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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해서 의대 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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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92
Updated at 2017-02-22 15: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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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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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15:18:31

난 전교 68명 중 68등이었다. 


내 고향은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 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 배.." 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저 중학교 1학년때 1등은요..."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



이 글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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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2 15:23:57

감동파괴갑니다





15
Updated at 2017-02-22 15:41:58

제가 학교다닐때 총장하셨는데 관용차 체어맨에 자전거 달고 다녔죠. 방송에는 출퇴근 자전거로 한다면서 타고다니는것 거의 못봤다는.

그런데 많이 배운 아들보다 못배운 아버지가 더 큰 분이시네요.
1
2017-02-22 16:20:10

민우가 잘못했네.....

2017-02-22 16:27:17

눈물이 맺히다가 뚝!;; 

2017-02-23 06:44:13

첫댓글읽고 아 내용 좋길래 추천하고 재삼 여운을 느끼다가 밑에 보고..허허.. 근데 저 원래 글 자체의 허심탄회하게 쓴 순수한 의도는 받아들여야겠죠

2017-02-22 15:23:59

지금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 있습니다...


정말...

감히 알수가없네요...와...

2017-02-22 15:36:01

삼겹살이 먹고 싶었어...

2017-02-22 15:36:25

한줄요약: 난 국립대 교수이고 총장이다. 존나 부럽지?

2017-02-22 15:44:47

.....
고등학교때 성적표를 위조해봤다.
혼나지않았지만 양심에찔려서 용돈주시는것도 받지않았다.
같은반 친구들이 성적표위조한걸보고..
부탁을했다...
건당..만원만 받았다...
입소문이나서 시험기간마다 짭짤했다...
놀라운건 전교에서 상위권 친구들도 부탁을했다....
시간이지나...학원영수증도 위조해달라 부탁이들어왔다...
건당 이만원을 받았다....
종자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었다...

2017-02-22 15:54:42

자식을 믿어주는 부모님들

2017-02-22 16:19:35

다행히 삼수해서 의대를 갔으니 망정이지 설마 떨어지기라도 했으면 어땠을까요.. 어우 제가 다 땀이 나네요

2017-02-22 16:39:31

진짜 그런 모험은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삼수때도 떨어졌으면... 에휴.

Updated at 2017-02-22 17:28:13

"시험 잘 봤어?"
"이번 시험 괜찮았어? 느낌은 어때?"
"결과 나왔어? 어떻게 됐어?"
주변에 누군가가 시험 봤다 그러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지만 사실 수험생이 가장 듣기 고통스럽고 대답하기 싫은 말이죠. 저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자식 믿어주고 기다려주신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2017-02-22 18:04:12

주작이 아니라면 나름 기특하네요. 멘탈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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