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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 김종규. 농구가 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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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03 22:06:33

우리의 캡틴 탈모신이 트레이드 되고 완전 축 쳐져 있었습니다. 트레이드 당일에는 술도 엄청 마셨어요. 아이고, 무슨 재미로 농구를 보겠나..했습니다. 그날의 저는 오늘처럼 제가 지조가 없는 놈일 줄 생각도 못했네요.


확실히 조성민 선수는 아직 손발이 맞지 않은 모습입니다. 패스 타이밍도 맞지 않고, 조성민 선수에게 오픈을 내 주는 과정도 전반에 매끄럽지 않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메이스 선수는 욕심쟁이 혹부리 영감마냥 탐욕이 주렁주렁 달린건지, 아니면 멘탈이 어디로 나간 건지 모르겠지만 팀 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이게 본인이 체력이 딸리면서 정신이 혼미해진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메이스 선수가 아주 괜찮은 선수라고 봅니다. 몇몇 분들이 뒷돈이라고 기정사실화 하실 만큼 기량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 뛰다 보면 자기도 힘든데 뭔가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들어서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조금 더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보여줄 수 있는 파괴력은 끔찍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기에는 조치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오늘처럼 박인태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의외로 이 선수, 솔리드하게 버티는 것도 좋고 김종규 선수처럼 무슨 톰슨 가젤마냥 뛰진 못해도 운동능력도 준수합니다.뜬금 3점도 넣는 기이한 능력도 있습니다. 이 선수는 제가 생각한 것보단 훨씬 좋은 선수더군요. 잘 하는 선수에겐 출장 시간을 무한대로 보장하고 아닌 선수는 뇌리에서 잊어버리시는 김진 감독님, 제발 이 선수 많이 기용해주세요. 오늘처럼 극단적으로 메이스 선수가 정신을 놓지 않도록 자주자주 기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조성민 선수와 김종규 선수의 진가는 3,4쿼터에 서로 보여줍니다. 특히 김종규 선수. 이 선수가 굉장한 포텐을 가지고 있고 지닌 능력도 범상치 않다는 사실이 잘 드러났다고 봐요. 오늘 경기 중에 인상깊었던 장면, 오리온스의 선수가 슛을 하는데 한타임 늦지 않았나 싶은 타이밍에 불쑥 날아올라 슛을 블로킹 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톰슨 가젤마냥 미친듯이 달려가서 속공을 성공시킵니다. 예, 정말로 전 그 장면에서 강백호가 생각났습니다. 와... 굉장하다 생각은 했지만 정말 더 굉장했던 선수구나, 하고요. 기복은 있긴 하지만 여기에 점퍼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오우. 우리 창원의 보물.


안타깝지만 조성민 선수와 김영환 선수가 보여주는 공격에서의 차이는 몹시 큽니다. 지난 경기들에서 김영환 선수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김종규 선수와 함께 투맨게임을 한다거나, 게임을 풀어내는 능력에 있어서는 별반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가 없었죠. 하지만 조성민 선수는 달랐습니다. 그야말로 정석의 정석이랄까요, 떨어지면 던지고 붙으면 돌파하고 막힐 것 같으면 패스하고. 요 세 박자를 너무나 자유롭게 해냅니다.


그 선수를 떨어뜨려 놓을 수도 없습니다. 3쿼터였나요, 김종규 선수가 퍼리미터 정면 한참 바깥에서 픽을 걸어줍니다. 그리고 냅다 던지는데 들어갑니다. 아, 이 선수 뭔가요 정말. 후반에 한 번 오리온스가 극단적으로 퍼리미터 바깥에서 압박을 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마리오 리틀 선수와 조성민 선수가 있고, 김시래 선수도 슛이 나쁘지 않으니까 가능했겠죠. 그리고 조성민 선수가 45도 부근에서 페인트존으로 향하는 리틀 선수에게 패스, 김종규 선수에게 패스하는 장면도 정말 보기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잊을만하니 김시래 선수가 박인태 선수의 픽을 받고 돌파하며 김종규 선수에게 빠른 노룩패스를 찔러줍니다. 창원의 팬들이 죽도록 기다려온 시래 to 종규의 모습이 이거죠. 결과는 바스켓카운트.


어쨌건 덕분에 김종규 선수는 자유롭게 날뜁니다.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김종규 선수의 데뷔 첫 30득 아닌가요?) 혼자서 미친듯이 스텝을 가져가며 골을 넣는 장면을 본래 많지 않은 선수이지만, 밥상만 차려주면 신나게 먹을 수는 있는 선수죠. 그런데 조성민 선수는 슛만 좋은 게 아니라 바스켓 센스가 워낙에 좋아서 엔트리 패스, 인바운드 패스는 물론이고 돌파 후에 내주는 장면도 뛰어납니다.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김시래 선수의 리딩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그리고 트랜지션 상황이 되면 김시래 선수의 빛나는 센스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트랜지션 오펜스에서 김시래 선수의 뛰어난 창의력은 그렇잖아도 굉장했는데, 리딩 부담이 경기 중에 줄어들고, 거기다 그 선수가 같이 달려줄 수도 있으니 위력이 배가 됩니다. 그리고 그 선수는 오픈 2번을 못넣어서 스스로를 잘해야 70점이라고 한다네요. (100점은 어떡하는걸까요, 그럼?.. 앞으로는 100점 길만 걸읍시다, 조성민 선수.)


대신 아쉬운 점은 수비에서 확 낮아진 높이와 가벼워진 힘이네요. 무시무시하게 상대방을 찔렀지만 우리도 무시무시하게 맞았습니다. 김영환 선수가 있을 때의 엘지가 한손검방이면 이건 쌍검전사느낌이네요. 하지만 그 아쉬움이 경기를 보는 중에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네요.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는 농구였습니다. 과거 플옵에서 만났을 때부터 저 오리온스랑은 만나기 싫더니, 그 이후로 만나기만 하면 피튀기는 접전이고 힘들고 그렇네요. 그래도 합류 이후 첫 경기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쳤고, 승리까지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오늘의 경기가 앞으로 조성민 선수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앞날에 대한 청신호였길 바랍니다.


떠나간 김영환 선수도 더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모쪼록 두 선수의 앞길에 좋은 일만 있기를. ^^


+덧붙여서 조성민 선수의 가세는 김진 감독님에게도 좋은 듯 싶네요. 슈터 하나가 있으니 이렇게 다양하게 공격 전술을 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오늘 경기 괜찮았네요. 수비는... 뭐 언젠간 좋아지겠죠. 100점 뺏기면 101점 넣으면 되겠죠... 뭐...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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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7-02-03 22:17:47

아이고
올해 플레이오프 정말 박터질거 같아요. 1위-6위 만만한 팀이 없네요.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WR
2017-02-03 22:20:19

엔간하면 경기 하나 보고 리뷰 쓰고 이런거 잘 안 하는데 오늘은 보는 내내 정말

어? 으어 싯8? 하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 남발하면서 봤습니다

정말 재밌었어요!

2017-02-03 23:34:00

조성민 가치없다는 댓글에 상처받았는데 저도 씐 납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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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23:42:56

아니, 그런 글도 다 있었나요???


저 선수가 가치가 없으면 누가 가치가 있다는 말인지...

그 팀에는 코비 티맥같은 슈팅가드만 있는걸까요..


어쨌든 이 선수는 최고입니다.

의문이 필요가 없었네요. 김진 감독님이 시간 관리 잘 해줘서 몸 성히 파이널까지 가서 파엠까지 타길 바랍니다!

2017-02-04 11:19:52

저도 마치 조성민을 샐러리 덤프처럼, 조성민을 보내서 샐러리캡을 비워 내년 fa를 노려야한다는 그런 소리에 울컥했는데 조성민이 어떤 선수인지 제대로 보여주길 바랍니다.

2017-02-04 01:34:54

톰슨 가젤에서 두번 빵터지고 완독했습니다! 응원팀 경기만 챙겨보는 편인데 글써주신걸 보니 하이라이트에 손이갑니다

WR
2017-02-04 02:54:55

톰슨 가젤은 튼튼한 뒷다리를 가진 아주 훌륭한 러너죠!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2-04 01:56:15

창원엘지팬으로서 엘지농구 볼맛납니다

WR
2017-02-04 02:55:27

정말 공격력은 오늘만 같아도 좋겠네요 ㅠㅠ

하지만 이게 시작이라는 것이 더 좋습니다.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경기였네요! ^^

Updated at 2017-02-04 03:27:36

김영환 선수가 이른바 꽃길을 걷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거기 감독이 조동..읍읍! 김영환 선수는 그저 부상만 안 당하길 바랍니다. 말은 이렇게 했습니다만 그래도 김영환 선수에게도 기적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리고 조성민 선수가 오리온스의 높은 포워드진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장신 포워드 숲어서도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내더군요! 물론 김종규 선수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더 힘들었겠죠. 어쨌든 오늘 창원LG 정말 멋졌습니다!

WR
2017-02-04 11:58:49

개인적으로 감독들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기보다는 그냥 각 감독의 특색과 장단점을 혼자 알아보고 말자는 주의에요. 하지만 조동현 감독님은... 정말 죄송스럽지만 추구하시는 바가 뭔지를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작전타임 이후에 전술 성공시키는 걸로 봐서 아예 능력이 없는 분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평시에 너무 딱딱하게 경기를 운용하시다가 지는 모습이 좀 보여서... 여러모로 아쉽고 또 아쉽네요. 케이티 팬이신 분들도 마음 참 많이 상하실 듯. ㅠㅠ 뭐... 어쨌건 기적이 있을진 정말 누가 알겠나요 ^^


특히 45도 퍼리미터 안쪽에서 포스트업 되는 상황이 되어서 미스매치 난 거 스위치를 못했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이런 부분은 차차 시간이 지나면 전술로 해결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구요. 공격에서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김종규 선수가 미친듯이 잘 해주니까 본인 또한 자유로워져서 자꾸만 활짝 웃는 모습에 약간 마음이 아렸네요. 그동안 이 선수 얼마나 농구를 재미없게 했던걸까, 하는 생각도 약간 들구요.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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