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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버스에서 흐뭇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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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0:39:45

안녕하세요 내일입니다.


오늘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아주 흐뭇한 일이 있어서
나눠보고자 합니다. 글을 잘 못써서 그 상황이 잘 묘사될지는 모르겠네요.

오늘 버스 뒷쪽 자리(2인석)에 앉았습니다.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히 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장 근처 정류장에서 탑승한, 
한 어머니와 예닐곱살로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2인석 자리 중 1자리가 비게되었습니다.

으레 어머니는 아이를 앉히겠거니 싶었고...
역시나 아이가 자리에 앉으려나 했는데
2인석 자리에 들어가긴 했으나 앉지는 않고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사람이 많고 복잡하니 어서 앉으라고 재촉했고
아이는 '어머니 앉으세요'라고 존댓말까지 하면서 오히려 어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하는겁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그 자리에 냉큼 앉지도 않으셨습니다.
일단 아이를 잘 달래서 앉힌 후에 두어가지 작은 짐들을 아이 무릎 위에 올려두고
본인은 서서 가시더군요.

이를 본 근처에 한 아주머니께서 시장에서 본 짐이 많아서 짐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는데
그 짐들을 다 치워주시면서 '애기 엄마 여기 앉아요~ 나는 3정거장만 가면 되~'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이 꼬마아이의 언행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 혼잡한 상황 속에서도 얌전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어머니의 말에 너무나 순종하는 모습.
심지어 조곤조곤 예의있게 존댓말하는 것마저도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정말 훗날 보게 될 제 아들이 있다면 저런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싶을정도로요..

또한 어머니께서 아들을 대하시는 그 모습에서도
인성과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만큼 훈훈한 모습이었고
최근보면 몇몇 부모님들은 혼잡한 대중교통 상황에서
짜증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봤었는데 사뭇 대조적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정말 우스갯소리로 아직 세상을 이런 분들 때문에 살만합니다. 라는 내용의 댓글을 자주보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모습을 목격해보니까 뭐랄까요... 
정말 훈훈한 기운이 저한테도 와닿아서 코끝이 찡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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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17-02-25 00:45:18

훈훈하네요. 따뜻한 일화를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
2017-02-25 01:04:53

아이 태도가 너무 순종적인걸 좋게 보지 않는지라 내일님과는 다른 감상을 했습니다

2
2017-02-25 01:28:46

예쁘네요. 저도 예의바른 아이를 키우고싶어서 와닿네요

4
2017-02-25 05:39:44

아이가 와 소리날 정도로 예의바르고 착한건 개인적으로 아주 좋기만한 상황은 아닌걸로 봅니다
애둘 키우는데 애들은 말안듣고 장난치고 제어가 안되는게 기본입니다
어느정도는 훈육으로 제어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저런모습이 정상이죠
간혹 또래들에비해 말도안되게 성숙해보이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아이들은 이런저런이유로 인해서 자기가 성숙된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본문에나오는 아이는 어머니의 모습을보니 극소수의 예외일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애둘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성숙하고 예의바른아이들보면 뭔가 안쓰러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2017-02-25 17:33:40

맞벌이하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놀러갔는데, 그 집 아이가 낯가림 전혀 없이 저를 너무 잘 따라서 좀 속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 딸과 동갑이었는데, 제 딸은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걱정이었고, 관련된 서적 좀 뒤적거려보니, 낯가림이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이라는 대목이 있거든요.

따로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 친구네는 아이 엄마가 그 일이 있고 얼마 안 있어서 일을 그만두었고, 그 다음에 다시 만나니까 아이가 저를 기억은 하는데 엄마 뒤로 자꾸 숨는 걸 보고 살짝 섭섭하면서도 안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냥 낯가림을 늦게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본문의 일화는, 내일님께서 보시기에 흐뭇하셨고 사랑스러우셨다면, 아마 아이도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을 것 같습니다. 특수한 사정 때문에 강제된 행동이라면 일곱살짜리가 그걸 숨겨봤자, 옆에서 보면 뭔가 티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아이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하는 걸 보고 아이가 배운 것 같습니다.
1
2017-02-25 19:06:05

므흣한 일로 보고 광속클릭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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