 선수들은 올시즌 엄청난 볼없는움직임으로 이 패싱게임의 조각을 완벽하게 조립해 내고 있습니다. 이 사실들을 증명하듯 올시즌 리그 세컨 어시 1위는 커리입니다. 게임당 2.4개인데, 2위권이 1.9개로 차이가 사실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때문에 프리드로우-어시, 잠재어시, 세컨 어시를 포괄한 AST adj 수치에서 커리는 론도, 월, 서버룩, 폴, 루비오에 이어 리그 6위까지 올라서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 패싱개임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선을 돌려보면, 골스의 이러한 공격패턴은 다른 어떤 팀과도 변별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앞서 클러치 공격력을 비교하면 봤던 르브론과 하든, 그리고 클블과 휴스턴의 사례와 연결해 보겠습니다. 올시즌 르브론의 클러치 공격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위 표에서도 확인가능하듯, 클러치 집중력은 오히려 마이애미 시절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여 주고 있고, 클러치 팀내 공격점유율(USG)은 유의미한 표본을 전제할 때 리그 1위를 질주 중입니다. 하든은 다소 떨어지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득점과 어시 모두 에이스의 커리어를 채우고도 남을 만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클블과 휴스턴은 이 두 선수가 막히면 답이 전혀 없습니다. 골스도 커리가 막히면 답이 없기는 하지만, 모든 공격이 르브론과 하든에게 일원화된 클블, 휴스턴과는 달리 숨쉴 틈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클러치 평균 어시스트가 0.5개인 르브론의 팀동료 필드골에 대한 어시스트 기여 비율은 42%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팀 동료들의 필드골 중 42%가 르브론의 어시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르브론보다 조금 적은 0.3개의 어시를 기록한 커리의 팀내 동료 필드골에 대한 어시 기여 비중은 22%에 불과합니다. 물론, 앞서 봤듯이 커리는 세컨 어시를 통해서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죠.


르브론과 비슷한 상황이 하든에게서도 반복됩니다. 르브론과 하든에 대한 클블과 휴스턴의 의존은 두 선수에게 볼핸들링부터 마무리(혹은 마무리를 위한 어시)까지 공격 전반의 과제를 부과하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온볼플레이어인 두 선수의 플레이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클러치’ 타임이라는 상황고유의 맥락이 확실한 ‘볼핸들러=해결사’를 원하는 탓도 있습니다. 반면, 같은 에이스로부터 출발하는 공격일지라도 골스는 커리의 손을 떠난 공이 그린을 거쳐 이기, 혹은 이기를 거쳐 반즈나 탐슨 등에게 전달되면 다채로운 볼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엄청난 스페이싱과 빠른 패싱타이밍으로 인해 최강 볼핸들러의 아이솔에 못지않는 효과를 내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한편, 샌안은 어떨까요? 또 다른 패싱팀 샌안의 패스 경로는 골스와 어떻게 같고 다를까요? 두 팀 다 패스웍이 탁월한 팀이지만 성격은 분명 다릅니다. 골스는 공격의 시작이 1) 외곽 더블팀 유도를 통한 스페이싱과 2) 페인트존 인근의 다운스크린 활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1번은 아까 설명한 패싱루트로 이해하면 되고, 2번은 커리-탐슨의 다운스크린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데, 거칠게 정리하면 페인트존 인근으로 탐슨과 커리가 교차해서 이동하다가 커리가 탐슨 상대 수비수에게 스크린을 걸고, 탐슨은 그걸 받아서 45도로 나와서 오픈 3점을 던지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탐슨은 올시즌 캐치앤슛과 다운스크린 활용 득점 모두에서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샌안의 공격은 포스트업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파커가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돌파를 보여주기 힘든 상황에서 현재 샌안의 패싱게임은 카와이, 던컨, 디아우 등을 기본으로 한 포스트업을 출발점으로 하고, 포스트업 후의 킥아웃패스 혹은 2대2로 어시스트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킥아웃패스로 만들어내는 스팟업 점퍼 비중이 아주 높고, 포스트업 득점도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되겠네요. 클러치 상황은 안정적인 볼핸들링과 마무리(혹은 마무리가 가능한 어시스트) 능력을 갖춘 에이스를 필요로 합니다. 최근 알드리지가 포틀 시절의 포스트업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포틀 시절에 잘 보여주었듯이 알드리지는 1대1 능력이 좋은 빅맨이지 볼핸들링이 좋거나 2대2 게임에 유능한 빅맨이 아닙니다. 더욱이 골스 전에서 봤듯이 알드리지는 (그린이) 낮은 무게중심으로 압박을 빡세게 가할 때 높은 무게중심으로 인해 리듬 자체를 잃는 모습을 보이곤 하죠. 무게중심의 리듬을 잡아야 득점이 안 되더라도 원활한 패스웍을 할 테지만, 그렇지 못하다 보니 공을 잡고도 거의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압박이 강해지는 클러치 상황은 분명 알드리지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텐데요.


문제는 샌안에게 있어서 포스트업이 패싱의 길을 여는 주요 루트라 할 때, 빅맨 에이스로서 알드리지가 얼마나 강력한 클러치 타임의 포스트업 전술을 사용할 수 있느냐 혹은 적절한 시기의 킥아웃이나 컷인 패스를 해줄 수 있느냐, 그리고 카와이 등의 아이솔을 위해 스페이싱을 해줄 수 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알드리지가 클러치 스코어러로 한계가 있다면, 남은 몫은 에이스 카와이가 좀더 성장해서 볼핸들러로서의 안정감을 유지하며 풀어가 줘야겠죠.


아무튼, 그리하여 기승전골스로 돌아오면, 골스의 패싱게임에서 득점과 어시라는 단순 지표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패싱루트들을 읽을 필요가 있고, 여기에서 다양한 스페이싱 옵션과 더불어 커리의 세컨 어시와 스윙맨들의 스크린을 포함한 무빙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시스트 양과 클러치 승률/득실마진의 이렇다 할 비례관계를 찾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골스가 높은 클러치 어시 비율로 높은 승률과 득실마진을 올리는 데에는 이 특유의 패싱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클러치 상황에서의 어시는 대체로 볼핸들러 에이스가 하프코트오펜스를 통해 돌파 후 킥아웃을 하는 패턴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하든, 르브론, 서버룩이 모든 이 패턴하에 게임을 지배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승전에이스의 구도로 돌파와 패싱 모두의 짐이 에이스에게 부과되는 경우가 많았죠. 자연스레 다른 공격수들의 움직임에서 적극적인 롤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고, 단조로운 패싱루트가 차단될 리스크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스페이싱이 3점 밖에서 이루어지면서 골스의 패싱루트는 다원화되고, 수비압박에도 안정적인 득점창출이 가능해집니다. 흔히 말하는 '골스의 패싱게임의 핵은 그린이다'와 '스페이싱의 시작은 커리다'라는 주장이 공존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끝으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공격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럼 클러치 타임 리바운드 1위 팀은 어디일까요? 참고로, 팀들마다 클러치 시간의 평균치가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완벽한 지표가 되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1위 팀은 전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팀이었습니다. 바로 골스입니다. 모든 클러치 타임을 스몰라인업으로 맞이한 것은 아니지만, 그린을 센터로 하는 극단적인 스머프라인이 다수였고, 그게 아닌 경우에도 일반적인 투 빅맨 시스템이라고 하기엔 애매함이 있는 골스의 클러치 타임 리바운드 1위는 굉장히 놀라운 사실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슈퍼그린의 맹활약이 핵심입니다. 클러치 타임에서 커리가 득점 마무리와 스페이싱을 해준다면 그린은 어시와 리바운드에서 탁월한 활약을 해주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표본을 가정할 때, 그린은 클러치 리바운드 리그 전체 1위이기도 하네요...... 물론 골스 선수들의 클러치 맹활약을 가능케 한 코칭스텝의 출전시간 배분도 한몫했겠지만요.


길어졌지만 정리하면, 올시즌 골스의 클러치 능력은 그냥 ‘역대급’이라는 말로만 정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선수단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예술작품처럼 돌아가는데, 문제는 아직까지 상대팀들의 분석으로도 유의미한 해법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그러나 시즌의 절반 이상이 지나면서 다른 팀들도 부상회복 선수들의 활약, 초반 부진 선수들의 각성 등으로 대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당장 클블의 어빙의 공격력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강렬함이 있죠. 단지 어떤 조합으로 1+1=3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거의 거론하진 않았지만, 레지 잭슨과 아톰의 활약은 예상을 초월하는 정도였고, 사실 탑클래스 에이스들의 그것을 능가할 만한 것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골스의 16승 1패의 클러치 집중력이 어떻게 전개되는가, 후반기 트레이드를 기반으로 어떤 팀이 치고 올라오는가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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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6-02-17 01:40:47

내쉬 노비츠키 다음 제 '더 맨'이 커리 듀란트인 것도 있지만
보것이 너무 좋아요

WR
2016-02-18 03:43:05

올시즌 살 빠지고 더 잘 생겨진 듯하네요

1
2016-02-17 09:54:55

골스팬 중 한사람으로 머리속의 흐트러진 조각들을 한번 디스크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즐겁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WR
2016-02-18 03:44:12

글이 길어서 좀 그랬는데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16-02-17 13:10:43

엄청난 양질의 글이네요.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실제 경기를 봐도 그린이 중요한 리바운드를 잡는걸 심심치않게 볼수있었는데
그렇다해도 설마 클러치리바가 골스가 1위일줄은 몰랐네요....
스몰라인업을 쓰면서 1위라니...

WR
2016-02-18 03:45:14

대체로 클러치 상황의 집중력이 폭발하는 모드 같네요. 그래서 더 무서운 팀이 된 것도 같고요.

1
2016-02-17 14:33:21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눈에 촤악 펼쳐지듯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4쿼터 막판에 그린이 계속 리바운드 하는 거 보면서 참 괴물이다 싶었는데... 바로 괴물 맞군요..;;


WR
2016-02-18 03:47:25

한번에 다소 무리하게 정리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완을 해야겠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2016-02-17 17:12:56

엄청난 글입니다.

WR
2016-02-18 03:49:03

분량이요...?

2016-02-18 00:28:12

지금 생각해보면 덴버전이 너무 아쉽네요... 

진짜 다 진 거 2점차까지 따라갔었는데...
커리가 거기서 턴오버를... 
WR
2016-02-18 03:50:19

인간적인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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