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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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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9:20:22

요전에 겨울비가 며칠 올 때
동네에 새로 오픈한 핫도그 전문점에 갔습니다
오픈빨 인지 맛이 좋은지
비가 오는데도 주문하기 위한 줄과 이미 주문하고 기다리며 가게 앞 천막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까지 꽤나 많았습니다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두 여성 일행도 천막 밑에서 주문한 핫도그를 기다리는 중인 것 같았고
남성은 지척에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무리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00번 고객님 주문하신 핫도그 나왔습니다"라는 점원의 말을 들은 남성은 피우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바닥에 버리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방금 전까지 깨끗했던 바닥에 담배꽁초가 덩그렇게 됐습니다
그 일행인 여성들 중 한 여성이 핫도그 두 개를 받아서 하나는 자신이 베어 물고 나머지 하나를 남성에게 내밀었고
남성은 손을 저으며
"난 핫도그 같은 거 안 먹는다. 그거 맛있나?"라고 말하며 가게를 떠났습니다


며칠 전에 'dog double myway cool 한 사람이 부럽다'는 글을 썼었는데
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저의 성격 때문에 자주 불편하고 감정을 소모하느라 힘들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저 남성을 보고 적은 문장이었습니다

저라면 사람들 때문이 담배를 참았을 거고 꽁초도 버리지 않았을 거고 점원이 들을까 봐 나중에 일행에게만 핫도그를 싫어한다는 말을 했을 텐데
그 남성은 (언행들이 나쁘고 어떻고를 떠나) 남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걸 보니
부정적인 걸 보고도 '쿨하다, 부럽다'는 긍정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런 사람은 스트레스가 없겠다'고 괜히 저 혼자 뇌피셜도 만들었죠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을 부러워하곤 하는데 저에겐 저런 성격이 그것인가 봐요

사회 구성원으로서야 저처럼 사람들에게 폐 안 끼치고 모나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무난할지 모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그렇게 스팀 찬 주전자처럼 있다가 내가 피해를 당할 때, 화를 내도 되는 순간이 오면 펑 터져버리는 악순환이 만들어져서 곤란합니다

솔직히 저는
불의를 보면 정의 구현 같은 좋은 의도가 아닌
그런 것들을 보고 화가 난 제 성질을 못 이겨 나서서 싸우고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기간엔 화를 내도 내가 나쁜놈이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었으니
마땅히 비정상적이죠

사람들을에게 의외로 착하다는 칭찬받기도 하지만
전 제가 전혀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막 살고 싶은 생각을 머릿속으로 수 없이 하지만 못 하는 거고
'정의'라는 무기가 생겼을 때엔 악마처럼 그걸 휘두르는
착하게 사는 나쁜놈이거든요

오늘도 새벽부터 고속도로에서 칼치기 하는 사람을 보며
'왜? 저래'와 '나도 하고 싶다'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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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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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7 09:59:55

출근길에 늘 같은길을 걷습니다.
저랑 비슷한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 분이 계신데 늘 담배를 피면서 걸어요.

그분보다 뒤를 걷는 날에는 전 여지없이 담배냄새를 맡아야하죠.

아침 6시 40분이라 신고할수도없고...
그렇다고 날라차기를 할 수도 없고...

제가 뭘하면 좋을까 2년째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7-02-27 11:15:35

저도 늘 그러는데
억울하더라구요.

내가 왜 저사람을 피해줘야되지? 하구요

1
2017-02-27 10:04:50

핫도그가 얼마나 맛있는데 가엾게도 그 맛도 모르고...

1
2017-02-27 10:21:21

제가 보기엔 그냥 센척하는 ㅂㅅ 같아보이는데요. 자기가 뭘하는지 자기도 모르는 타입같습니다. 민폐주는지도 몰라요 저런 사람은..

1
2017-02-27 11:35:04

아 마이웨이 하려면 최소한 주위에 민폐는 안끼쳐야 된다는 생각에서 쓴 댓글입니다. 업무적으로는 지나친 배려(?)는 한국사회에서 오히려 독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 내가하고말지..'하시는 분들은 그 나름대로 고충있는거 이해합니다. 호의가 둘리..아니 권리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작성자님도 스트레스 덜 받으시고 편하게 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1
Updated at 2017-02-27 10:51:47

많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시는 내용의 핵심은 남들 눈치 덜보고 마이웨이로 사는게 덜 피곤할거고 부럽다는건데, 확실히 그게 스트레스를 덜받습니다. 저도 그래서 그게 부럽고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그게 또 성격은 타고나는지라 잘 안됩니다. 쿨해지려고 노력은 하되 태어난대로 살아야겠죠.

요점은 스트레스량 불변의 법칙. 내가 안받으면 남이 받고 내가 받으면 남이 안받는다..라고 급히 법칙을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1
2017-02-27 10:59:08

다른 사람들과 공공에 피해를 주는 마이웨이를 조장하는 것은 역시 뭔가 강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또 강제력을 키우려고 경찰력이나 공권력을 키우는 것은 또 아닌 것 같고..

1
Updated at 2017-02-27 10:59:32

남들 비위 맞춰주는 삶도, 눈치보지 않고 사는 삶도 장단점이 있는거 같습니다. 저는 둘 다 쉽지 않네요.

1
2017-02-27 19:02:40

핫도그 좋아하진 않지만 니가 먹으라고 주니깐 먹어주겠다 - 이게 쿨한 거 아닌가요?

1
2017-02-27 21:12:32

저도 비슷한 성격인데요 어느날 생각해보니 매너있는 사람보단 매너없는 사람이 더 많나봐요 그러니까 부끄러운줄도 잘못한줄도 모르고 설사 알아도 다들그러는데 뭐~이러는것 같아요

1
Updated at 2017-02-28 01:29:34

이럴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패턴에 대해 우왕좌왕하다가 정작 확실하게 뭘해야 하는데 성격상 잘나오지도 않고 그렇게 행동하는것이 익숙치않아서 좌절되고 뭐가 잘못된지도 모른채 자기 할거 하는 사람을 보면 은근히 스트레스 받고 그러면서 저렇게 행동하는게 필요한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확실히 이런저런 생각과 행동에 제약이 따르는 사람이 많은데... 적제적소에 그상황에 따른 패턴이 만들어지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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