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 Magic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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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4-12-28 16:21:21
매니아 회원 여러분 다들 안녕하신지요? 지난 번에 선수들간의 시너지에 대한 글을 한 번 썼었는데 매냐에 처음 올리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칭찬과 추천을 해주시는 황송한 반응에 근본없는 무개념글 하나 또 올립니다. (--)(__) 꾸벅...
거의 눈팅 회원이긴 한데 댓글 같은 것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거든요. 생각 외로 최근에 NBA를 접하시는 회원분들의 비중이 꽤나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NBA를 보기 시작하고나서 가장 기대했었던(그리고 큰 실망을 안겨주었던...), 가장 애정을 갖고 응원했던 2000년대 후반 올랜도 매직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다음은 제가 지난 번에 작성했던 글의 일부에 내용을 덧붙여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링크 해놓았으니 한 번 읽어보실 분은 읽어주셔도 좋아요!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돌도 던지지 말아주시고...
우선 올랜도 매직의 발자취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할께요.
올랜도 매직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팀인데요, 그런데 샤킬 오닐이라는 초대형 스타를 1순위로 뽑고 바로 다음 해 드래프트에서도 90년대 최고 인기 스타 중 하나인 페니 하더웨이를 뽑습니다. 지금의 오클라호마 썬더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팀의 대열에 든 것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오크군단은 시애틀 소닉스라는 역사를 갖고 있다가 연고지를 이전한 팀이지만 올랜도는 말 그대로 '신생' 팀이었습니다.
포스트 조던 1세대이자 NBA를 이끌어갈 차세대 아이콘 페니 하더웨이, 올랜도 매직의 (나름)프랜차이즈 스타 닉 앤더슨, 뛰어난 3점슛을 자랑했던 데니스 스캇, 불스왕조의 주축 중 하나였던 호레이스 그랜트, 공룡센터 샤킬 오닐이라는 젊고, 화려하고, 미래가 창창해 보였던 올랜도 매직. 그러나 샤크는 LA로 떠나고 페니 하더웨이는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창창한 미래 밖에 상상하지 못한 올랜도 매직의 첫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00년대 초반에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를 데려오지만 맥그레이디 역시 올랜도 매직의 계속되는 부진 속에 지쳐만 갑니다. 04년도에 다시 얻게 된 1픽. 이때 티맥이 대학 무대에서 활약을 보여준 즉시전력감 오카포를 뽑길 원했지만 팀에서는 미래를 생각하고 검증되지 않은 고졸 신인 하워드를 뽑습니다. 티맥은 승리를 바라면서 휴스턴으로 결국 떠나구요.
00년대 들어서 가장 대박난 프로젝트 신인 드와잇 하워드는꾸준히 성장하고 4년차인 07/08 시즌에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이때부터 올랜도 매직 제 2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2000년대 후반의 올랜도 매직. 히도 터클루-라샤드 루이스-드와잇 하워드라는 장신 삼각편대를 앞세운 양궁 농구로 단숨에 동부의 강자로 떠올랐지요. 라샤드 루이스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긴 했는데 -물론 저도 오버 페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가격이 엄청나서 그렇지 라샤드 루이스의 팀 내 역할을 꽤나 중요했습니다.
이 역시도 라샤드 루이스 개인이 올랜도 매직 전체를 스텝업 시킬만큼 엄청난 선수여서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바로 스트레치 4번으로써 드와잇 하워드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였지요. 본인이 최고의 선수라서가 아니라, 팀 내 최고의 선수를 본연의 모습대로 플레이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시너지를 낸거지요.
당시 올랜도 매직은 꽤나 매력적인 팀이었습니다. 그 때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하워드가 터클루-루이스라는 조던 듀오(터키 조던-연봉 조던)의 빵꾸 수비력을 모두 커버해주었기 때문에 하워드는 이 둘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었고, 이 둘은 정교한 외곽슛으로 공격 반경이 좁은 하워드를 위해서 공간을 넓혀주며 상호 보완적이었지요. 그리고 자미어 넬슨. 08/09 시즌에 거의 다른 선수가 되었습니다. 거의 MIP 받아도 될 수준일만큼이요. 올스타도 선정됬었는데 부상으로 빠졌던 걸로... 당시 넬슨의 장점이 뛰어난 패스와 리딩이 아니라 강한 앞선 흔들기와 외곽슛, 클러치 능력이었습니다. 어차피 올랜도는 하워드 한 명이 페인트 존에 들어가고 나머지 선수들은 외곽을 준비하는 형태였는데 하워드에게 공을 투입하는 것은 큰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리딩 능력이 뛰어난 히도가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리딩을 꽤나 도맡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넬슨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히도가 보완해주니 자신의 장점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요.
결국 히도는 넬슨의 리딩을 메꿔주고, 조던 듀오는 하워드에게 스페이싱을 제공하고, 하워드는 조던 듀오에게 수비력을, 넬슨-히도는 하워드가 팀 내 더 맨으로써 부족한 클러치 능력을 더해주며 서로 서로 돕고사는 모양새였지요. 하워드는 당시 르브론에 이은 No.2 선수였지만 더 맨으로써의 클러치 능력, 경기를 뒤엎는 능력은 리그 No.2 선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었지요.
슈퍼 크랙은 없었지만 서로의 단점을 메꿔주는 짜임새있는 강팀이었습니다.
08/09 시즌, 올랜도는 페니-샤크 이후 처음으로 파이널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둡니다. 이 때 시즌 중반에 나온 미국 야후 메인에 원정 유니폼은 입고 있는 드와잇 하워드의 사진에 'Magic Kingdom' 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떴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이때 올랜도 매직이 아마 새 유니폼을 착용하기 시작한 첫 시즌일겁니다.)
파이널에서 레이커스에게 무릎을 꿇지만, 이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올스타에까지 뽑힌 자미어 넬슨이 부상으로 이탈했던 점, 매년 성장해나가는 하워드와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많지 않은 점을 생각해보면 다음 시즌의 올랜도 매직의 미래는 밝아보였습니다.
09/10 시즌이 시작되기 전. 올랜도 매직은 만족하지 않고 빈스 카터를 모셔옵니다. 당시에 빈스 카터를 데려오면 히도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라인업에 큰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지요. 히도의 장신으로부터 나오는 미스매치와 리딩, 외곽슛은 올랜도 매직의 핵심이었는데 굳이 강력함이 검증된 라인업을 바꿔야하느냐. 빈스 카터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다. 무조건 빈스 카터를 데려오는 것이 이익이다. 매직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렸습니다.
저는 빈스 카터를 강력히 원하는 입장이었는데, 빈스 카터는 히도가 빠지는 출혈을 감수할만큼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생각하던 빈스 카터 영입을 통해서 얻게 될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올랜도 매직에는 하워드가 있다고는 하나 빅맨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다른 슈퍼스타 스윙맨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스타성을 갖고 있으며, 하워드를 제외하고는 스타성 있는 플레이어가 전무하다는 점.
2. 빈스 카터의 공격력입니다. 올랜도 매직에 돌파 옵션을 더해줄 수 있었고, 리그에서 가장 긴 슈팅 레인지를 가진 선수 중 한 명으로써 하워드의 공간을 더욱 넓혀줄 수 있습니다.
3. 빈스 카터의 리딩 능력입니다. 그리고 08/09 시즌에 뉴저지 빅3가 해체된 첫해인데, 키드의 대가로 받아온 데빈 해리스가 아주 물을 만났죠. 그런데 데빈 해리스를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빈스 카터의 리딩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히도의 리딩능력을 메꿔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4. 빈스 카터의 클러치 능력입니다. 히도가 클러치 상황에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빈스 카터는 역대에 손 꼽힐 만큼 무수한 클러치샷을 터뜨린 선수입니다. 특히나 08/09 시즌에는 무수한 클러치 샷을 터뜨리며 더욱 빛을 발했지요.
5. 사족과도 같은 이유인데... 빈스 카터의 고향이 플로리다입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 홈타운에 온걸 환영한다는 응원문구도 많이 보였구요.
뭐 여러 이유로 썼습니다만... 한 마디로 줄이자면 올랜도 매직은 '킬러'가 필요했습니다. 하일라이트 한 편 보고 가실께요. 08/09 시즌 빈스 카터 Top 10 입니다.
히도의 장신으로부터 파생되는 미스매치가 당시 르브론의 클리블랜드를 상대할 때 아쉽기는 하겠으나 카터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입니다. 올랜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알짜 선수들을 더 영입해서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로스터를 완성합니다.
웬만한 팀들은 다 당하는 앞선 흔들기+뛰어난 슈팅&클러치 능력의 올스타 포인트 가드 자미어 넬슨-넬슨의 단점을 메꿔줄 0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 스윙맨 빈스 카터-터프가이 맷 반즈-하워드의 최적의 파트너, 연봉조던 라샤드 루이드-역대 최고레벨의 수비수로 거듭났으며 매 시즌 향상되는 공격력의 리그 No.1 센터이자 리그 전체 No.2 플레이어, 드와잇 하워드라는 탄탄한 주전 라인업에 벤치에서 화이트 초콜릿 제이윌-대학 시절부터 슈팅으로 이름 좀 날린 J.J. 레딕-프랑스 조던 피에트러스-라이언 앤더슨, 브랜든 배스, 마신 고탓이라는 주전으로 나와도 이상할 일 없는 더블 스쿼드급 벤치까지... 무엇보다도 앤더슨-배스-고탓의 벤치 빅맨 자원의 깊이는 정말 압권입니다.
NBA에서 프리시즌을 보고 그 시즌의 전력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프리시즌에 올랜도가 보여준 모습은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강력했습니다. 벤치의 깊이까지도 저정도니 주전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쉴새 없이 터지며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요. 그리고 시즌이 시작된 후에 프리시즌에 보여준 강력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09/10 시즌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전 시즌과 같이 59승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지만, 팬들이 기대한만큼의 강력함은 나오지 않았어요. 자미어 넬슨은 한 시즌 만에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의 선수가 되어있었고, 빈스 카터는 한 경기 48점 기록 및 클러치 샷을 보여주며 팬들로 하여금 끝까지 클래스의 회복을 기대하게 만드는희망고문을 시키지만 결국 터지지 않았습니다. 정규 시즌 내내 자미어 넬슨과의 호흡은 논란에 시달렸으며 바로 직전 시즌 많은 하일라이트를 양산하고 무수한 클러치 샷을 터뜨린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량이 떨어졌습니다. 넬슨과의 시너지 문제는 둘의 스타일이나 호흡이 아니라 결국 두 선수 모두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기본적으로 강한 전력이다보니 동부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보스턴과의 동부 결승에서 빈스 카터는 커리어 최악의 부진을 하고 탈락하고 카터는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올랜도 팬들 뿐만 아니라 00년대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많은 팬들에게 까지도요.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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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때까지가 00년대 올랜도 매직 제 2의 황금기이자 최고 전성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메가톤급 위력을 자랑하는 샤크의 90년대 올랜도와 붙으라면 질 것 같지만... 연속되는 드래프트의 행운으로 만들어진 페니-샤크 시절보다 매직 프랜차이즈가 암흑기를 이겨내고 힘겹게 만들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이 때는 올랜도 만의 색깔을 가진 매력 넘치는 팀이었거든요. 현대 농구에서 포지션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스트레치4가 대세가 되며 빅맨의 스페이싱이 부각되고, 서로가 서로의 결점을 메워주는 팀이었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를 잠깐 말씀드리자면... 올랜도를 떠난 히도는 높은 연봉을 받고 토론토로 옮겨가지만 자신의 단점을 메꿔줄 하워드가 거기엔 없었고, 올랜도 시스템을 떠나서는 예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10/11 시즌에 다시 돌아와요. 빈스 카터는 트레이드 되어 피닉스로 떠나고 제이슨 리차드슨이 대신하게 됩니다.
결국 큰 틀은 돌아왔지만 이미 한계를 보여주었던 라인업이고 하워드의 성장 말고는 팀의 스텝업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합니다. 그리고 올랜도 프랜차이즈와 계속해서 함께할 줄 알았던 하워드는 떠나버리고 암흑기가 다시 시작되지요.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 샤킬 오닐이라는 역대급 듀오가 거쳐갔고, 당대 최고의 득점 기계이자 슈퍼스타 스윙맨 트레이시 맥그레이디가 몸 담았으며, 드와잇 하워드를 필두로 한 양궁 부대로 독자적인 팀 컬러를 확립하여 잘 나가던 구단이었습니다. 최근에 NBA를 접하게 된 팬분들에게 올랜도 매직이 지금은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뚜렷한 팀의 색깔이나 운영 지침조차 모호한 팀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당시에 열렬히 응원하던 사람의 입장으로써 굉장히 그리웠습니다.
글 내용이 상당히 주관적이고 기억에 의존하여 쓰다보니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 되지 않고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계신 많은 고수 분들 앞에서 감히 내놓을 지식 수준의 소유자가 못 된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 게시물은 Yu-Na KIM님에 의해 2014-07-23 23:27:51에 '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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