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쉬 아닌 스토킹

어제 원주민님의 글을 보고 생각났습니다

헬스 회원 중에 이쁘장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살 빼고 예뻐진 걸로 페북인지 인스타인지에서 유명해질 정도로 몸맵시도 좋았구요
혼자 운동도 곧잘 하는데 집에서 더 먼 우리 체육관까지 나오는 게 의아해서 물으니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원래 집 근처에 다니던 헬스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대뜸 첫눈에 반했다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답니다
남친 있다고 정중히 사과했는데도
친구라도 하자면서 끈질기게 따라다녀서 힘들었는데
다음 날 어떻게 안 건지(아마 신발장에서 이름 보고 노가다로 찾았겠죠)
"페북 보니까 남친 없는 것 같던데 왜 거짓말해요"
하며 또 치근덕 거리 더랍니다
말 섞기 싫었지만, 남친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누굴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하니
"번호 주기 전엔 안 놔줍니다"하고는
손목을 꽉 잡더랍니다
하필 트레이너도 없는 시간이라
그러고 한 10분을 붙잡혀 있었다네요

말이 10분이지 얼마나 긴 시간입니까
처음엔 무서웠는데 좀 있으니 짜증 나고 화나고 오기 생겨서 버티고 안 알려주고 있다가
마침 친구가 와서 손 떼주고 욕해주고 해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내일 또 봐요 ㅋㅋ"
하길래 소름 끼쳐서 그 뒤로 거기 못 갔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그 일이 있은 후 그 아이는
전 남친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었는지 깨닫고 먼저 연락해서 다시 만나고
얼마 안 가 결혼했습니다

그 남친 되시는 분이 매니아 회원일 걸로 예상되는 게
그 아이 프사 보면 남친 사진은 항상 농구하는 사진이고
헤어졌던 이유도 데이트를 농구 동호회 참석만 해서였다고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롱딘데 동호회 나가야 된다고 해서 항상 본인이 만나러 가고
가면 농구 1시간만 하고 데이트하자더니 맨날 5시간씩 농구장에서 기다리다 끝나고 회식자리 같이 가서 밥 먹고 그랬다네요
이거 뭐 거의 매니아 회원 인증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 때 느지막이 처음 농구 시작할 때라 그분 얘기 들으면서
'멋져 쿨해 바스켓맨이야'하며
부러워했었지요


이 케이스는 해피엔딩이긴 한데
저렇게 무례함을 넘어 범죄에 가까운 짓을 하며
'미인은 용감한 자가 얻는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 용기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