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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싫은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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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05:42:13

저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좋아합니다
맛집을 찾는 행복보다는 일관되게 평타를 쳐주는 곳의 안정감이 더 좋고
살갑게 맞아주는 이모님보다 기계적인 점원들의 서비스가 편합니다
간혹 불친절하고 비위생적인 일반 식당에 갔다가 실망하는 때면
'아 그냥 프랜차이즈 햄버거나 먹을걸' 하는 생각을 밥 먹는 내내 합니다

요즘 떡볶이를 자주 사 먹습니다
집 근처에 1인분에 2500원 밖에 안 하는데 양이 푸짐하고 특란이 분명해 보이는 큼지막한 삶은 계란까지 넣어주는 곳이 있어 자주 갑니다
많이 팔아준다고 어찌나 많이 주시는지 탄수화물 중독자인 저의 점심 식사로도 든든합니다
헌데 종종, 담아주시는 양의 편차가 큰 느낌이었는데
역시나 저의 착각이 아니었는지 이모님이 말씀하십니다
"저번에 보는 사람이 많아서 많이 못 담이 줬다. 미안해서 오늘은 계란 두 개 넣었어 ^^"

감사한 일입니다. 단골이라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챙겨주시려는 마음이요
근데 어쩌나요. 저란 놈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그런 이모님의 서비스가 불편해져버렸습니다...

일단 그 말을 들은 후
내가 한가한 시간에 갈 때, 떡볶이를 많이 주시는 이모님의 물리적 손해와
내가 바쁜 시간에 갈 때, 많이 주지 못 하는 이모님의 심리적 손해 중
어느 것이 이모님에게 피해를 적게 줄 것인가 생각해보았고
후자가 낫겠다는 결론을 얻은 후
이제 떡볶이를 사러 갈 때, 멀리서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보고 들어갑니다
떡볶이를 먹고 싶어도 손님이 없으면 안 가고 손님이 많을 때만 들어갑니다

어떻게 이렇게 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렇습니다
남에게 이유 없이 뭘 받기도 싫고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스미마셍'을 달고 사는 일본인 그 특유의 성격과 비슷한가 싶다가도 아닌 것이
저는 피해를 당할 때 주저 없이 액션을 취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케익을 사러 갔다가 점원에게
"초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었었는데
띠로 한 바퀴는 아래일 것 같은 점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요. 아니 저기 저기"라는 답을 하는 것을 듣고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아마도 인상을 쓰며)
"'아니 저기 저기'는 반말이죠"
라고 해서 점원을 당황시키기도 했으니까요

저와 같이 다니는 사람은
점원의 기계적인 인사나 멘트에도 전부 공손히 답을 해주는 저를 보며
"야 니가 점원 같다. 뭘 그런 걸 일일이 대답하냐" 하기도 하고
가끔 저렇게 손놈이 되는 때엔
"그냥 넘어가지 그걸 또 꼬집어서 문제를 만드냐" 하기도 하죠

dog double myway Cool한 성격의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도 병적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받은 대로 주고 준 만큼만 받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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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7-02-23 05:50:04

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은 모두 가지각색 이니까요
남들에게 피해주고 다니는것보단 썬썬님이 훨씬 좋은것같습니다

1
2017-02-23 06:45:20

저랑 비슷하신 성격이시군요~

그런 부분 때문에 살면서 손해도 많이 보는....;;;
어쩌겠습니까~그냥 인정하면서 살아야죠~

1
2017-02-23 09:22:59

말씀하신 것과 같은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는 듯해요. 정도 차이지만.

저도 카페 같은데는 주인이 아는 척 한 후로 잘 안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서비스업 가게 주인들 중 이런 정도차를 잘 아는 분들이 손님이 많더라구요. 누군가에는 적극적으로 아는 척, 다른 분들에게는 무심한 듯 필요한 것만 챙겨주고 상관 안 할 줄 아는 가게 주인님이 최고죠.

1
2017-02-23 09:39:07

앞부분에 대해서는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  식당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철저히 그냥 give and take로 내가 돈을 내고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받는 것을 더 편해 합니다. 
아는 척, 친한 척을 하면 오히려 불편해 지는 그런 느낌이요. 
그건 피해를 주고 받냐의 "손해 여부"를 떠나서, 그냥 인간관계에 대한 피곤함을 더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뒷부분은 저와 좀 다릅니다. 
가게 직원이 인사를 하면 저도 인사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지만, 그 친절함에 대한 반응일 뿐이지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물론 그 직원이나 주인에게 "사람"에 대한 인격존중의 차원에서 하는 것입니다. 불친절해서 기분이 나쁘면 그 때에는 그냥 넘어가고 다음 번에는 다시 가지 않으면 되니깐요. 
아마 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면, 그 "재화"에 관한 것만이고 서비스는 "추가"로 얻는 이익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불친절하더라도, 식당에서 내가 음식을 원하는대로 잘 먹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고, 
똑같은 맛과 음식의 질에 서비스가 좋은 식당이 있다면, 추가로 얻어지는 기쁨을 위해 그 곳을 갈 것입니다.

하지만 설령 나에게 불친절하게 했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따져 묻지는 않습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직원이 반말을 해도, 내가 초를 찾고 있었다면 그 초를 찾는 목적만 성취하면 되고, 그 다음엔안 가면 되니깐요. 
근데 생각하다보니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게, 때로는 기대하는 서비스로 인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에 관한 것이네요. 
많은 금액을 내고 서비스 비용까지 지불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불친절한 경우에 컴플레인을 하겠네요...
말하다보니 그냥 케바케.....
1
2017-02-23 09:53:23

개쌍마이웨이
단어초이스나 성격이나 프랜차이즈좋아하시는거나 혹시 제가아는분아닌가싶을정도네요 글 재밌게 잘봤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썬썬님같은성격을 멋있다고 할걸요? 멋지고 좋은성격이에요

1
2017-02-23 12:10:30

타인을 많이 신경 쓰시면서 또 자기 중심 적이시네요.


1
2017-02-23 12:34:08

그 정도면 굉장히 마이웨이신데요.

2017-02-24 02:39:51

저랑 상당히 비슷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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