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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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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04:06:15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과거는 툭 던져집니다. 어느 순간 불현듯 갑자기 떠오르는 일들과 시간들인 셈입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과 현재의 순간들이 약간은 뜬금없이 교차합니다. 근데 영화 상에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 라는 질문은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 남긴 여파들에 관한 이야기들 같거든요.

영화는 그래서 초반부의 갑작스러운 회상들에 비해 중반부 꽤 정리된 형태의 긴 회상을 보여줍니다. 그러고선 과거 이야기는 거의 없어요. ‘왜 저러지?’에서 출발해서 그래서 그랬구나가 중반부 조금 안되는 지점에서 밝혀지고 나면 남는 것들은 여파들입니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회상 속에서 리 챈들러에게 닥친 일들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펼쳐진 일들입니다. 그 이후 챈들러는 견뎌내는게 방식이 되었습니다. 이렇다할 내색도 눈에 보이는 흔들림도 없이 최대한 견뎌내는 방식으로 버텨온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 직전에 견뎌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게 됩니다. 영화 상에서 다른 인물들이 상처가 없는 인물들은 아니겠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상처들을 견뎌냈기 때문은 아닐겁니다.

농담 삼아서 애플렉 형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를 무기력해보이는 표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케이시 애플렉은 다채로운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끝끝내 무너지고만 그 순간까지 순간순간이 인상적이네요.

영화의 현재는 겨울이고 영화의 회상은 여름입니다. 정확하게는 행복했던 순간들은 여름이고 그 사건이후로는 계속 겨울로 묘사가 됩니다. 그리고 언 땅이 녹으면 형을 묻습니다. 7월이면 새로이 직장을 얻고 새로운 집에서 살게 될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금 여름을 기다리는 겁니다. 다시금 봄이 오게 될지 아닐지는 솔직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다시 인내하고 견뎌내는 게 전부 일수도 있겠죠. 맑은 날 출항한 배가 갑자기 사라지듯이 어떤 일은 어떤 실마리도 없이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견뎌내야 하는 것들인 동시에 단순히 견뎌내기만으론 한계가 존재하는 일들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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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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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10:54:45

정말 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미어지는
리와 공감을 100%하게 된...

연출과 ost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시간 정도눈 내내 눈물만 흘린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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