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메커니즘에 대한 고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1>
슈팅,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슈팅 메커니즘에 대한 고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1>
슈팅은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관심사이다. 슈팅을 하지 않고는 득점할 수 없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NBA 파이널에 오르고 그 무대를 제패한 수많은 강팀들은 좋은 슈터를 보유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옛날 보스턴의 래리 버드, 시카고의 그분, 근래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은 예외 없이 엄청난 슈팅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스트레치네 스페이싱이네 하면서 가드고 빅맨이고 3점을 날리는 농구가 대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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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nba라는 최고의 리그 뿐 아니라 농구를 즐기는 누구에게나 ‘슈팅’은 농구라는 카테고리에서 행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것 중 하나이다. 동네에 농구 골대가 있는 곳 어디든 드리블 연습, 패스 연습을 하는 사람 보다 길든 짧든 슛을 던지고 있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물론 골대가 있는 곳에 반드시 사람이 있지는 않다......아니 오히려 없을 확률이 더 큰게 함정) 그만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슈팅을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어한다.
슛을 잘하는 사람은 좋은 슛폼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슛을 잘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시즌과 파이널을 제패하며 말 그대로 레전드의 초입에 들어버린 커리, 그와 막판까지 시즌MVP 경쟁을 펼쳤던 하든, 한 쿼터에 37득점을 몰아넣은 슈팅 기계 클레이 탐슨, 3점이 레이업 보다 쉽다는 카일 코버 등. 그들은 예외 없이 깔끔한 슛폼을 가지고 있다. 농구를 즐기는 수많은 동농러들도 한 번쯤은 닮고 싶을 정도로 깨끗한 슛폼을 가진 누군가를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갖고싶다....저 슛폼.....
이 쯤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석 슛폼’이라는 놈을 한 번 알아보자. 다만 이는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정리한 것이므로 ‘정석’으로 합의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단순히 앞으로 지겹게 말할 소위 ‘정석’이라는 게 어떤 슛폼을 함의하는지를 정의하는 데 그치는 것임을 짚어두고 넘어가는 바이다.
손이 틀렸는진 잘 모르겠고 헤어스탈은 확실히 틀린 듯
정석 슛폼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양 발은 11자로 어깨 넓이만큼 벌린다.
2. 팔꿈치를 모은다.
3. 슈팅하는 팔은 디귿자 모양이 되게 한다(L-Shape)
4. 보조 손은 옆에 가볍게 댄다.
5. 공은 이마 또는 미간에 위치한다.
6. 릴리즈할 때 스냅은 자연스럽게 준다(단, 왼손이 따라가면서 영향을 주면 안 됨)
농구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는 이러한 내용이 생소하지 않다. 정석 슛폼은 확실히 어느 순간 우리 머리에 자연스럽게, 뿌리 깊게 자리 잡아 마치 언젠가는 저렇게 슛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만약 여러분에게 학업이든 생업이든 상관없이 슛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저렇게 연습해야만 할 것만 같다. 과연 그런가? 우리의 저질스런 슛폼과 대비되는 동네의 슛쟁이들은 정석 슛폼을 가지고 있는가? 아마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짧다면 짧은 필자의 농구인생에서도 저 슛폼대로 슈팅을 하는 사람을 본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히 슛깨나 던진다는 사람일수록 정석 슛폼과 어딘가 다른 자기만의 슛폼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뭐 어쩌란 말인가? 여태껏 슛에 무지한 우리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온 ‘정석’이라는 성서를 포기해야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정석 슛폼대로 슈팅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거의 모든 슈터들은 정석 슛폼을 기반으로 자신에 맞게 변형을 거친 슛폼을 가진다. 어떤 이는 정석과 거의 유사한 슛폼을, 다른 이는 정석의 요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슛폼을 지니고 있다. 농구를 하는 이라면 농구인생 어느 순간 ‘정석’을 기준으로 코칭을 받는 경험을 한다. 그것이 동농 선배가 되었든 코치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석의 틀을 견디지 못한 몸의 이곳저곳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기존의 형태를 뒤틀어버린다. 마치 환경에 걸맞는 진화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슛 메커니즘이라는 놈이 우리의 (짧고 굵은) 신체를 기반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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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변형을 거친 슛폼이 반드시 바람직한 슛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화는 필요에 의해 일어나지만 효율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나쁜 습관이 이미 뿌리 깊게 배여 있어 어떻게 교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팔을 휘두르기도 하고 공을 마치 빨래 널 듯 패대기치는 경우도 있다. 혹은 개구리가 도약을 하듯 온 몸을 움츠렸다가 짜잔 튀어나가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의외로 우리는 자주 목격했다. 농구공을 들고 나선 뒤 친구에게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작은 액정에 웬 우리와 많이 닮은 사람이 딱 저렇게 던지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가 농구선수라면 지금부터 매일매일 슈팅연습을 하면서 이 폼 저 폼 시도해보며 최적의 슈팅 폼을 찾으면 된다. 불행히도 우리는 선수도 아니고, 심지어 동농에서 인정받는 슈터도 아니다. 또한 내일 아침이 되면 새벽같이 출근지하철을 타거나, 등교 준비를 하거나, 아침밥을 차리거나 하는 일상에 속해 있다. 우리는 한가한(?) 농구선수들과 달리 시간이 부족하고, 따라서 보다 효율적이어야 한다. 같은 시간 연습을 해도 우리는 더 많은 발전을 이루어야 저질 슛폼을 교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지겹도록 언급했던 정석 슛폼말고, 좋은 슛폼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슛폼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마지막 스트로크된 손가락이 정확히 링을 향한다.
2. 딱딱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3. 슛폼이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하다.
이게 무슨 수능 만점자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같은 소린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좋은 슈터들을 모두 포함하는 명제는 (적어도 필자 생각에는) 저 셋밖에 없다. 상기의 3요소는 신체적 특성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필요한 최소요건이다. 즉, 저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슛폼이라면 어떤 슛폼도 좋은 메커니즘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뉴스의 인터뷰를 보고 정말 교과서만 보는 고3이 없듯이 우리도 저 3요소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왜 누군가는 팔꿈치를 벌리고 다른 이는 릴리즈 할 때 쿠키핸드를 만드는가? 왜 슛을 쏠 때 다리를 벌리기도 하고 스탠스를 사선으로 틀기도 하는가? 본 연구는 따라서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들을 분석함으로써 개개인이 적용할 수 있는 슈팅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귀납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부디 수많은 동농러들이 자신의 슛폼을 찾는 데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p.s
1. 슛 메커니즘에 대한 긍정적 토론은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단, 입농구 주의
3. 인제 인트로 끄읕입니다.
제가 의문을 품어오던 것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